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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한국근현대문학 / 초판본 김광섭 시선

초판본 김광섭 시선

z20130110-1

지만지 한국 시문학선집 신간 ≪초판본 김광섭 시선≫

그때는 깨끗했다.
문명이 들어찬 도시에서 비둘기는 고민거리다. 팝콘 부스러기부터 지난밤 토사물까지 먹어 치우는 청소원이기도 하지만 자동차와 숭례문을 더럽히는 오염원이기도 하다.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성북동 산에 살던 이 비둘기도 한때 깨끗하게 살았다. 산이 부서지고 골목과 굴뚝이 사라지면서 갈 곳을 잃었을 뿐이다.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세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매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직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一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 낸 돌 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초판본 김광섭 시선≫, 김광섭 지음, 이형권 엮음, 95∼96쪽

개발에 대한 거부인가?
현대 문명에 대한 저항이다.

사람보다 비둘기가 더 중요한가?
자연 파괴가 초래한 생태계 교란에 대한 시적 응전이다.

‘비둘기’가 자연인가?
비정한 문명에 순응해 인간 정체성을 상실해 가는 현대인이기도 하다.

흔한 주제 아닌가?
1960년대 말 작품이다. 당시만 해도 선구적이었다. 난개발이나 환경 오염에 대한 인식이 없던 때다.

김광섭은 누구인가?
시인이자 교육자, 공무원, 언론인이다.

시는 어떤가?
저항과 성찰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 서정시다.

무엇에 저항했나?
일본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로 인한 갈등, 현대 문명의 비정, 사회 현실의 불의.

일제에 대한 저항의 모습은?
<고독(孤獨)>에서 “神經도 업는 밤/ 時計야 奇異타/ 너마저 자려무나”라고 당대의 시간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우수(憂愁)>에서 표현한 것처럼 “悲哀의 詩人 苦惱를 안고/ 또한 그대로 더부러 밤의 大洋으로 가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낮의 희망이 사라진 “밤”의 세계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좌절과 절망의 정서인가?
추악한 시대 속에서도 생명의 “물”이나 희망의 “물”을 지향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 <비 개인 여름 아츰>에서 생명의 “綠陰이 조화가 되야/ 金붕어가 詩를 쓴다”라고 한 것처럼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로서 “시”를 노래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희망은 실현되었나?
광복 후에도 이데올로기 분열로 나라가 혼란했다. 그러나 사회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찬란하고 아름다운 조국의 미래를 꿈꿨다. “나”의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이 “神聖한 곳”으로 향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일제에 의해 강요된 “沈黙”이 끝나는 때가 되면 시대와 역사의 “苦憫”이 “한 떨기 꽃”으로 승화될 것을 확신했다.

이데올로기는?
특정한 이념에 기대지 않고 진영 논리를 초월한 애국주의를 드러냈다. 특히 민족의 뿌리인 “半萬年의 歷史”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의 가슴에서 피가 되고 脈이 되는 生命”이라는 고백은 인상 깊다.

그에게 조국이란?
“南北으로 兩斷되고 思想으로 分裂된 나라일망정”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다.

이 견고한 애국심의 바탕은 뭔가?
일제 치하의 아픈 기억이다. 창씨개명을 반대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옥수(獄愁)>에서 “아아 저건 아마/ 눈물의 바다로 가는/ 꿈의 行狀들인가”라고 묻는다. “눈물”의 시대가 부과하는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 냈다.

고통 뒤에 무엇이 찾아왔나?
“惡靈을 불러 武裝하고/ 世界의 冠을 얻으랴는/ 日本帝國主義”를 저주하고, “悲哀의 눈물을 넘어서/ 永久한 나라를 세우”려는 의지를 분명히 한다.

사회 현실의 불의에 대한 비판은 어느 시집에서 확인되나?
≪반응≫이다. 이 시집은 부제가 ‘사회시집’일 정도로 비판 의식이 전면적으로 드러난다. 이를테면 “와우 아파트 한 채가 무너지자” “삽시간에 서울이 없어졌다”든가, “특별시가 되면서/ 서울은 미국 병에 걸려” 버렸다는 시구들이 단적인 사례다.

성찰은 어디에서 왔나?
인생의 본질에 대한 반성적 인식이다.

개인적인 체험이 영향을 미쳤나?
한 지식인으로 살아가면서 겪은 인생에 대한 성찰적 인식과 관계가 깊다. 특히 1960년대 이후의 병상 체험이 큰 영향을 주었다.

병은 시인에게 무엇을 선물했나?
“病은 알으면서도 良識을 기른다”라는 시구나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데기로 피어서/ 生의 感覺을 흔들어 주었다”에서처럼, 병을 통해 인생의 역설적 가치를 깨닫는다. 이 시기의 시에는 어떠한 고난이 다가와도 그것을 삶의 긍정적 에너지로 삼아야 한다는 역설적 인생관이 도드라진다.

초기의 저항이 성찰로 순화되었나?
성찰도 저항의 한 모습이다. 허무주의, 퇴폐주의, 비관주의에 저항한다.

등단은?
1927년 와세다대학교 조선인 동창회보인 ≪R≫지에 시 <모기장>을 발표해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

문단 활동은?
1930년대 ‘극예술연구회’에 가담해 활동하면서 서항석(徐恒錫), 함대훈(咸大勳), 모윤숙(毛允淑), 노천명(盧天命) 등의 문인들과 활발히 교유했다. 광복 이후에는 민족진영 문인들과 ‘중앙문화협회’를 창립했으며, ‘전조선문필가협회’ 총무부장, ‘한국자유문학자협회’ 위원장, 전국 ‘문화단체총연합회’ 상임 최고 위원, ‘국제펜클럽 한국 본부’ 부위원장, ‘한국 문인협회’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상도 받았나?
1957년에 서울특별시문화상, 1970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과 국민훈장 모란장, 1974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1977년 대한민국 건국포장을 받았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형권이다.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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