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경세시기승
지식을만드는지식과 겨울여행 14. 1758년 북경의 얼음 놀이
천리마보다 빠르다는 청나라 썰매
때는 십일월, 북경 성벽을 따라 파놓은 해자는 꽁꽁 얼어 빙판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사람들은 널찍한 평상을 짜 바닥에 쇠로 날을 만들어 붙였다. 서너 명이 넉넉히 올라앉을 수 있는 대형 썰매 위엔 술과 안주도 푸짐하다. 마시고 노래하고 흥이 넘쳐흐르는데 그 옆을 제비처럼 스쳐 가는 것은 신발에 쇠를 붙여 얼음을 지치는 활찰맨들이다. 오늘 우리가 놀 곳이 바로 여기다. 찬바람 씽씽 부는 북경의 빙판 위에서 천리마보다 날렵하다는 타상에 걸터앉아 마시고 노래하며 더위를 잊어 보자.
태액지의 오룡정(五龍亭) 앞, 중해(中海)의 수운사(水雲榭) 앞은 추운 겨울에 얼음이 얼어 나무로 평상을 만들어 밑에는 철 조각을 대고 한 사람이 앞에서 줄을 당겨 끄는데 서너 명이 앉을 수 있고 얼음 위를 가는 것이 마치 나는 것 같아 이름하여 타상(拖牀)1)이라고 한다. 쌓인 눈과 남은 구름의 경치가 마치 그림과 같다. 얼음 위에서 활찰(滑擦)2)하는 자가 신은 신에는 모두 쇠 날이 있어 얼음 위를 흘러감이 마치 별이 일고 번개가 번쩍하듯 빠르다. 먼저 표기를 빼앗아 우승을 다투니 이를 유빙(溜冰)3)이라고 부른다. 도성 사람들은 각기 성 밖 호성하(護城河)4) 아래에서 무리지어 활찰을 하며 강을 건너가고 돌아올 때 타상으로써 대신하기도 한다. 또 타상을 한곳에 연결하고 그 위에 술을 준비하고 안주를 진설해 즐겁게 마시고 소리 높여 노래한다. 두세 명이 잡아끌면 곧 민첩하기가 나는 듯해 천리마에 앉거나 수레를 타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점이 많다.
**
1)타상(拖牀): 얼음 위에서 타는 썰매의 일종.
2)활찰(滑擦): 요즘의 스케이트 모양과 같으며, 타상이 혼자 또는 여럿이 앉은 채 다른 사람이 끌어 주는데 반해 활찰은 개개인이 발에 매단 채 다리를 놀려 얼음을 지친다.
3)유빙(溜冰): 얼음 위에서 흘러 다니듯 한다는 뜻이다.
4)호성하(護城河): 성호(城壕)·성하(城河)·해자(垓字). 인공으로 만든 호수로 성 담의 보호벽. 성안의 안전을 유지하고 성을 공격하려고 하는 자를 방어한다.
<<제경세시기승>>, 반영폐 지음, 상기숙 엮음, 141~1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