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커뮤니케이션이 결정한다 13. 보도비평
선택 2012, 커뮤니케이션이 결정한다 13 보도비평
방송 선거보도, 스스로를 소외시키려는가?
선거철 미디어의 선거 관련 콘텐츠는 양적으로 급격히 확대되고 형식도 다양해진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영향력은 선거 국면에서 더욱 집중적이고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좋은 선거보도는 그 영향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요소다. 질적으로 향상된 선거보도는 선거를 둘러싸고 있는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시민들의 올바른 선택을 돕는 올바른 정보를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선거보도는 공정성과 객관성과 균형을 그 생명으로 한다. 민주화 이후 우리 방송은 그러한 가치를 성취했고 지켜왔으며, 쉽게 손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2012년 대통령선거 관련 지상파방송의 보도는 이러한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믿음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상파 3사가 모두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게 호의적인 보도를 하는 경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불공정 편파보도로 악명이 드높았던 1987년 대통령선거 시기의 보도 태도를 떠올리게 된다면 지나친 것일까.
누구는 환하게 웃고, 누구는 어설프게 웃고
인상 비평 수준에서 말하면 방송에 등장하는 후보들의 모습을 총량으로 비교할 때 박근혜 후보가 다른 후보들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 화면에 나타난 후보의 모습도 중요하다. 뉴스에 나타난 박 후보의 얼굴은 대부분 환하게 웃는 얼굴이다. 부드럽고 좋은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표정이다. 그 상대방인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는 웃는 모습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 굳은 표정이나 어설픈 웃음을 많이 보여준다. 박 후보는 많은 인파에 둘러싸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고, 문 후보나 안 후보는 무대 위 모습이나 소수의 사람들과 만나는 장면을 많이 보여준다.
정책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 막상 후보들은 과거 어느 선거 때보다 정책을 강조한다.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후보들의 정책 공약이 12월 초에 발표되었다. 그 전에는 조용했다. 그러나 2012년 선거에서는 후보들 사이에 편차는 있지만, 이미 대부분의 정책을 제시했고, 최종적으로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방송은 이 정책에 대한 분석과 조사를 하지 않고, 후보의 동정을 중심으로 한 이미지 전달에만 신경을 쓴다.
여론조사는 선거보도의 중요한 요소다. 선거 관련 여론조사의 형식과 내용은 다양하다. 정당 지지도, 후보자의 이미지, 특정 정치적 사건, 정책 등 선거와 관련된 모든 것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중 방송사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두는 것이 후보들에 대한 지지도 조사다. 1주일이 멀다 하고 화려한 그래픽을 동원하여 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도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다. 정책을 중심으로 한 여론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책보도는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북돋우고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하게 도와주는 구실을 한다. 선거보도의 중요한 요소인 ‘유익한 보도’의 핵심이며, 선거의 질을 향상시키는 자양분에 해당한다.
TV 토론의 실종은 선거 자체의 실종
11월 5일 안철수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선거는 단일화 국면으로 넘어갔다.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보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MBC는 단일화에 대하여 부정적인 관점을 보여주었다. 단일화 논의 초기 MBC는 이 이슈에 대하여 다른 방송들보다 적은 양을 보도했다. 그것도 단일화에 대한 새누리당의 비판을 다루고, 문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이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는 갈등프레임으로 접근했다. 이슈의 긍정적 측면은 외면하고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킴으로써 균형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선거방송의 편향성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TV 토론의 실종이다. 대통령선거에서 방송 토론은 그 비중이 매우 높은 행사다. 그런데 선거를 채 40일도 남겨두지 않은 지금까지도 우리는 대통령 후보들의 TV 토론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과거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들의 토론이 몇 번이었는가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후보 초청 토론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유력 후보들의 정치적 역량을 비교 평가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비전과 정책을 비교해볼 수 있는 가장 지성적인 선거보도 방식이다.
얼마 전 끝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TV 토론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가는 잘 알려져 있다. 대통령선거에서 TV 토론이 실종되었다는 것은 선거 자체의 실종이며, 방송의 자기소외다. 방송사 스스로 선거에서 자신을 소외시키는 일은 방송사에게도 손해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이 씻을 수 없는 피해를 본다. 남은 기간이라도 좀 더 풍부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와 적극적인 선거 참여를 기대한다.
언론, 민주주의 하고 있나?
이 책은 류한호의 자아 탐색이다. 그의 실존은 언론 자유의 가능성과 실재 사이의 진자운동이다. 책 첫줄은 이렇게 시작된다. “민주주의는 나의 신념이다.” 물론 부족하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 될 때까지 그의 운동은 쉬지 못할 듯하다.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류한호 지음, 3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