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늦었지만 고맙다. 지만지 국내 최초 출간 고전 10.≪편지≫
그녀의 ≪편지≫
서간집에 실린 것만 1만 8000여 통, 평생 2000여 명에게 5만 통이 넘는 편지를 썼다. 리스트, 하이네, 발자크, 보들레르, 쇼팽, 뮈세, 플로베르, 고티에, 들라크루아, 투르게네프, 마르크스, 문학가, 음악가, 화가, 연극배우, 철학가, 정치가, 사상가, 종교가, 법률학자, 혁명가, 역사학자, 식물학자, 노동자, 문학, 예술, 사상, 사회 이슈, 정치 사건, 사랑, 슬픔이 등장한다. 이재희는 508통의 편지를 골라 6권의 책, <<편지>>에 옮겨 담았다. 30년 넘게 조르주 상드를 사랑했고 20년 동안 ≪편지≫를 연구해 우리말로 옮긴 그에게 그녀를 묻는다.
누구인가?
소설가이고 세계 제일의 서간문학가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편지를?
인생과 인간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이다.
누구를 사랑했나?
어린 나이에 결혼했으나 이혼했다. 많은 연인을 두었다. 뮈세, 쇼팽과의 사랑은 인구에 회자되었다.
스캔들의 여왕인가?
사람들과 교류하고 그들을 사랑했다. 마음과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그러다 보니 ‘스캔들의 여왕’이 되어 있었고 ‘사랑의 여신’이란 칭호도 얻었다.
예뻤나?
키가 작았다. 예쁘지도 않았다. 피부도 햇빛에 그을려 올리브색이었다고 한다.
그럼 무슨 수로 그 많은 남자를?
무한히 분출하는 열정 때문이다. 단순한 살롱 여인이 아니었다. 정치혁명가였으며 사랑과 결혼, 교육에서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회 개혁가였다. 예술지상주의자로 ‘정열의 화신’이었으며 코즈모폴리턴, 여행가, 열렬한 음악 애호가이자 화가였다.
왜 그렇게 됐을까?
소녀 시절은 고독하고 불우했다. 출생 콤플렉스가 있다. 이를 극복하려고 무던히 애썼다. 그러면서 자의식이 강해졌다.
성격의 이중성은?
살롱에서 고급 귀족 문화를 향유하는가 하면 민중을 위한 정치투쟁에 앞장서기도 했다. 모순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친할머니와 어머니, 두 계급에 반항하는 잠재적 투쟁 의식이 있었다.
그녀를 언제 만났나?
상드 자서전 ≪내 인생의 이야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뭘 봤나?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속삭였을까?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너무도 궁금했다. 그 단서가 그녀의 편지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있었나?
막상 편지 속에 들어가 보니 그 열정의 포로가 되었다.
뭐가 있었나?
만나고 꿈꾸고 이별하고 기뻐하고 절망하는 인간이 있었다. ≪편지≫는 상드의 파란만장한 생애의 진면목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프리즘이었다.
한국어판 <<편지>>는 어떤 책인가?
이렇게 체계를 갖춰 번역된 것은 전 세계에서 지만지의 <<편지>>가 처음이다.
어떤 책인가?
살아 있는 19세기 인명 백과사전이다. 리스트, 하이네, 발자크, 보들레르, 쇼팽, 뮈세, 플로베르, 고티에 등 19세기 유럽의 지성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들은 상드의 가족이고 친구다. 문학가들, 음악가들, 화가들, 연극배우들, 철학가들, 정치가들, 사상가들, 종교가들, 법률학자들, 혁명가들, 역사학자들, 식물학자들, 노동자들… 그들과 사소한 가족 이야기에서부터 문학, 예술, 사상, 사회적 이슈, 정치적 사건, 사랑, 슬픔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나눈다.
책의 구성은?
상대방의 직업이나 신분 그리고 만남의 횟수나 성향에 따라 편지 내용의 다양성과 깊이와 분량이 가감된다. 이 책에는 상드 편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다. 조르주 상드 연구에 관한 한 세계 최고 권위자인 조르주 뤼뱅이 직접 붙인 것이다.
서간문학의 결정판인가?
그렇다. 많은 작가들이 편지를 남기고 그것이 책으로 묶여 나왔지만 양에서, 다양성에서, 진실성에서 조르주 상드의 편지는 압도적이다.
편지의 특징은?
첫째로 방대함과 다양성과 복잡성, 둘째로 솔직함과 진실성, 셋째로 지속성이다.
어떻게 고르고 옮겼나?
508편의 편지를 골랐다. 학문적으로는 상드 전기에서 언급된 중요한 인물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골랐고, 프랑스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매년 개최되는 국제 학회와 그 학회지들에서 강조된 인물들과 주고받은 편지들도 대상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상드의 풍부한 문학성을 보여 줄 수 있도록 편지의 분량이 길고 깊이 있는 내용을 우선으로 했고, 흥미로운 것, 기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했다.
한국어판 탄생의 여정은 어땠나?
≪편지≫를 번역해서 제대로 출판하는 데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의 학문 생활 대부분의 시간을 ≪편지≫에 쏟아부은 셈이다. 1990년부터 1999년까지 508편을 처음 번역했다. 세상에 너무도 알리고 싶어 두 권짜리 책을 자비로 출판했다. 그 책을 몇몇 도서관에 학술 자료로 기증했고, 전공 수업 시간에 참고 도서로 활용했다. 2000년부터는 첫 번역을 들여다보며 하나하나 다시 손질했다. 그러느라 또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을 만나게 되었고 현재, 이곳에서 조르주 상드가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상드는 어떤가?
1910년부터 1970년까지 약 60년 동안 프랑스에서조차 잊힌 작가였다. 편지가 출판되자 재조명되었다. 그녀의 범세계적 의식과 교류라는 진면목이 편지들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다시 출간되기 시작했다. 프랑스와 유럽, 미국에서도 상드 국제 학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대학에는 상드 강좌가 신설되었고, 전 세계에서 상드 작품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교수들과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그들에게 상드의 편지는 가장 귀중한 참고 자료와 연구, 인용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상드 붐이 일어났다. 프랑스에서는 상드의 편지가 한 권씩 출간될 때마다 신문과 잡지, 텔레비전이 크게 보도한다.
너무 오래된 얘기 아닌가?
그녀는 19세기에 대서양 건너, 태평양 건너에 있는 친구를 생각하며 밤새 자신의 얘기를 썼다. 답장이 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그들과 진한 연대를 느꼈고 우정과 사랑을 지속시킬 수 있었다. 편지가 주는 그러한 소통의 기능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편지가 뭔가?
편지는 인간이 소통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다. 자신을 성찰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글쓰기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이메일이나 문자로 하고 싶은 얘기를 즉시 전달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서로 너무나 잘 소통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짧은 문장들 속에 자신을 얼마나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집단적 관심사에 소리 높여 반응하지만, 실은 스스로 더욱 고립되고 외로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편지(Correspondance)>> 6권, 조르주 상드 지음, 이재희 옮김, 257~2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