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와카집
늦었지만 고맙다. 지만지 국내 최초 출간 고전 5. ≪古今和歌集≫
어떻게 생겼을까, 일본의 마음?
905년, 다이고 천황의 명으로 만들어진 일본 최초의 칙찬(勅撰) 와카집(和歌集)이다. 지만지의 ≪고금와카집≫은 전체 작품 1100수 중에서 작품 배열 순서를 그대로 지키며 142수를 옮기고 해설했다. 옮긴이 최충희는 “일본 문화의 특징과 일본인 고유의 의식 구조를 파악하고자 할 때, 와카만큼 유용한 자료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와카란 무엇일까? 책의 서문보다 더 나은 설명은 찾기 힘들 것이다.
와카란 인간의 마음을 재료로 삼아 수많은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는 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들을 보고 듣는 것들에 실어 노래로 표현한다. 꽃에 와서 지저귀는 꾀꼬리나 물가에 사는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어 보면, 살아 있는 것들 중에서 그 어느 것 하나 노래를 읊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 힘을 하나도 안 들이고 하늘과 땅을 움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의 마음을 움직이며, 남녀 간의 친밀함을 더해 주고, 용맹스러운 무사의 마음까지도 부드럽게 해 주는 것이 와카다.
やまと歌は、人の心を種として、萬の言の葉とぞ成れりける。世の中に在る、ことわざ、繁きものなれば、心に思ふ事を、見るもの聞くものに付けて、言ひ出せるなり。花に鳴く鶯、水に住む蛙の声を聞けば、生きとし生けるもの、いづれか歌を詠まざりける。力をも入れずして、天地を動かし、目に見えぬ鬼神をも哀れと思はせ,男女の仲をも和らげ、猛き武士の心を慰むるは歌なり。
와카 한 수를 감상해 보자.
3월 초하루부터 남몰래 어떤 여인과 정담을 나눈 후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에 읊어 보냈다
やよひのついたちより、しのびに人にものらいひてのちに、雨のそぼふりけるによみてつかはしける
깬 것도 아닌 잔 것도 아닌 채로 밤 지새우곤 하루 종일 봄비를 바라보며 지냈네
おきもせずねもせでよるをあかしては春の物とてながめくらしつ
아리와라노 나리히라在原業平朝臣
작품 해설
평소 흠모하던 사람을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이후에 온통 그 사람의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작자의 심경을 노래한 작품이다. 즉 잔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닌 멍한 상태로 밤을 꼬박 지새우고, 다음 날 낮에도 하루 종일 하염없이 내리는 장맛비를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멍하니 바라보며 또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표현상으로 ‘일어나다(起き)’와 ‘자다(ね)’라는, 의미가 서로 정반대인 말들을 사용하고 있고, 또 ‘밤을 새우다(よるをあかし)’와 ‘하루해를 보내다(くらし)’라는 의미상 반대되는 표현을 거듭 사용함으로써 의미의 다층적인 구조를 꾀하고 있는 노래다. 그리고 ‘나가메(ながめ)’라는 표현은 장마를 뜻하는 ‘나가메(長雨)’와 ‘바라보다’라는 뜻의 ‘나가메(眺め)’를 겹쳐 사용한 가케코토바의 용법으로, 해석할 때에는 ‘상념에 젖어 하염없이 내리는 장맛비를 바라보다’라고 옮기면 된다. 이 노래는 ≪이세모노가타리(伊勢物語)≫ 제2단에도 실려 있는데 여기의 고토바가키보다 더욱 상세한 내용이 적혀 있다.
≪고금와카집≫, 기노 쓰라유키 외 지음, 최충희 옮김, 147~1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