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영화: 매혹과 저항의 역사
영화를 바꾼 영화 7/13: 호러 영화 <나이트메어(A Nightmare on Elm Street)>
공포영화와 치즈버거
당대의 불안과 욕망을 공포로 풀어내는 호러 영화.
레이거노믹스 시대
할리우드 호러의 인기 스타는
단연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크루거였다.
그것은 관객에게 두려움과 함께 즐거움을 주기 위해
좀 덜 위협적이고, 좀 더 상업적이어야 했다.
괴물의 창조주 크레이븐은 공포영화 제작이
“치즈버거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렇게 프레디는 지루하고 무능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놀랍지 않은 세상의 전율이 되었고,
달콤한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것도 순간이었다.
<나이트메어(A Nightmare on Elm Street)>, 1984년, 웨스 크레이븐(Wes Craven), 트레일러, ‘최후의 소녀(final girl)’ 낸시의 다리 사이로 등장하는 프레디의 손. 그녀는 그저 유사남성일 뿐일까, 아니면 아버지 세대의 남근적 권위에 도전하는 전사일까.
괴물 프레디는 누구인가?
<나이트메어>(1984)의 감독 웨스 크레이븐은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거짓말을 하고 진정한 해를 끼치는 것과 같은 거대한 공포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한다. 1980년대 미국 사회는 급격히 보수화되고, 가족주의를 중심으로 한 청교도적 도덕률이 다시 득세한다. 할리우드도 곧 이 보수화에 동참했다. <할로윈>(1978), <13일의 금요일>(1980) 등 1980년대를 강타했던 슬래셔 무비들이 섹스하는 10대를 응징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나이트메어> 역시 짐짓 10대 슬래셔 무비의 관습을 그대로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10대의 성욕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아버지 세대 자체를 괴물로 그려낸다. 그리하여 <나이트메어>에서의 괴물은, 문란한 누나에게 분노한 사이코패스(<할로윈>)나 무책임한 보육교사 때문에 아들을 잃은 어머니(<13일의 금요일>)가 아니라, 아버지 세대의 거짓말일 뿐이다. 공포영화는 이렇게 사회와 타협하기도 하고 저항하기도 해왔으며, ≪호러 영화≫는 이런 매혹의 역사를 꼼꼼하게 따라간다.
– 손희정, ≪호러 영화: 매혹과 저항의 역사≫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