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법언≫은 <학행(學行)>·<오자(吾子)>·<수신(修身)>·<문도(問道)>·<문신(問神)>·<문명(問明)>·<과견(寡見)>·<오백(五百)>·<선지(先知)>·<중려(重黎)>·<연건(淵騫)>·<군자(君子)>·<효지(孝至)>의 13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원전에서 70% 정도를 발췌했으며, 모든 편을 발췌하되 각 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조항들을 추려서 실었다.
각 편은 단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대부분이 문답이나 해설 혹은 반박 등으로서 양웅이 교학했던 상황을 반영하거나 스스로 질문을 하고서 그에 답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유가의 서적 가운데 ≪논어≫보다 더 위대한 것이 없다고 여겨 ≪법언≫을 지었다
≪한서≫ <양웅전>에는 양웅이 경서를 제외한 유가의 서적 가운데 ≪논어≫보다 더 위대한 것이 없다고 여겨 이를 모방해 ≪법언≫을 지었다는 말이 있다. 아울러 당시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던 각종 언설들이 성인의 도리를 위배하며 백성을 현혹하고 있음을 목도하고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법언≫을 지었다고 밝혔다.
양웅은 당시 사람들이 그에게 질문을 할 때마다 늘 법(法), 즉 법도 혹은 규범으로써 그에 응답했고 점차 이를 찬술해 13권으로 했는데, 이것이 ≪논어≫와 닮았으며 그 서명을 ≪법언≫이라 했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양웅은 법도에 맞는 말이라는 의미로 ‘법언’이라는 서명을 택했고, 이로써 일의 시비를 가려 평판을 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유교 정통주의적 사고와 ‘천인 감응’ 사상에 대한 합리적 시각
≪법언≫의 가장 큰 특징은 유교 정통주의적 사고가 부각되어 있다는 점이다. 양웅은 이 책에서 스스로 진정한 유자로 자처하고 있음은 물론, 노장을 포함한 여타의 제자 사상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또한 유교의 경전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서적이고, 유교의 성왕만이 인간 사회의 역사와 문명을 선도한 진정한 성인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법언≫에서 양웅이 당시에 유행하던 천인 감응적인 사고방식에 입각한 재이설(災異說) 및 연금술이나 장생술 등에 대해 상당히 합리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섭렵했던 그는 기존 유가의 특정 학파나 학통에 귀속되기보다는 자신의 고유한 판단 기준을 가지고 취사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0자평
중국 전한 말기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문장가인 양웅. 그가 유가의 서적 가운데 가장 위대하다고 여겼던 ≪논어≫를 모방해 찬술한 책이다. 당시 사회에서 유행하는 각종 언설로부터 성인의 도리를 바로잡고, 유교 정통주의적 사고를 표방하고 있다. 왕망(王莽)과 관련해 양웅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상반된다. 하지만 선입견을 버리고, 양웅의 저작을 직접 대하면서 그 사상적 선취 혹은 그것이 가지는 시대적 한계 등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은이
양웅은 자가 자운(子雲)이며, 전한 말기로부터 왕망이 건국한 신(新) 왕조 시기를 살았던 학자이자 사부가다. 촉군(蜀郡) 성도(成都), 즉 지금의 쓰촨성 청두 피현(郫縣) 출신이다. 왕망의 부름에 응해 대부가 되긴 했지만, 권세나 부귀를 탐하는 대신 정치에 그다지 관여하지 않고 그저 낮은 관직을 지키며 ≪태현경≫과 ≪법언≫ 등을 저술함으로써 후세에 학문적인 성취를 남기고자 했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그 밖에도 ≪방언≫이라는 인류 최초의 방언학 저작을 남겼고, 개천설의 부당함을 논한 <난개천팔사(難蓋天八事)>를 지었으며, 수많은 사부 작품을 남겼다. 아쉽게도 그의 다른 저작인 ≪창힐훈찬(蒼頡訓纂)≫ 등의 자서(字書)나 ≪촉왕본기(蜀王本紀)≫·≪주잠(州箴)≫·≪관잠(官箴)≫·≪속사기(續史記)≫ 등의 역사서는 일실되어 전해지지 않는다.
옮긴이
이연승은 서울대학교 인문 계열에 입학해 종교학과에서 학부를 마치고, 같은 학과에서 <양웅의 우주론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립대만대학 철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학위논문 제목은 <동중서의 춘추학 연구>다. 넓게는 유교, 도교, 중국 불교 등 중국의 종교적 전통과 문화, 사상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한대의 사상과 문화, 종교 등의 영역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동중서 연구사의 검토와 새로운 방향 모색>, <≪가의신서≫에서 나타난 새로운 제국 질서의 사상적 기초>, <‘도교’ 개념의 적용 범위에 대한 소고>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양웅: 어느 한대 지식인의 고민≫(태학사, 2007), ≪제국의 건설자: 이사≫(물레, 2008), ≪웃음의 정치가: 동방삭≫(물레, 2008)이 있고, 역서로는 ≪사상사를 어떻게 쓸 것인가≫(영남대출판부, 2008)가 있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건국대학교 철학과 등에서 시간강사로 근무하다가, 2009년부터 서울대학교 종교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제1편 학행(學行)
제2편 오자(吾子)
제3편 수신(修身)
제4편 문도(問道)
제5편 문신(問神)
제6편 문명(問明)
제7편 과견(寡見)
제8편 오백(五百)
제9편 선지(先知)
제10편 중려(重黎)
제11편 연건(淵騫)
제12편 군자(君子)
제13편 효지(孝至)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하늘[천문]과 땅[지리]과 사람[인사]에 두루 통달한 자를 진정한 유자라고 한다. 하늘과 땅의 이치에는 통달했어도 인사에 통달하지 못했다면, 그저 기교를 가진 자에 불과하다.
-1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