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리지 시선
늦었지만 고맙다. 지만지 국내 최초 출간 고전 6. ≪콜리지 시선≫
낯설다, 콜리지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시인일까, 비평가일까, 철학자일까? 헷갈린다. <노수부의 노래>, 이건 낯익다. 영국 낭만주의의 문을 연 담시 아닌가? 그렇다. 오늘 우리가 만날 사람은 콜리지다. “영국이 낳은 두 맹아적(萌芽的) 정신의 하나”에 대해 그의 시의를 골라 옮기고 해설한 윤준에게 물었다.
누군가?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는 윌리엄 워즈워스와 합작해 1798년 ≪서정담시집≫을 발간함으로써 영국 낭만주의 시대의 개막을 알린 중요한 시인이다.
대단한가?
그가 워즈워스와 함께 출간한 ≪서정담시집≫은 영국 낭만주의의 문을 연 기념비였다. <노수부의 노래>는 그 뒤 신화적 담시의 모범이 되었고, <쿠블라 칸>은 영어로 쓰인 최초의 초현실주의 시였으며 <크리스타벨>은 바이런과 월터 스콧 경, 셸리의 극찬을 받았다. 콜리지가 없었다면 워즈워스도, 바이런도, 낭만주의도 없었다.
워즈워스류인가?
워즈워스와는 자연의 아름답고 항구적인 형상들과 교류하는 평범한 시골 사람들의 삶을 주목했다. 그것에서 사건과 상황을 선택해 거기에 상상력의 채색을 가함으로써 인간성의 근본적 법칙을 찾아내려 했다.
콜리지는?
허구적인 초자연적 사건들과 인물들을 통해 악의 근원, 악의 경험, 창조적 상상력을 생생한 상상적 현실로 극화하는 비범한 시적 능력을 보여 주었다.
초자연주의자인가?
그렇게만 말할 수는 없다. <프랑스―송가> 등의 정치적 시편들, 낭만주의 명상시의 전형을 보여 주는 여러 편의 ‘대화시’, 후기의 걸작인 <낙심―송가>와 여러 편의 철학적 명상시가 있다. 어느 시인보다도 다양한 시적 성취를 이루었다.
그의 상상력의 특징은?
종합적이고 마력적이다.우리에겐 낯설다. 워즈워스에 가려졌다. 사상가와 문학비평가로서 더 먼저 알려졌다. 시가 어렵다.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를 썼다. 번역하기는 더 어렵다.
번역 결심이 쉽지 않았겠다.
그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노수부의 노래>, <쿠블라 칸> 등 일부 시편들만 번역 소개되었다. 그나마도 텍스트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이루어진 번역 작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초기에서부터 후기에 이르기까지 콜리지의 시적 성취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포괄적이면서도 정확한 번역본, 특히 국내 독자들을 위해 시의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상세한 주석이 덧붙여진 번역본이 필요했다.
한국어를 어떻게 골랐나?
영어로 쓴 다양한 시편을 우리말답게 번역하는 작업은 힘든 일이다. 텍스트에 대한 면밀한 검토, 콜리지의 시 세계 전반을 보여 줄 수 있는 시편의 선정, 상세하고 정확한 주석을 위해 노력했다.
기대하는 것이 있나?
국내에서 처음 본격 소개되는 ≪콜리지 시선≫이다. 독자들이 비범한 상상력의 소유자인 콜리지의 다채롭고 풍성한 시 세계를 만나기 바란다. 대학 강의실에서도 낭만주의 영시 교육이 활발해지고 학계의 연구도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