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의 여왕과 정령들의 왕자 솔로몬 이야기
신비주의, 프리메이슨, 프랑스소설 신간 <<시바의 여왕과 정령들의 왕자 솔로몬 이야기 L’ Histoire de la Reine du matin et de Soliman, prince des génies>>
천재, 백년만에 부활
그때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쓸쓸히, 그는 파리의 골목에서 목을 맸다. 백년 뒤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서 괴테와 실러의 독일 낭만주의, 보들레르와 파르나스의 상징주의 그리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축소판과 조우한다. 천재가 살아난 것이다.
어떤 책인가?
프랑스 작가 제라르 드 네르발의 1851년 작품이다. 원전에서 70퍼센트를 발췌해 옮겼다.
작품의 출발은?
네르발은 ≪동방 여행기≫라는 책을 냈다. 그 속에는 두 편의 삽화가 있다. 그 가운데 한 이야기가 이 작품이다.
어떤 이야기인가?
신전 건축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 그리고 명인 아도니람 사이의 애증 관계를 그린다. 라마단 기간에 어느 카페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작가가 번역해서 전해 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사실은 순수 창작물이다.
한국 독자는 이 책에서 무엇을 볼 수 있나?
18세기와 19세기에 유행한 낭만주의·신비주의·프리메이슨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신비주의는 어디서 시작된 것인가?
이집트 종교, 그리스 종교, 그리고 기독교 영지주의와 맥을 함께한다.
네르발 작품의 여인은 모두 그의 어머니라는 지적은 타당한가?
그렇다. 거의 모든 작품에 나타나는 여인들은 어머니 이미지로 귀결된다. 군의관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독일 전쟁터로 떠났던 어머니의 죽음을 결코 잊지 못했다.
어머니 이미지의 사례는?
≪불의 딸들≫의 <실비>에 등장하는 세 여인들, 실비와 아드리엔느와 오렐리로 나타나기도 한다.
작가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많은 작품에서 ‘나’로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는 프리메이슨의 시조로 그려진 아도니람이 바로 그다.
아도니람의 출전은?
명인 아도니람은 ≪성서≫ <열왕기상> 7장 14절에 “납달리 지파 과부의 아들”이라고 나온다.
시바의 여왕이라는 캐릭터는?
작가가 연모한 여배우 제니 콜롱과 동일시했던 여인이다. 일찍이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한동안 시바의 여왕에 관한 거창한 오페라를 계획하기도 했다.
≪성서≫ 이야기와 다른 점은?
18세기 유럽의 신비주의와 프리메이슨 사상이 나타난다.
작가는 중동에 가 본 적이 있나?
1841년 정신병 발작을 겪고 요양원에서 퇴원한 후, 1842년 12월부터 만 1년 동안 동방을 여행한다.
어디였나?
스위스와 독일을 비롯해 카이로, 베이루트를 여행했다.
작품에 어떻게 나타났는가?
경험을 1844년 2월부터 ≪라르티스트(L’Artiste)≫지에 발표한다. 연재물은 1851년 5월 말 ≪동방 여행기≫로 출간된다.
광증 발작 상태에서 글을 썼나?
그는 동방을 꿈꿨다. ≪동방 여행기≫에는 정신적 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1808년 5월 22일에 태어나 1855년 2월 26일 새벽, 파리 골목에서 목매어 생을 마쳤다.
당시 명성은?
상당히 이름을 날렸으나 사망 후 곧 잊혔다. 20세기 초가 되자 그의 작품 속에서 놀라운 것들이 발견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무엇이 놀라운가?
18세기 유럽의 내면을 흐르던 온갖 신비주의가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와 실러의 ≪군도≫ 같은 독일 낭만주의가 배어 있다. 또 보들레르와 파르나스 시파와 상징주의의 싹이 있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축소판이, 나아가 초현실의 세계가 있었다.
그렇게 빨리 잊혀진 이유는?
광증에 시달렸고 자살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를 문인보다 비극의 주인공으로 더 널리 알고 있었다.
광증에 대한 반응은?
<판도라>나 <오렐리아>를 광증의 발로라 보았다. 그의 작품은 상당수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오해되었다.
사람들이 그의 진가를 알아챈 것은 언제부터인가?
20세기 들어서다. 뒤늦게 그의 모든 작품에 상당한 논리가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랑스에서는 1920년대부터 간헐적으로 네르발에 관한 연구가 있었고, 1950년대 이후, 특히 1960년대, 1970년대에는 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졌다.
프랑스에서는 그를 뭐라고 생각하나?
프랑스 문학 교수들은 그를 ‘가장 프랑스적인 서정시인’의 한 사람으로 꼽고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준섭이다. 고려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수료 후 파리4대학에서 프랑스 낭만주의와 제라르 드 네르발 연구로 문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부터 2007년까지 고려대 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정년퇴임 뒤 고려대 명예교수로 있다.
이 작품의 한 장면을 맛볼 수 있을까?
솔로몬은 여성 편력이 심했다는 소문이 있다. 그 소문을 작품에서 다음과 같이 형상화했다. 솔로몬은 ‘시바의 여왕’ 발키스에게 짠 음식을 먹인 뒤 물을 주지 않아 갈증에 목마르도록 만든 후, 한 방울의 물도 마실 수 없게 조건을 걸었다. 발키스는 솔로몬에게 애걸복걸하게 된다. 여성을 유혹하는 방법이 기상천외하다. 여성을 유혹하는 솔로몬의 단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자유와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녀는 물러가겠다고 고집했고, 솔로몬은 양보하지 않을 수 없어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하십시오. 떠나십시오. 그러나 당신이 물러가는 데에 두 가지 조건을 걸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이 밤이 감미롭고 당신과의 대화는 더더욱 달콤합니다. 내게 한 시간만 더 허락하시겠소?”
“동의합니다.”
“둘째, 당신이 이곳으로부터 나갈 때 나에게 속하는 어떤 것도 가져가지 말아 주시오.”
“동의합니다! 기꺼이 그러지요.” 발키스는 웃음을 터뜨리면서 대답했다.
“웃으십시오! 나의 여왕님. 매우 부유한 사람들도 가장 이상한 유혹에 넘어가고 말지요…”
“놀랍군요! 당신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재주가 기발합니다. 속임수는 절대 안 됩니다. 평화의 협정입니다.”
“휴전을, 나도 역시 그걸 바랍니다…”
대화가 다시 시작되고, 솔로몬은 박식한 지배자로서 될 수 있는 한 여왕에게 말을 많이 시키려고 애를 썼다. 실내 안쪽에서 졸졸 소리 내어 흐르는 분수가 그에게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시지도 않고 너무 짠 식사를 했을 때 말이 너무 많으면, 그건 틀림이 없다. 어여쁜 시바의 여왕은 목말라 죽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신선한 물 한 컵을 위해서 자신의 지방 한쪽을 내어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 강렬한 욕구를 감히 표현할 수 없었다. 은백색의 맑고 시원한 샘물이 빈정거리는 듯 그녀 곁에서 졸졸거리며 구슬을 던지고, 아주 즐거운 소리를 내며 수반으로 다시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목마름이 점점 더해서, 여왕은 헐떡이면서 더 이상 저항할 수 없게 되었다.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주의가 산만해지고 활기를 잃은 것 같은 솔로몬을 보고, 그녀는 실내를 가로질러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분수 곁을 두 번씩이나 가까이 지나가면서도 그녀는 감행하지 못했다…
목마름은 저항할 수 없을 만큼 되었다. 그녀는 그곳으로 되돌아가서 발걸음을 늦추고, 일별하여 마음을 굳히고 예쁜 손을 오목하게 하고 슬그머니 물속에 담갔다. 그리고 돌아서서 맑은 물 한 모금을 황급히 삼켰다.
솔로몬이 일어나 다가와서 물에 젖어 반짝이는 그녀의 손을 붙든다. 그리고 단호하고 명랑한 어조로 말했다.
“여왕은 두말하지 않습니다. 언약에 따라 당신은 나에게 속합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당신은 내게 물을 훔쳤지요… 그리고 적절하게도 당신 스스로 확인했듯이, 내 나라에는 물이 아주 귀합니다.”
“아! 폐하, 이건 함정입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속임수를 쓰는 남편을 절대 원치 않습니다!”
“이 사람이 더욱더 관대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만 남았군요. 이와 같은 명백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당신께 자유를 되돌려 드린다면 말입니다…”
발키스는 머리를 숙이며 말을 가로막았다. “폐하, 우리는 신하들에게 공정성의 예를 보여야 합니다.”
과거와 미래의 군주들 중에서 여성 편력이 가장 심한 군주 솔로몬이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여왕 폐하, 이 약속은 당신의 몸값입니다.”
그는 급히 일어서며 초인종을 두드렸다. 스무 명의 하인들이 조신들과 함께 여러 종류의 음료수를 들고 달려왔다. 솔로몬은 엄숙하게 말했다.
“여왕께 마실 것을 드려라!”
≪시바의 여왕과 정령들의 왕자 솔로몬 이야기≫, 제라르 드 네르발 지음, 이준섭 옮김, 70~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