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태평경≫은 황천과 기의 관점에 입각해 도교 세계관을 처음으로 정립하기 때문에 ‘도교’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최초의 사상 형태를 보여 준다. 이 책을 교단 도교의 최초 경전으로 간주하는 것은 처음으로 도교 세계관을 정립해 후대 도교 세계관의 형성에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도교 사상과 직결해서 이해해야 한다. 최근 도교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성숙해 가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우리에게 너무나 생소한 사상으로 여겨졌다. 도교는 오늘날 우리 입장에서 단순히 골동품과 같은 관상 또는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정신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상으로서, 또한 현실적으로 해결해야만 할 생명 경시 풍조나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시금석으로서 연구할 가치가 상당히 큰 분야다.
동양 전통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특히 강조하는 사상은 도가 또는 도교에 속하는 사상들이다. 여기에서 도, 원기 등으로 파악되는 세계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철두철미하게 강조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태평경≫의 도와 원기 사상에 따르면, 인간의 생존권은 천부적인 것이다. 자연의 이법에 따라 인간의 생존은 천지의 계통을 단절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만물, 특히 인간이 원기로부터 생명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원기라는 원초적 생산력을 보존해야 하는 것은 모든 존재의 의무다. 또한 생존권은 원초적으로 평등하다. 원초적 생존권 측면에서 모든 존재는 존비 상하의 구별, 즉 차별이 없다. 이러한 생존권의 보존이 곧 ≪태평경≫에서 말하는 ‘태평’의 원초적 의미다.
우리에게 시대적으로, 철학적으로, 사상적으로 뜻 깊은 부분들을 선정해 발췌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중요하고 깊은 의미를 전할 것이다.
200자평
중국 농민과 백성들의 신앙이 되어 온 도교의 교리가 담긴 책. 이 책으로부터 황건의 난이 시작되었으며, 그 맥은 태평천국의 난과 의화단 사건이 벌어졌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가르침은 시대를 뛰어넘어 생명력을 갖는다.
옮긴이
윤찬원은 1954년 전라북도 남원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았고, 1992년 <≪太平經≫에 나타난 道敎思想 硏究>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7월부터 1983년 6월까지 3년간 육군사관학교 교수부 철학과 전임강사를 지내고 1987년부터 인천대학교 국민윤리학과 교수를 거쳐 1994년부터 시립인천대학교 국민윤리학과 부교수, 정교수를 지냈다. 2014년 현재 인천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의 도교철학과 환경 문제 및 현행 중고등학교 윤리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 ≪도교철학의 이해-태평경의 철학체계와 도교적 세계관≫(돌베개, 1998), ≪중등 도덕교육의 현실과 문제≫(집문당, 2003) 등이 있고, 역서로 ≪老子와 道敎≫(서광사, 1988), ≪도교의 세계-철학, 과학 그리고 종교≫(사회평론, 2001), ≪태평경역주≫(공동번역, 세창출판사, 2012) 등이 있다.
차례
해설
병부 제41 가난함과 부유함을 분별하는 법(分別貧富法)
병부 제42 한 남자에 두 여자 법(一男二女法)
병부 제43 선을 흥하게 하고 악을 그치게 하는 법(興善止惡法)
병부 제44 세 가지 실질을 지키는 법(守三實法)
병부 제45 세 가지 급한 일로 길흉을 정하는 법(三急吉凶法)
병부 제46 죽은 자를 섬김이 산 자를 섬기는 것보다 지나치지 않아야 하는 법(事死不得過生法)
병부 제61 토목공사에 대해 책을 내놓은 비결(起土出書訣)
병부 제65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 셋이 합해 서로 통하는 비결(三合相通訣)
정부 제101 흥하고 쇠망함은 사람으로 말미암는다는 비결(興衰由人訣)
정부 제103 여섯 가지 죄악과 열 가지 다스림에 관한 비결(六罪十治訣)
기부 제127 삼도의 문서를 모아서 선을 실현하는 비결(來善集三道文書訣)
기부 제136 통극상평기가 해충을 없애고 중복된 글자를 주는 비결(洞極上平氣無蟲重複字訣)
기부 제138 양은 존귀하고 음은 비천하다는 비결(陽尊陰卑訣)
기부 제156 신은 사람이 근본을 지키는지 감찰해 은밀하게 돕는다는 비결(神司人守本陰祐訣)
경부 제208 하늘은 불교 수행 네 가지를 비난한다는 계(天咎四人辱道誡)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세상에서 ‘가장 급히 해결해야 할 일’에는 두 가지가 있고, ‘덜 급한 일’에는 한 가지가 있으며, 그 나머지 것들은 모두가 ‘급히 시행해서는 아니 될 일’이다. 그런데도 이에 반해서 사람들의 귀와 눈에 가로막혀 눈앞의 단기적인 선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속인에게 앙화를 안겨 주는 것이 된다. 그리하여 속인은 모두 이런 일로 말미암아 궁색해지고 패망하는 것이다.
-90쪽
하늘은 곧 아버지다. 땅은 곧 어머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가 사람인데, 이들이 하늘·땅과 어찌 다르겠느냐? 하늘도 따르고 숭앙해야 할 대상이며, 땅도 따르고 숭앙해야 할 대상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만 음양(陰陽) 남녀로 구별되는 것일 뿐, 그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같다. 하늘께서는 사람의 생명을 주시고, 땅께서는 사람의 형체를 길러 주신다. 그런데도 사람이 매우 우매하고 어두워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존중할 줄 모른다면, 항상 하늘과 땅으로 하여금 사람을 살게 해 주는 일을 후회하도록 만드니, 이러한 하늘과 땅의 근심거리는 풀어낼 도리가 없는 것이다.
-134~1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