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일본기 3
≪속일본기≫는 어떤 책인가?
일본 고대의 사서는 ‘6국사’라고 해서 여섯 종류의 책이 있다. ≪속일본기≫는 그나마 잘 알려져 있는 ≪일본서기≫ 다음에 위치한다. 697년부터 791년까지 95년간의 역사를 40권에 담고 있다.
사료 가치는?
일본 고대사 연구의 입구다. 일본 거의 모든 대학의 사학과 대학원에서 강독한다.
내용은?
중앙의 조정을 중심으로 한 천황의 명령, 관위·관직 관련 기록이 대부분이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 주는 내용도 적지 않다.
특징은?
고대 사회에 대해서 고대인들이 스스로 편찬한 사서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한국에서의 의미는?
이 책은 대부분 일본사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지만 그중에는 신라나 발해에 대한 귀중한 기록도 포함되어 있다. 발해가 고구려의 후예를 자처하는 등의 발해 관련 자료는 사료가 극히 부족한 발해사 연구에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 고대사 연구에 필수적인 문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역사 이해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삼국사기≫가 1000년에 가까운 역사를 50권에 수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보완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는?
이 무렵 신라와 발해, 일본은 빈번하게 사신을 파견했다. 신라는 무역을 통해 일본과 관계를 유지하려 했는데 종종 갈등을 빚었다.
신라는 왜 일본과 갈등했나?
일본이 신라를 종속국으로 간주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발해와 일본은 어떤 사정이었나?
우호 관계를 지속했다. 일본에 간 사신들은 발해가 부여의 습속과 고구려의 영토를 계승했다고 말한다. 발해의 고구려 계승 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스가노노 마미치는 누구인가?
헤이안시대 초기 문인 관료다. 선조는 백제 근구수왕의 후손이라 전한다. 일본의 도성을 현재의 교토로 옮긴 간무천황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천황의 명령으로 797년에 ≪속일본기≫ 40권을 완성했다.
좀 더 듣고 싶다.
현재의 교토인 헤이안경을 조성하고 천도하는 과정에 깊이 개입했다. 805년에는 간무천황 앞에서 후지와라노 오츠구와 덕정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격식 등의 법령집 편찬에도 간여했다.
당시 일본은 왜 역사서를 만들었을까?
내부 사정은 복잡하지만, 무엇보다도 간무천황이 자신과 아버지인 고닌천황의 위업을 과시하려 했다.
외부 사정은?
8세기 일본은 국내적으로는 중국 대륙의 당과 대등한 국가로 자부하고 있었다. 그러한 국가의 품격을 갖추기 위해서 실록과 같은 역사서의 편찬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시대는 다르지만 ≪조선왕조실록≫ 편찬과 같은 의도였다고 할 수 있다.
≪속일본기≫를 이은 역사서는?
뒤이어 ≪일본후기≫, ≪속일본후기≫, ≪문덕실록≫, ≪삼대실록≫ 등이 편찬되었다. 여러 대의 천황을 다룬 역사서로부터 실록으로 이행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속일본기 3≫은 어느 시대를 담고 있나?
758년에서 770년까지를 기록했다. 이 시기에는 천하태평을 바라는 의미를 담은 천평(天平)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길조라고 여겼던 여러 현상을 덧붙여 연호로 사용했다. 천평보자(天平寶字), 천평신호(天平神護) 같은 연호가 그것이다. 이후에도 그러한 경향은 계속되었다. 신호경운(神護景雲), 보귀(寶龜) 같은 연호다.
천하태평을 꿈꾸고 길조에 의지했다?
그만큼 현실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있었기에?
대표적으로 준닌천황의 즉위, 후지와라노 나카마로의 난, 고켄의 중조(重祚), 도쿄라는 승려의 집권, 고닌의 즉위 등을 들 수 있다.
그중 가장 큰 사건은?
후지와라노 나카마로의 난이다.
난의 원인은?
조정 권력의 극단 대립에서 찾을 수 있다. 준닌천황과 나카마로, 상황(上皇) 고켄과 승려 도쿄로 권력이 양분되면서, 이들 사이의 갈등 속에서 나카마로가 군사력을 강화함으로써 입지를 지키려고 했으나 결국 난을 일으키게 된다.
결과는?
전란의 과정에서 나카마로 일가는 모두 죽임을 당하고 준닌은 폐위되어 아와지로 유배가게 되었다. 고켄이 다시 즉위해 쇼토쿠천황이 된다. 이후 쇼토쿠와 도쿄의 독재정권이 성립되었다. 쇼토쿠는 도쿄에게 천황의 자리를 물려줄 생각이었지만, 쇼토쿠의 죽음으로 도쿄는 실각하게 된다. 천황의 자리를 황족이 아닌 사람이 차지할 뻔한 사건으로, 일본사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 이근우다. 남들이 잘 다루지 않는 궁벽한 구석을 찾아다니는 역사 연구자라고 할까. 동시에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견해를 뒤집어 보려는 나쁜 버릇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나쁜 버릇이란 어떤 짓을 말하는가?
왕인이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전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왕인 당시에는 천자문이 없었기 때문에 ≪고사기≫나 ≪일본서기≫의 기록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백제가 왜에 파견했다는 오경박사도 백제인이 아니라 중국 남조의 양나라 사람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주장을 한다.
어떻게 일본사에 발을 디뎠나?
대학 4학년 때 우연히 읽은 책 한 권이다. 간 마사토모가 쓴 ≪임나고(任那攷)≫였다.
임나일본부설과 관련된 책인가?
그렇다. 그 책을 읽고 받은 충격 때문에 임나일본부설을 연구하고 싶었고, 그래서 먼저 ≪일본서기≫를 공부하게 되었다. 다시 일본서기를 편찬한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나라시대를 공부할 필요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속일본기≫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크게 보면 나는 아직도 임나일본부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
공부는 어떻게 했나?
학부에서는 주로 중국사를, 대학원에서는 한국사를, 교토대학에서 일본사를 공부했다.
≪일본서기≫와 ≪속일본기≫의 차이는?
≪일본서기≫는 체재와 내용이 잡다하고 한문 문장도 이상한 곳이 많다. ≪속일본기≫는 정연한 틀을 가지고 있고, 또 다른 자료들도 많이 있어서 비교 연구가 가능하다. 그래서 ≪속일본기≫를 통해서 얻은 지식을 가지고 ≪일본서기≫를 연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속일본기≫ 전체 40권 중에 30권까지 번역했다. 얼마나 걸렸나?
10년 정도.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어이없어한다.
왜 그럴까?
번역보다는 논문을 쓰는 게 훨씬 높게 평가되는 풍토에서 역사서를 번역하는 게 좀 바보스러운 일이다. ≪속일본기≫를 연구하시는 분은 한문 원문으로도 다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번역이 필요 없고, 자료로 쓰지 않는 분은 읽을 필요가 별로 없다. 그러니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이 책을 번역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언론도 관심이 없나?
연합통신의 김태식 기자가 ≪속일본기≫ 1권이 번역되어 나왔을 때 장문의 기사를 전문적인 입장에서 써 주었다. 그렇지만 다른 신문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도 번역을 하는 이유는?
번역되어 있으면 내용을 훑어보기가 쉽고 그러다 보면 관심을 갖는 연구자들도 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번역을 결심한 계기는?
2002년부터 주로 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한문을 배운다는 기분으로 ≪일본서기≫, ≪속일본기≫, ≪영의해≫ 등의 번역을 시작했다. 읽을수록 그 중요성을 느꼈고 그래서 전체를 번역해서 출간해야겠다 맘먹었다.
번역은 어떻게 하나?
학생들이 먼저 번역해서 발표하면 수정해서 다시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번역의 난점은?
일본 고대어를 우리의 이두처럼 표현한 것을 옮기는 일이 가장 어렵다. 주로 천황의 명령이 당시의 말 그대로 실려 있는 경우가 있다. 책을 보면 천황의 조칙 중에 우리말로 부자연스런 내용이 있다. 그것이 바로 선명체(宣命體)라고 하는 것인데 일본 고대어를 한자·한문을 이용해서 기록한 것이다.
이 책에는 주석을 몇 개나 달았는가?
본문에 1231개, 원문에 237개다.
주석은 어떻게 다는가?
≪신일본고전문학대계 속일본기≫를 많이 참고한다. 우리 학계에서는 ≪속일본기≫를 연구하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일본의 연구 성과를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리즈는 전체 5권으로 출간되었고, 방대한 양의 주석이 달려 있다. 그중에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주석을 선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요약하거나 살을 보탠다.
우리 고대사 관련 내용의 주석은 어떻게 처리하는가?
좀 더 자세하게 주를 달려고 노력한다. 내 능력으로 주석을 달 수 있는 부분은 논문을 썼거나 평소에 관심이 있는 주제, 예를 들면 율령제도에 관한 부분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개설서나 사전, 논문의 내용을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달아 놓은 주석이면 책을 읽는 데에 충분한가?
아니다. ≪속일본기≫를 읽기 위한 최소한의 주석이다.
≪속일본기≫의 마지막 권은 언제쯤 나올까?
지금 원문을 번역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번역이 정리가 되면 주석을 달고, 원문을 확인하고, 참고가 될 만한 도판을 찾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겨울에 작업을 마치면 내년에는 ≪속일본기 4≫가 출간될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이 지면을 빌려서 번역에 애쓴 대학원 학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특히 지금도 ≪속일본기≫ 4권의 번역 정리 작업을 맡아서 수고하고 있는 신보배에게 미안한 마음을 함께 전하고 싶다. 김태식 기자에게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