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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빈상설

z20130304-1

한국 현대 소설 문학 초판본 신간 <<초판본 빈상설>>

신소설의 모더니티
산문체가 아니고 인과관계의 합리성이 약하며 현실성도 엉성하고 가르치려는 태도가 역력하니 근대소설이라 부르기는 어렵다는 것이 우리 신소설에 대한 평가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당대의 세계관이 그러하지 않았으므로 운문으로 권선징악을 스토리텔링하는 태도는 사뭇 당연하다. 사실이 그런데 말이 어쩌겠는가?

개화 개화하며 개화한 나라에서는 색시·신랑이 서로 보아 마암에 맞아야 혼인을 하므로, 서로 나무랄 것도 없고 다시 박대도 못하니 그 법이 해롭지 아니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자식의 백년대계를 정하면서 다만 문벌이니 형세(形勢)이니 하여 신랑·신부의 성미는 서로 합하고 아니 합함은 도무지 생각지 않고, 구구한 옛 규모만 지키다가 왕왕 내소박이나 외소박을 하는 악한 풍속이 있다고 뉘 입으로 말씀을 하셨길래? 우리 난옥이는 신랑의 자격이 어떠한지 자세 알지도 못하고, 덮어놓고 서 판서의 아달이라 하니까 두 말씀 아니하시고 혼인을 하여, 그 불쌍한 것이 박대를 받다 못하여 필경 몹쓸 죽음까지 하였으니 자취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삼이요?

≪빈상설≫, 이해조 지음, 노희준 엮음, 132~133쪽

어느 대목인가?
이해조가 1908년에 발표한 신소설 ≪빈상설≫의 한 대목이다. 서 판서 아들 서정길이 정실부인인 이씨 부인을 내쫓고 평양집을 첩으로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신소설이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출현한 소설로, 개화·계몽사상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말한다. 신문물의 영향은 받았으되 한국 고전소설의 특징을 유지해 근대소설로는 치지 않는다.

근대소설의 자격 요건은?
산문체일 것, 필연성과 현실성을 갖출 것, 교훈적인 주제에서 탈피할 것.

한국 고전소설은 어떤가?
운문체이고 전기적이며 개연성이 떨어지고 계세징인의 공통 주제를 갖는다.

우연적이고 기이하며 권선징악하면 안 되는 것인가?
된다. ‘모던’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고전소설이나 신소설이 근대적이라는 말인가?
서구 근대문학에 비해 열등하지 않다. 차이일 뿐 우열이 아니다.

이 소설의 특징은?
작품 전반에 걸쳐 개인어, 방언, 비속어, 속담, 양반의 상용어구 등이 폭넓게 수용되었다. 단어의 폭이 계층과 지역, 심지어는 시대까지 넘나들고 있다.

언어 사용의 풍부함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소설 앞부분을 보자. “갖은 요악을 다 부려, 남편 빼앗고 집·세간·종까지 빼앗고 무엇이 부족하여 한편 구석에 쫓겨 와 있는 데까지 네년을 보내어 포달을 피게 하더냐 마더냐 하고 금분이 이 뺨 저 뺨을 쥐어박아 시앗의 분풀이를 하려 들련마는, 본래 가정의 학문이 상 없지 않고 천성이 유순하여 범절이 덕기(德氣)가 더럭더럭한 부인이라, 설왕설래(說往說來)를 하다가 점점 뒤 거친 말이 나올까 염려를 하여 일아개장에 미국 대통령이 구화(媾和) 담판하듯 평화하도록만 말을 한다.” ‘요악’, ‘시앗’, ‘더럭더럭’, ‘설왕설래’, ‘일아개장’ 등에서 일상어, 고유어, 한자어, 시대어가 혼용되었다.

판소리 아닌가?
판소리체로 대변되는 국문소설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한다. 이해조가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별주부전≫ 등 네 편의 판소리계 소설을 각각 ≪옥중화≫, ≪강상련≫, ≪연의 각≫, ≪토의 간≫ 등 신소설로 개작한 이면에는 훌륭한 전통을 결코 버려서는 안 된다는 주의·주장이 있었던 셈이다.

인물은 어떻게 묘사하는가?
황은률이 등장하는 대목을 보자. “거미구에 어떠한 자가 들어오는데, 외양이 반듯하고서는 머리 아니 깎은 자가 없는 이 세월에 저 홀로 수구당(守舊黨)이 되려든지, 공단 결 같은 망건에 떡국 점 같은 옥관자(玉貫子)를 붙이고, 인모 소탕에 금패(錦貝) 풍잠(風簪)이 불그레하게 비취어 아래위에 주사니것으로 감았는데, 애급 궐련을 손샅에다 비스듬히 끼고, 말도 채 하기 전에 너털웃음을 내어놓는다.” 단발로 대변되는 깔끔한 외양이 아닌 화려하고 고전적인 차림새다.

판소리 어법을 그대로 가져온 느낌인데?
황씨와 같은 교활하고 가부장적인 인물을 풍자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라면 고전적인 판소리체가 훨씬 유리하다.

인물 묘사는 전부 이런 식인가?
다른 인물을 보자. 이씨 부인의 쌍둥이 남동생인 승학의 독백이다. “옳지, 금분이 년이 제 상전과 같이 복단이를 죽여 없애고, 우리 누이님에게 허물을 뒤집어씌우랴고 찾는 체하였구나. 백번 죽어도 죄가 남을 년들도 있지. 우리 누이님을 속여 황가 놈에게로 보내려던 분풀이를 하고 싶어도 누이님 수치가 될 터니까 못하겠더니,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이놈의 집에를 내가 오기도 희한한 일이지. 저놈이 묘를 잘 쓰면 자식 기를 줄로 믿는 것을 보니까 무식하고 미련하기는 짝이 없는데, 계집은 새암이 바르고 소견이 없으니 내가 나서지 아니하여도 저놈만 앞세우면 원수를 넉넉히 갚겠다.” 어미만 조금 바꾸면 현대소설의 한 단락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승학은 어떤 인물인가?
이 작품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근대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이다.

≪빈상설≫은 미성숙 소설이라는 평에 동의하지 않는가?
잘못된 주장이다. 미성숙이 아니라 구문화에 대해 구문체로, 신문화에 대해서는 신문체로 대응하는 유연한 형식을 갖췄다고 보는 편이 옳다.

이 작품의 약점은 무엇인가?
정실부인을 칭송하고 첩은 교활한 인물로 그렸다. 가부장 이데올로기를 강화한 셈이다. 구태의연한 재회의 서사 구조를 반복하는 것도 약점이다.

강점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문학의 미덕이 ‘새로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신구 문화가 공존하는 조선 말의 공간을 신구 문체가 혼용된 서사를 통해 제시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국어학의 눈으로 본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근대성’의 요구에 의해 훼손되거나 소실된 전통 서사의 수사를 만날 수 있다. 이해조의 신소설은 가히 당대의 가장 풍성한 말잔치로 평가해야 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노희준이다. 소설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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