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711년 겐메이천황(元明天皇)은 천황 중심의 국가 건설이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오노 야스마로(大安萬呂)에게 사서를 편찬하라는 칙명을 내렸다. 다음 해 정월 오노 야스마로는 ≪고사기≫를 헌상한다.
≪고사기≫는 상권·중권·하권 등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권은 신대(神代)에 이자나기·이자나미 두 신의 국토 생성, 아마테라스대신과 스사노오노미코토의 대립, 오쿠니누시신의 이즈모 지방(出雲國) 경영, 천손 강림, 진무천황(神武天皇)의 즉위에 이르는 황실 선조 신의 계보를 일관하게 서술한다. 이 사이에 이자나기의 황천국 방문, 아마테라스의 하늘 암굴, 스사노오의 야마타노오로치 퇴치, 오쿠니누시의 구혼, 바다 복돌이, 산 복돌이 신화가 삽입되는, 천상·지상·지하의 세계에서 활약하는 신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중권은 1대 진무천황부터 15대 오진천황(應神天皇)에 이르는 역대 천황 열다섯 명의 계보를 기록한 것으로, 미와산(三輪山)의 신혼 전설이나 동쪽 지방 원정을 떠난 야마토타케루노미코토(倭建命)의 사랑과 죽음과 전투를 이야기하는 영웅 전설도 수록돼 있다.
하권은 16대 닌토쿠천황(仁德天皇)에서 33대 스이코천황까지 열여덟 명의 천황 이야기다. 여기에는 닌토쿠천황의 인정(仁政)과 애정설화, 유랴쿠천황(雄略天皇)을 둘러싼 설화, 금지된 사랑의 주인공 가루노미코와 소토오리히메의 비련설화 등이 들어 있다.
오늘날 ≪고사기≫는 문학성을 인정받아 ≪만엽집≫이나 ≪겐지 이야기≫와 대등하게 평가받는다. 이 책은 상대의 역사·언어·풍속 등을 알 수 있는 자료로서 귀중할 뿐만 아니라 신화나 전설에서 고대인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소박하고 밝은 생활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일본 최고의 서사시적 문학이다.
200자평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다. ≪일본서기(日本書紀)≫와 함께 일본 신화, 고대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문헌으로 손꼽힌다.
이 책은 일본 고전의 기본 시리즈인 이와나미서점 일본고전문학대계의 ≪고사기≫ 전문을 번역했다. ≪고사기≫ 연구의 대가 구라노 겐지(倉野憲司)의 해설은 책의 명칭, 성립 과정, 소재, 구성, 문학성 등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지은이
오노 야스마로는 나라 시대 문관이다. 704년 종오위하(從五位下)에 임명되고 711년 정오위상(正五位上)에 임명된다. 이해 겐메이천황(元明天皇)에게 사서를 편찬하라는 명을 받고 다음 해인 712년 정월, ≪고사기(古事記)≫를 헌상한다. 같은 해 종사위하에 임명되고 다음 해에는 씨족장이 된다. 일설에 따르면 ≪일본서기(日本書紀)≫ 편찬에도 가담했다고 한다. 사망 시 관위는 종사위하 훈오등민부경(勳五等民部卿: 내무장관 격)이다. 근래 나라시(奈良市) 고노세마을(此瀨町) 차밭에서 묘지가 발견되어 출토됨으로써 ≪고사기≫의 편자가 오노 야스마로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설도 있고, 그런데도 이 편자 이름이 적혀 있는 ≪고사기≫ 서문은 위작이라는 설도 있다. 여전히 이론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다.
옮긴이
강용자는 일본 고쿠가쿠인대학(國學院大學)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만엽집(萬葉集)≫을 텍스트로 해 한일 간 고대 문화의 관계를 전공했으며 부산대학교, 동아대학교, 부경대학교, 경남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 해양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동서대학교, 동의대학교를 거쳐 현재 창원대학교에 출강한다.
번역서로 ≪일본 풍토기≫(동아대학교 출판부, 1999), ≪여제(女帝)의 사랑-시인(詩人) 가키노모토노 히토마로(柿本人麻呂)≫(제이플러스, 2003), ≪인터넷 시대의 종교≫(도서출판 역락, 2005), ≪양생훈≫(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풍토기≫(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일본의 종교≫(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법세 이야기≫(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만엽집≫(지식을만드는지식, 2013)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萬葉 祈禱文化考>, <≪萬葉集≫에서 보는 他界觀>, <萬葉 ‘夢’考>, <萬葉 神觀考>, <萬葉 天皇考>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고사기 상권
제1화 특별한 천신과 신대 칠대
제2화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국토 생성
제3화 신들의 탄생
제4화 불신
제5화 황천국
제6화 결재와 세 귀공자
제7화 스사노오
제8화 하늘의 암굴
제9화 오곡의 기원
제10화 뱀 퇴치
제11화 이나바의 벌거숭이 토끼
제12화 오나무지가 당한 박해
제13화 네국
제14화 스쿠나비코나와 국토 조성
제15화 아메노호히신과 아메노와카히코
제16화 되돌아온 화살
제17화 아메노와카히코의 장송 의례
제18화 다케미카즈치신
제19화 고토시로누시
제20화 다케미나카타신
제21화 오쿠니누시의 국토 양도
제22화 천손 강림
제23화 고노하나노사쿠야비메
제24화 산복돌이와 바다복돌이
제25화 용궁 방문
제26화 도요타마비메의 출산
고사기 중권
제27화 간야마토이와레비코노미코토와 동천
제28화 후쓰노미타마와 야타가라스
제29화 우카시 형제
제30화 가시와라궁
제31화 이스케요리히메
제32화 다기시미미노미코토의 모반
제33화 미와 산의 오모노누시신
제34화 다케하니야스노미코의 반역
제35화 사호비메
제36화 호무치와케노미코
제37화 마토노히메노미코토
제38화 다지마모리
제39화 야마토타케루의 살인
제40화 구마소정벌
제41화 이즈모타케루
제42화 야마토타케루의 동쪽 지방 정벌
제43화 구사나기 검
제44화 오토타치바나히메의 제물
제45화 야마토타케루의 죽음
제46화 주아이천황의 죽음
제47화 황후
제48화 오사자키
제49화 가미나가히메
제50화 오야마모리의 반역
고사기 하권
제51화 성제의 치세
제52화 황후 이와노히메노미코토의 질투
제53화 스미노에노나카쓰미코의 반역
제54화 미즈하와케의 책모
제55화 금단의 사랑?가루노미코
제56화 비극의 시초
제57화 오하쓰세노미코
제58화 이치노베노오시하시노미코 살해
제59화 와카쿠사카베노미코
제60화 아카이코
제61화 히토코토누시
제62화 두 미코의 발견
제63화 동생 오케노미코
제64화 묘지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그래서 돌아와서 먼젓번과 같이 기둥을 돌고는 이번에는 이자나기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대는 얼마나 사랑스러운 여성인가?”
이자나미도 대답했다.
“당신은 정말 멋진 남성이에요.”
이 같은 말을 주고받은 뒤에 다시 결합해 낳은 아이는 아와지노호노사와케섬[淡道之穗之狹別島: 아와지섬(淡路島)].
-28쪽
어느 날 닌토쿠천황은 높은 산에 올라가 사방 국토를 보며 말했다.
“식사를 준비하는 연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백성이 모두 가난하다는 것일 테다. 그러니 지금부터 3년간, 백성의 세금과 부역을 면제하도록 해라!”
이 때문에 궁전은 파손되고 곳곳에서 비가 새기 시작했으나 천황은 전혀 수리하지 않고 그릇으로 새는 빗물을 받으며 비가 새지 않는 장소로 피해 다녔다. 그 후 어느 날, 국토를 내려다보니 마을에 밥하는 연기가 곳곳에서 나고 있었다. 이것으로 백성이 부유하게 된 것을 알고 지금이야말로 세와 부역을 받아도 된다고 하여 부과시켰다. 이로 인해 백성들이 세금이나 부역으로 고통 받는 일은 없었다. 이런 까닭에 이 시대를 칭송하여 성제(聖帝)의 치세라고 부른다.
-123쪽
“나는 이미 잊어버렸는데 넌 정조를 지켜 내 말을 기다리며 여자로서의 한창때를 허무하게 보내버렸다니 정말로 미안하구나.”
마음속에선 지금이라도 결혼할까 하고 생각했지만, 너무 늙어서 미안하게 생각하고는 노래 몇 수를 읊어주었다.
“미모로 신사의 신성한 떡갈나무. 그 떡갈나무처럼 신성하여 가까이 가기 어려운 일이구나. 가시하라 처녀는…
히케타의 어린 밤 숲처럼 어렸을 때 너와 동침하면 좋았을 것을… 지금은 완전히 늙어버렸구나.”
-142~1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