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5. 동향과 전망
커뮤니케이션북스가 만드는 학술지 5. <<동향과 전망>>
박현채와 정윤형을 잊지 않는다
<<동향과 전망>>은 25년 동안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사회과학연구회가 발행하는 이 학술지는 간혹 정체성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회 참여 의식이 강하다. 이론의 정치성과 현실의 실천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그들의 이념이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 긴 시간 동안 외부의 지원 하나 없이 그들은 무엇으로 버텨온 것일까? 선배와 후배를 잇는 이념의 동질성인가? 그렇다면 그 이념은 무엇일까?
1988년부터 2012년까지, 25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동력이 무엇인가?
창간 초기의 헌신성과 사명감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중심으로 진출했지만 누군가 또 나타나 빈자리를 채워왔다. 초대 소장 고 정윤형 선생님이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셨던 고 박현채 선생님, 그리고 예춘호 이사장님, 박영호 소장님의 성심이 전통을 만들었다.
<<동향과 전망>>의 목적이 무엇인가?
한국 사회의 진보개혁이다. 구체적 현실을 대면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한국사회과학연구회(이하 한사연)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한국형 사회 대안 모델을 아래로부터 구성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학자 집단이다. 출범 초기에는 NL이다 PD다 하면서 이념 논쟁의 분위기가 강했다. 우리는 초기부터 실사구시 경향이 강했고 그런 전통은 지금도 여전하다.
1988년에 창립했나?
매우 침울한 시기였다. 1987년 6월항쟁의 성과로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졌지만 두 김씨의 분열로 군사정권이 연장되었다. 형식적 민주화가 진전됨으로써 다양한 학술단체가 조직되었다. 우리는 구체적인 현실 분석을 토대로 한국형 이론과 대안을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향과 전망>>은 언제 시작되었나?
학회 출범과 함께 시작했다. 초기에는 한사연 기관지 성격이었지만 지금은 외부에도 문을 열었다. 창간 초기에 확정된 학술지의 성격은 지금도 여전하다.
누가 독자인가?
정책 실천가들과 각성한 시민이다. 지금은 전문 학술지의 성격도 강해졌다. 그러나 현장에 필요한 정책 대안 발견과 제시하는 문제의식은 변함 없다. 사회과학 전 분야를 포괄하며 통합적 사회과학 형성을 지향한다.
어떤 원고를 고르고 싣는가?
방향과 수준을 함께 고려한다. 게재되는 원고는 한사연이 지향하는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하고 일반 학술논문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수준을 갖추어야 한다.
특집 선정 방법은?
편집위원회와 편집자문위원회가 제안하고 토론해 결정한다. 제목 그대로 동향과 전망을 위한 주제를 고른다. 동향은 구체적 현실 분석에 충실하자는 의미다. 전망은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안하자는 뜻이다. 특집은 현실을 반영할 것과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2012년의 주제는?
중요한 선거가 있는 해다. 총선과 대선은 한국 사회의 방향을 놓고 일대 토론을 벌이는 계기다. 여름 특집에서는 담대한 국가 비전을 내세워 보고자 했다. ‘한국형 네트워크 국가’를 제안했다.
한국형 네트워크 국가의 내용은?
안병진 경희사이버대학교 미국학과 부교수는 민주통합당 사례를 통해 한국 정치에서 네트워크 정치노선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론적으로 모색했다. 정준호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부교수는 탈추격 단계에 들어서 종래의 산업정책 담론이 적용되기 어려운 한국에 적합한 네트워크형 산업정책론을 논의했다. 김석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네트워크론에 기반한 실천 행위를 추구하기 위해 네트워크의 이론에 대한 담론과 총론 차원의 종합을 시도했다.
가을·겨울호에서 ‘경제민주화’를 특집으로 다룬 까닭은?
경제민주화를 재벌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국한해서는 곤란하다. 사회경제적 발전 모델 차원에서 인식할 것을 제안했다.
기획논문과 현장중계는 어떤 의도인가?
<<동향과 전망>>은 연 3회 발간된다. 학술적 논리성을 지닌 글로 구성되기 때문에 기획과 집필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건이다. 그러나 기동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히 기획논문을 편성하거나 토론이나 심포지엄 현장을 중계하기도 한다.
SNS와 소셜미디어가 낳은 문화정치와 사회운동 주제가 바로 그런 것인가?
그렇다. 그밖에도 한국 사회 최대의 현안이라 할 수 있는 ‘불평등’ 문제를 다루었다. 현장중계에서는 올봄 비판사회학대회에서 주최한 토론을 중계했다. 전환기에 처한 한국 사회의 진보적 대안에 관한 종합 토론을 녹취해 정리했다.
다음 호는 무엇을 다루나?
대선 결과 후 출간된다. 한국은 중규모 국가이기 때문에 국제관계가 중요하다. 새 정부가 취해야 할 대외정책의 골격을 논의할 계획이다. 선거의 의미도 짚어볼 필요가 있으므로 관련된 기획 논문을 편성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북스와는 언제부터 함께했나?
1999년부터다. 우리는 동지적 관계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좀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여겨진다. 출판사가 <<동향과 전망>>에 대하여 경제적 계산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인사치레가 아니다. 짐작인데, 출판사가 한사연의 고군분투를 지지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외부의 시선으로 보면 우리 관계는 특수하다.
출판사에 불만은 없는가?
책 만드는 솜씨에는 불만이 없다. 출판사의 전문성을 인정한다. 출판사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한 적이 있었는데 연구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판사는 독창적이었는데 연구자들이 안목이 없지 않았나 가끔 돌이켜볼 때가 있다. (^^)
당신은 누구인가?
김일영이다. <<동향과 전망>> 편집위원장이고 한신대학교 글로벌협력대학 중국지역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