님의 침묵 초판본
한용운의 군더더기
‘님’만 님이 아니라 긔룬 것은 다 님이다. 衆生이 釋迦의 님이라면 哲學은 칸트의 님이다. 薔薇花의 님이 봄비라면 마시니의 님은 伊太利다. 님은 내가 사랑할 아니라 나를 사랑하나니라.
戀愛가 自由라면 님도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이름 조은 自由에 알한 拘束을 밧지 안너냐. 너에게도 님이 잇너냐 잇다면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니라.
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도러가는 길을 일코 헤매는 어린 羊이 긔루어서 이 詩를 쓴다.
≪님의 침묵≫ 서론의 전문이다. 작가는 “군말”이라고 썼다. 군더더기라는 뜻이다. 만해 한용운은 당시 조혼 풍습에 따라 열네 살의 나이로 결혼하고 아들 하나를 낳았지만 속가를 버리고 떠나 승려가 되었으며, 오십대에는 다시 재혼해 딸 하나를 얻었다. 가출과 방랑, 출가와 투옥 등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지만지의 초판본 ≪님의 침묵≫은 이 시집의 첫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