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사람들
헤수스 페르난데스 산토스(Jesús Fernández Santos)의 <<용감한 사람들(Los bravos) 천줄읽기>>
떠나는 자와 바라보는 자
1954년 헤수스 페르난데스 산토스는 당대 가장 뛰어난 소설을 발표한다. 시골 작은 마을에서 8월의 14일 동안 진행되는 삶의 전경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객관주의 문학의 광학 관찰은 객관을 통한 주관의 수사법이다.
사람들 몇몇이 선술집 앞에서 페페를 배웅했다. 가게에 들어갔다 나와 페페에게 포옹을 하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마놀로와 그의 아내만이 자동차 뒷좌석에 짐을 옮겨 놓았다. 드디어 자동차에 시동이 걸렸고, 모두 뒤로 물러났다. 이사벨은 혼자 남아 마놀로와 이야기했다.
의사는 발코니로 나갔다. 의자 하나를 놓고 앉아 발아래 펼쳐진 마을을, 텅 빈 교회를, 대장간을 그리고 강을 천천히 바라봤다. 아이들 셋이 늦은 여름에 다리 밑에서 헤엄을 즐겼다.
≪용감한 사람들≫, 헤수스 페르난데스 산토스 지음, 김선웅 옮김, 178~179쪽
어떤 장면인가?
의사가 죽은 돈 프루덴시오의 집을 사서 그가 그랬듯이 발코니에서 마을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의사가 오기 전까지 마을의 지주는 그였다. 하지만 그가 죽은 뒤에도 마을에는 변화가 없다. 의사가 그를 대신한다. 작가는 변하지 못하는 당시 스페인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을 것이다. 피폐한 사회상과 계급 정착 과정을 비판한다.
이 소설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아스 주의 경계에 있는 카스티야 레온 주의 작은 마을에서 8월의 14일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도시 생활을 잠시 접고 이 마을에 온 의사는 마을 지주인 돈 프루덴시오의 집에서 일하는 소코로를 사랑하게 된다. 둘은 지주가 도시의 병원으로 진찰을 받으러 간 틈을 이용해 새로운 보금자리로 거처를 옮긴다. 한편 조용한 마을에 한 외지인이 나타나 자신이 은행 대리인임을 자처하며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다.
이 작품의 기법 특징은?
동시간적 상황 표현이 작품의 초반부터 등장한다. 의사가 페페를 도와 자동차 수리를 하는 장면과 안톤이 낮잠에서 깨어나는 장면은 같은 시간대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작가는 이 두 개의 상황을 번갈아 가며 묘사를 하다가 안톤과 이들 간 대화로 마무리한다.
객관주의 기법은 어떻게 사용되나?
이야기 전개를 들려주는 화자, 즉 ‘telling’에서 이야기를 보여 주는 화자, 즉 ‘showing’으로의 변환이다. 아예 연결어가 생략되어 등장인물의 대화만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화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 준다. 독자는 등장인물의 성격, 그의 내면세계 혹은 제3자의 성향까지도 대화 내용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공간 배경의 축소는 어떤 이유에서 사용되는 기법인가?
이야기가 마을을 벗어나는 장면은 단 두번뿐이다. 의사가 산으로 가서 폐병에 걸린 목동을 치료하는 장면, 돈 프루덴시오가 도시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장면이다. 이를 제외한 모든 이야기는 이 조그만 마을에서 벌어진다. 이 소설의 공간 배경인 마을은 페르난데스 산토스 부모의 고향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객관주의 소설의 공간 대부분은 작가가 상상한 공간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확실히 알고 있는 공간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작품의 문학사에서 위치는?
헤수스 페르난데스 산토스가 1954년에 출간한 첫 작품이다. 1950년대 스페인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소설 중 하나다. 스페인 내전 이후 어려운 사회상을 보여 주는 사회소설이다.
전후 스페인 현대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는 과장인가?
거의 모든 비평가 사이에서 그런 평가를 얻었다. 영화 기법 도입, 객관주의 시각, 현실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때문이다.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른 점은 어디인가?
19세기 스페인의 대표 작가 갈도스는 부르주아에 관심을 두었다. 산토스는 서민을 주목했다. 개개인의 심리 분석에 치중했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그는 서민 사회계층의 고충 분석에 집중했다.
서민을 소설에 어떤 방법으로 등장시켰나?
19세기 작가들은 등장인물들의 내면세계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전지적 화자를 사용했다. 그러나 산토스는 실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짧은 대화를 자주 사용한다. 등장인물의 모습 그 자체를 묘사한다. 화자의 등장을 최소화한다.
그가 속한 ‘50세대’는 어떤 작가들인가?
비평가 호세 마리아 카스테엣이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명칭인다. 1950년대 초기에 첫 작품을 발표한 작가를 말한다. 당시 스페인 사회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지적하고 고발하는 작품을 내놓았다. 작품을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이용했고 사회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독자의 경각심을 일깨우려했다.
50세대의 문학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첫째 시공간 축소다. 몇 시간부터 길어야 몇 달 정도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작품이 진행된다. 동시간적 상황 표현 기법도 동원되어 생동감 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둘째 ‘집단적 주인공’의 등장이다. 다수의 등장인물 혹은 어느 한 집단이 주인공이 된다. 이야기의 주제는 집단적 그리고 사회적인 것이다. 셋째는 객관주의 시점이다. 화자는 단순한 이야기 전달자다. 미국의 로스트제너레이션 작가들의 ‘행동주의’ 소설의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 기법은 이들 소설에서 어떻게 사용되는가?
‘줌업’ 기법으로 새로운 반향을 일으킨다. 이 작품에서는 외지인의 등장에서 이러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그의 구두에서부터 묘사가 시작된다. 화자가 아니라 다른 인물의 입을 통해 외지인의 모습이 하나씩 드러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당대 사회의 어떤 모습에 주목했는가?
전쟁 후 피폐해진 농촌의 삶, 이런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페페처럼 도시로 가는 이주자를 볼 수 있다. 남자들과 동일한 생산노동에 시달리지만 일요일마저 집안일로 내몰리는 여자들의 비극적 운명, 평생 일하지 않았고 편하게 사는 지주의 삶을 대비시킨다.
발췌했는데, 발췌 방식은?
주인공인 의사와 주민의 관계에 중점을 두었다. 목동을 치료하러 가는 장면과 돈 프루덴시오가 도시에 가는 부분은 삭제했다. 풍광 묘사도 번역에서 제외했다. 발췌 양은 전체의 50퍼센트 정도다.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문제 없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선웅이다. 대구 스페인 문화원 부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