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애 작품집 초판본
식민지 조선의 여류, 강경애의 현실 인식
그들은 정신없이 시가를 벗어나 해란 강변으로 나왔다.
강물이 앞을 막으니 그들은 우뚝 섰다. 어대로 가나? 하는
생각이 분에 흩어졌던 그들의 생각을 집중시켰다. 그들은
눈을 들었다. 해는 누엿누엿 서산에 걸렸는데 저 멀리 보이
는 마을 앞에 둘러선 버들 숲은 흡사히도 그들이 살던 싼드
거우(三頭溝) 앞에 가로놓였던 그 숲과도 같았다.
– <소곰> 중에서.
김경수는 지식을만드는지식의 “한국 근현대소설 초판본 100선” <<강경애 작품집>>에 그의 작품 두 편을 골랐다. 1934년 작 <소곰>과 1936년 작 <지하촌>이다. 빈농의 계급성과 조선 여성의 젠더 의식으로 무장한 이 여성 작가는 식민지 현실로부터 싱싱한 비판 의식을 선물받았다. 간도의 지역성과 중국인 지주, 공산당과 마적단이 등장하는 소설 공간은 당대 특수한 삶의 좌표를 증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