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사등이 망아지
러시아 문학 신간 <<곱사등이 망아지(Конек-горбунок)>>
탐욕의 정복
에르쇼프가 쓰고 이수경이 옮긴 <<곱사등이 망아지>>는 러시아에서 처음 나타난 장편 시 동화 작품이다. 욕망은 부정의 그림자지만 정직한 인정은 상징적 죽음을 통해 아이를 성인으로 끌어올린다.
이반은 망아지를 쳐다보고는
곧바로 첫째 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계속 둘째, 셋째 솥에도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아주 멋진 젊은이로 변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글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곱사등이 망아지≫, 표트르 에르쇼프 지음, 이수경 옮김, 143쪽
솥에는 왜 들어가나?
주인공 이반이 자신의 욕망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극복하고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하는 장면이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들판을 건너뛰는 것이 아니다”고 파스테르나크는 말했다. 인생은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극복해야만 평평한 길을 만날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극복하나?
욕망을 들여다보고 조절하고 해소해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 인생은 성숙해진다.
에르쇼프는 누구인가?
러시아 시인이다. 1834년 페테르부르크대학 재학 시절 이 작품을 집필했고 그해 단행본으로 출판되어 많은 인기를 누렸다.
<<곱사등이 망아지>>는 어떤 작품인가?
러시아 최초의 장편 시 동화다. 푸슈킨도 이 작품을 높이 평가했다.
시 동화란 어떤 양식의 문학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각 연의 운율과 리듬을 철저하게 맞춘 시로 된 이야기다.
이반과 곱사등이 망아지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가나?
1부는 삼 형제 중 막내이자 바보 같은 주인공 이반이 어떻게 수말 두 마리와 곱사등이 망아지를 얻게 되고, 어떻게 황제의 마구간지기가 됐는지 이야기한다. 2부는 황궁에서 일하게 된 이반이 길가에서 주운 불새의 황금 깃털 때문에 황제가 제시하는 어려운 과제를 푸는 이야기다. 곱사등이 망아지의 도움으로 무사히 불새를 잡아 오고, 아름다운 공주까지 황궁으로 데려오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3부에서 황제는 이반에게 어려운 과제를 부과하고, 그를 죽음으로까지 내몬다. 그러나 곱사등이 망아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마침내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게 된다.
이 작품의 고유한 특징은 무엇인가?
구비문학 기본 화소들, 곧 막내, 주어진 과제, 집 떠남, 마법의 획득, 난제 해결, 행복한 결혼에 더해 곱사등이 망아지라는 조력자가 아주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옛이야기는 이 작품에서 어떻게 기능하나?
작품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화자는 러시아 옛이야기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다. 익살스런 재담과 경구로 독자의 관심을 돌리거나 흥미를 유발한다.
옛 이야기의 양식은 언제 어디서 등장하나?
바로 이렇게 나타난다.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겠어요.”
“자, 이야기를 계속해야지요.”
“그러나 지금 형들의 이야기는 그만두기로 하죠.”
“우리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그가 황제가 되었는지 보여 주는 것이랍니다.”
“이것 역시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지요.”
“자, 이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답니다.”
“자, 여러분, 우리도 좀 쉬어야지요.”
“그런데 콧수염을 타고 흘러내릴 뿐 한 모금도 마시진 못했지요.”
옛 이야기는 어린이를 어떻게 성장시키나?
모든 시련과 고통을 겪다가 승리하는 주인공을 통해 자신도 주인공처럼 승리할 수 있다고 상상하게 된다. 선과 악을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성공의 자신감을 얻은 어린이는 성숙한 세계로 나아간다.
주인공 이반은 어떤 캐릭터인가?
착하지도, 말을 잘 듣지도, 고분고분하지도 않다. 삼 형제 중 막내인 그는 어리숙하고 바보 같고 게다가 게으르고 일도 잘하지 않는다.
그의 장점은 어디에 있는가?
나이는 어리지만 이반의 대담함과 용감함은 두 형을 능가한다. 한밤중에 보초를 서다 도둑놈이 등장하자 그를 제압하려 하는 기상은 놀라울 정도다. 마법의 곱사등이 망아지는 그의 대담성으로 얻은 보상이다.
언제나 막내 동생을 놀리거나 비웃고 속여 먹을 궁리만 하는 두 형의 역할은?
보초를 서지도 않고서 거짓말을 하고 이반의 말을 훔쳐 팔려고 하는 행동, 막내 동생이 살해당하기를 바라는 큰형의 행동은, 연장자가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반이 깨닫게 한다. 깨달음은 자신감이 된다.
이반의 내면은 순수한가?
탐욕이 존재한다. 망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불새의 깃털을 취한다. 결국 탐욕의 대가로 황제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의 탐욕은 우리의 어떤 모습을 암시하는가?
그림자 같은 나의 부정을 드러낸다. 부정적인 면이 공개되고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됨으로써 결국 그것을 떨쳐 버릴 수 있게 된다. 이때도 조력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주인공 이반은 상징적 죽음을 거쳐 성년이 되는 통과의례를 무사히 마치고 멋진 귀공자로 다시 태어난다.
번역의 난제는 무엇이었나?
원작이 시 동화라는 점이었다. 원작에 묘사된 각 연의 운율과 리듬감을 되도록 살리려 했으나 제대로 옮겼는지 걱정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수경이다. 건국대학교 동화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