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그림자, 인간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역사
커뮤니케이션 이론, 수사학 신간 <<플라톤의 그림자와 겨루며>>
플라톤, 당신이 틀렸어!
커뮤니케이션이 뭔가, 또는 커뮤니케이션학이란 뭔가, 또는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뭔가라는 질문을 받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은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이제 그에게 시비를 걸 때가 되었다. 플라톤, 당신이 틀렸어!
원제 <<Boxing Plato’s Shadow>>는 무슨 뜻인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플라톤의 태도에 맞선다는 뜻이다.
그의 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수사학에 대한 태도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그의 입장은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이론적 근거로 오늘날까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왜 그토록 소피스트의 수사학을 비판했을까?
권위주의적 시각 때문이다. 수사학의 기본 입장은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토론을 통해 진리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절대적 권위자, 곧 철학자만이 진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보았다. 의사소통과 토론의 기술을 익히는 것은 진리 탐구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소크라테스의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저서는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그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플라톤의 저서에서 드러나는 소크라테스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플라톤과 같다. 플라톤이 기술한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대변되었나?
아테네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은 전통적 가치를 버리고 이방인들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아테네의 전통적 가치란?
신의 계시와 고전적 신화에 바탕을 둔 윤리적 사회질서다. 이방인들의 사고방식이란 다양성에 기초를 둔 민주주의적 사고방식을 말한다. 당시의 수사학은 아테네의 민주주의적 의결 방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태도인가?
당시 수사학자들의 입장과 플라톤의 권위주의적 입장을 포괄하는 수사학 이론을 제시했다. 철학이 논리를 통해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수사학은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다. 수사학을 통해 진리를 찾을 수는 없겠지만,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결정에는 토의와 토론이 중요한 과정이며, 따라서 수사학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갖는다고 보았다.
수사학을 궤변으로, 소피스트를 궤변론자라 부르는 이유가 플라톤의 그림자 때문인가?
그렇다. 소피스트의 원뜻은 가르치는 사람, 지식인이었다. 긍정적인 의미다. 플라톤에서부터 그 단어에 부정적인 의미가 부여되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플라톤이 지적했듯이 수사학은 불변하는 진리를 찾는 기술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절대적 진리를 가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제시하는 “다양한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토론이나 토의를 진행하여 “보다 합리적인” 결론을 찾게 된다. 그렇다면 수사학이야말로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윤리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플라톤의 비판은?
중요한 지적이지만 커뮤니케이션 연구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습득을 폄하하는 방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커뮤니케이션학이 독자 학문으로 인정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까닭은?
가장 큰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요소가 다른 학문 영역에서도 부분적으로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 주제, 이론, 연구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말이 되는가?
커뮤니케이션은 엄밀히 말하면 학제 간 연구의 성격이다. 고유한 주제, 이론, 연구 방법은 20세기 초에 이루어진 학문 영역 규정의 틀이다. 여기에 맞추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예를 들면 어떤 사례가 있나?
정치 커뮤니케이션은 정치학자들도 관심을 갖는 주제다. 그러나 정치의 시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바라보는 것과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정치 현상을 바라보는 것은 엄연히 다른 별개의 접근이다.
이 책은 어떻게 만났는가?
커뮤니케이션에 입문하는 학생들을 위해 커뮤니케이션학 전반을 설명한 교재를 찾던 중 발견하게 되었다.
번역 동기는?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미디어 연구와 등치시키는 사람들에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받았던 신선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커뮤니케이션의 개념과 연구의 발전을 통시적으로 고찰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대한 전체 틀을 제시한다.
수사학에 너무 쏠려 있는 것 아닌가?
20세기까지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수사학이 주류였다. 한국의 커뮤니케이션 관련 학과들은 시작부터 대부분 미디어 연구를 중심으로 설립되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과 수사학의 접목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전반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라도 이 책을 꼭 읽기 바란다.
번역서인데 한국어 문장이 낯설지 않다. 특별한 방법이 있었는가?
번역을 나누어서 하지 않았다. 대신 역할을 나누었다. 한 사람은 초벌 번역을 도맡아 하고, 또 한 사람은 번역의 정확성과 문맥의 자연스러움을 살폈다. 책 전체를 통해 문장의 스타일이 통일성을 갖도록 했다.
우리말로 옮기기가 부자연스러운 표현은 어떻게 해결했는가?
과감하게 영어의 형식을 벗어나 의미 위주로 바꾸어 썼다. 원서 내용을 모르는 사람에게 읽혀서 우리말로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모호한 느낌을 받는 부분을 수정했다.
번역하면서 누구를 생각했나?
우리 자신을 생각했다. 좋은 책을 그야말로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정독하는 것 자체가 좋은 공부가 되는 것이고, 우리말로 옮기다 보면 저자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제일 메시지는?
커뮤니케이션학은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가 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대한 포괄적 통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왜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다양한 분야를 만났다. 우리 삶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꼈다.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미디어 환경이 우리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주어진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서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소통의 방식, 즉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 우리 삶의 방식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더욱 흥미를 갖게 되었다.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가치는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은 삶의 본질적인 부분이며 그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곧 인간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한 고찰이라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오늘날의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는 행복한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정립된다. 이를 토대로 실용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 곧 대화, 스피치, 광고, 토론, 영상 기술 등을 익힐 수 있다. 과거에는 한국의 커뮤니케이션 관련 학과들이 너무 이론적 교육에만 치중해 온 면이 있지만, 그동안 이론과 실기에 대한 교과과정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어서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는?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전체 윤곽을 그린 지도와 같다. 커뮤니케이션 학도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앞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영역이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체적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여타의 영역과 어떻게 연관되어 발전해 왔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번역자 박경우는 누구인가?
동아대학교 신문방송학과의 부교수다. <<플라톤의 그림자, 인간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역사>>를 번역했으며, 뉴미디어와 영상산업론, 공론장과 스피치가 주된 연구 분야다.
여은호는?
미국 뉴햄프셔주립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의 부교수다. 미국에서 12년째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방식과 문화적 특성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