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필시집
지식을만드는지식 1000종 출간 기념 지식여행 Ⅳ : 육필시집
육필시집, 참 아뜩한 환희
육필시집은 한 시인에 대한 철저한 기념물이다.
하기야 그 무엇치고 기념물 아닌 것이 있으랴만,
이건 참 아뜩한 환희요, 행운을 넘어선 그 무엇이다.
– 나태주 시인의 육필시집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에서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입니다.
시인이 자신의 대표작을 엄선해 만든 시집입니다.
시인과 독자가 詩心을 함께 나누는 시집입니다.
현재 2차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육필시집이란?
문충성 펜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이 시대 아무리 어리석은 짓이라 해도 역시 멋있다.
정진규 서권기(書卷氣) 문자향(文字香)이 소멸해 가고 있는 이 시대에 이 같은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의 본성과 그 정신을 지키는 소중한 보주(寶珠)가 아닐 수 없다.
이상국 등단 30년 만에 첫 선집을 묶는다. 그것이 육필이어서 의미 있기는 하나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동순 무릇 육필이란 무엇일까?
그 속에 무엇이 깃들어 있기에 원고를 대하면서 마치 저자를 직접 대면한 듯 이렇게도 가슴 떨리고 흥분하게 하는 것일까? 실제로 육필 속에는 글쓴이의 평소 심성과 습관, 취향과 기질 따위가 틀림없이 무르녹아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 보게 된다.
백무산 이 기회에 희미한 사랑을 다시 불러 사춘기 적 글씨로 또박또박 늦은 사랑을 시작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보다 더 서툴다.
오탁번 40년 동안 걸어온 시의 궤적을 육필로 베껴 쓰면서 느끼는 감회는 그냥 시집을 묶을 때와는 아주 남다르다.
이하석 육필이란 몸과 이어진, 또 다른 제 힘의 한 모습이리라. 그동안 나는 컴퓨터 워드 작업에만 의존, 생각이 바로 활자화되는 일에 익숙해져 버렸다. 젊은 시절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돋도록 연필 또는 볼펜에 힘을 주어 써 댔던 글들. 다시 육필을 써 보면서 잃어버린 내 몸과 정신의 한 수공업적 각인을 새삼 느낀다, 나의 졸필과 거친 필세는 여전히 어쩔 수 없다는 자괴감과 함께.
어떤 시를 골랐나?
문병란 <꽃씨>나 <호수> 같은 작품부터 <직녀에게>, <땅의 연가>, <아버지의 귀로>까지 주로 대중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우선순위로 묶었다.
이상국 그간 다섯 권의 시집을 내놓았으나 그중 마흔 편 정도를 추리기에는 새삼 나의 농사가 빈약했다는 걸 실감한다. 누가 인정사정 보지 않고 고른다면 서너 편도 많다는 생각에 등에서 식은땀이 날 지경이다. 선(選)을 하면서 그냥 지나가거나 다시 내놓고 싶지 않은 것도 없지 않은 건 아니나 내 삶과 문학의 역정이 그러하니 가릴 필요가 없는 작품과 함께 독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을 주로 선했다.
김철 반백 년, 시 농사를 짓고 나니 백발이 되었다. 50년의 소출에서 50수를 골랐다. 1년에 한 수씩 고른 셈이다. 사색적인 걸로 치우쳐 골랐다. 젊어서는 “무지개 시인”이었던 내가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좀 더 냉철한 눈으로 독자와 함께 이 세상을 보고 싶어서. 시란 철리(哲理)가 담겨야 음미할 멋이 난다고 생각하는 까닭도 있고 해서.
윤후명 될 수 있는 대로 새로운 시 쪽으로 손이 갔다. 이번에 새로 쓴 것도 있다. 그리고 시대 순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단순히 ‘육필’의 단계를 떠나 내 세 번째 시집으로 기록되어도 무방할 것이다.
이정록 시집 다섯 권에서 열 편씩 뽑아 역순으로 묶었다. 다음에 몇 권의 시집을 더하면 <나무>나 <어머니>만으로 엮어 보고 싶다. 요번 선집은 전적으로 내 애정에 기댔다.
이태수 1974년 등단 이래의 작품들 가운데 50여 편을 골라 거의 연대순으로 엮어 봤다. 부끄럽다.
이승훈 앞에 넣은 세 편은 고교 시절 작품이고 나머지는 마음 내키는 대로 골랐다.
어떻게 썼나?
김형영 그동안 써 온 시를 만년필로 베끼면서 나는 마음에 평화를 느끼기도 했다. 너무 오랫동안 아무렇게나 메모나 하던 글씨라서 제대로 써지지가 않았다. 손이 아프고, 장지에 옹이가 자리를 잡았다. 며칠을 두고 다시 쓰기를 여러 번, 그래도 옛날 글씨체는 나오지 않았다. (그때도 별 볼 일 없는 글씨였지만) 그러나 이번에 오래전에 쓴 시들을 다시 만년필로 베껴 쓰면서 어떤 구절은 고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고, 이제부터라도 시는 만년필(붓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로 써야겠다는 마음도 다져 보았다.
나태주 애당초 졸필이었다. 글씨가 자주 흔들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이 흔들려서 그렇노라 핑계를 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시들을 골라 종이에 써 보았다. 더러는 물처럼 스며 종이의 배면으로 흘러가 버리기를 소망하기도 했다. 그것은 꿈꾸는 듯 아름답고 황홀한 시간이었다.
박제천 2005년 7월 1일, 아내가 다른 세상으로 옮겨 갔다. 돌이켜 보니 마흔 해 넘도록 내 삶의 중심이었다. 그와 함께, 그로 하여, 그를 위하여 그에게 들려줄 시를 한 자 한 자 마음에 문신을 새기듯 써 보았다.
정일근 북해도 여행 중에 오타루란 항구도시에서 유리로 만든 푸른 펜과 북해를 닮은 블루블랙 색 잉크를 선물 받았다. 그 펜에 그 잉크를 찍어 스무 해 동안 쓴 여덟 권의 시집 속에서 59편의 시를 골라 적었다. 유리 펜도 닳고 잉크도 줄어들고 손끝을 타고 내 정신이 뭉텅뭉텅 빠져나가 버린 것 같다.
이정록 컴퓨터로 시를 찍다가, 오랜만에 볼펜으로 또박또박 시를 옮겨 보았다. 가운데 손가락 끝, 펜 혹이 부풀어 올랐다. 일소는 멍에터로 떳떳하게 하늘을 우러르고 작가는 펜 혹으로, 구부려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을 씻거늘, 그간 손가락이 물러진 것이다. 저린 손을 주무르자 설해목처럼 우두둑거린다.
이승훈 몇 해 전에 팔을 다치고 글쓰기가 힘들어 아픈 팔로 하루에 다섯 편씩 열흘 동안 힘들게 옮긴 시 50편을 묶는다. 원래 졸필이고 악필이지만 최근엔 손까지 떨려 내가 쓴 글을 나도 읽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용서해 주기 바란다.
최영철 피의자 진술서를 쓰듯이 썼다. 무기정학 직전, 반성문을 쓰듯이 썼다. 혹시나 누가 볼까 두려워하며 썼다.
출간 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
나태주 활자로 된 시집보다도 육필로 된 시집을 읽으니 시인의 체취를 직접 맡은 듯하고 그런 만큼 시집을 더욱 소중히 읽고 잘 보관해야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 시집의 품격이 달라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준관 더욱 친근감을 갖고 읽을 수 있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육필시집을 기념으로 사서 소장하겠다는 독자도 있었다. 시인의 육성을 듣는 것처럼 시가 친근하게 느껴졌고, 정성스럽게 만든 수제품처럼 시가 소중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이상국 독자들은 육필시집을 희귀하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블로그에 인용하거나 시집을 샀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이운룡 전주의 지역적 정서는 너무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무슨 사건이 있어도 반응이 미미하다. 양반 기질 때문이다. 좋아도 좋다고 말하지 않고, 싫어도 싫다고 말하지 않는다. 책에 대한 반응 역시 마찬가지다. 내 육필시집도 제자와 가까운 후배, 항상 가까이 지내는 시인들만 관심을 보였다.
오봉옥 육필이라고 하니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고 했다. 글씨체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까지 알 수 있다면서….
정진규 시집이 출간된 후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아주 반응이 좋았다. 컴퓨터 시대에 육필로 시를 읽으니 시에 대한 감도와 밀도가 활자보다 더 깊고 맛있다고 말했다.
정일근 좋다.
이정록 책이 참 예쁘다, 시도 좋지만 글씨도 참 정감이 간다고 했다.
이기철 책의 디자인과 기획, 특히 육필이 정겹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승훈 글씨인지 그림인지 낙서인지 나도 읽기 힘들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기회가 되면 시들을 액자에 넣어 개인전을 하고 싶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 목록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 모음집 ≪시인이 시를 쓰다≫
정현종 ≪환합니다≫
문충성 ≪마지막 눈이 내릴 때≫
이성부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박명용 ≪하향성≫
이운룡 ≪새벽의 하산≫
민영 ≪해가≫
신경림 ≪목계장터≫
김형영 ≪무엇을 보려고≫
이생진 ≪기다림≫
김춘수 ≪꽃≫
강은교 ≪봄 무사≫
문병란 ≪법성포 여자≫
김영태 ≪정처≫
정공채 ≪배 처음 띄우는 날≫
정진규 ≪淸洌集≫
송수권 ≪초록의 감옥≫
나태주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황학주 ≪카지아도 정거장≫
장경린 ≪간접 프리킥≫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고재종 ≪방죽가에서 느릿느릿≫
이동순 ≪쇠기러기의 깃털≫
고진하 ≪굴뚝의 정신≫
김철 ≪청노새 우는 언덕≫
백무산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윤후명 ≪먼지 같은 사랑≫
이기철 ≪별까지는 가야 한다≫
오탁번 ≪밥 냄새≫
박제천 ≪도깨비가 그리운 날≫
이하석 ≪부서진 활주로≫
마광수 ≪나는 찢어진 것을 보면 흥분한다≫
김준태 ≪형제≫
정일근 ≪사과야 미안하다≫
이정록 ≪가슴이 시리다≫
이승훈 ≪서울에서의 이승훈 씨≫
천양희 ≪벌새가 사는 법≫
이준관 ≪저녁별≫
감태준 ≪사람의 집≫
조정권 ≪산정묘지≫
장석주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최영철 ≪엉겅퀴≫
이태수 ≪유등 연지≫
오봉옥 ≪나를 던지는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