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조르주 상드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분류하기 힘들고 가장 호되게 비난받은 소설이다. 주인공 렐리아는 상드의 제2의 필명이 될 정도로 네쉬(Nessus)의 피막처럼 상드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또한 조르주 상드 자신도 그런 결합을 여러 번 되풀이하여 꾀했다. 우리는 열정적인 시인들이 렐리아(상드)에게 바친 수많은 시들과, 상드의 얼굴에 침을 뱉듯이 그 이름을 내던지며 신랄하게 매도하는 독설가들의 수많은 풍자문들을 동시에 찾아볼 수 있다.
이 형이상학적인 소설−아마도 조르주 상드는 이 작품에서 평생의 관심사였던 위대함의 비밀을 간파하려고 시도했으리라−은 그녀에게는 물론이고 낭만주의 사조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우리는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살아 있는 존재라기보다는 사상과 은유를 인격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렐리아는 사랑하고 믿고 기도하기를 원하지만 분별력이 없다. 렐리아는 사랑을 할 수 없고 신앙을 가질 수도 없다. 그녀는 영원한 의심, 정신적 불모, 목적 없는 인생에 대한 환멸이라는 선고를 받은 ‘구제불능의 렐리아’이며 또한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렐리아를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이상주의자 스테니오는 이런 렐리아로 인해 절망한다. 절망 속에서 스테니오는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되고 마침내 자살에 이른다. 한편 미치광이가 된 마뉘스는 렐리아의 목을 조른다. 트랑모르만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을 짓누르는 저주로부터 벗어난다.
조르주 상드의 수많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은 새로운 출발점에서 끝난다. 독자들은 ‘희망’이라는 단어가 쓰라림과 절망으로 가득찬 이 소설의 마지막 단어들 중 하나이며, 이를 통해 무(無)에 귀착되지 않는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리라.
이 시(詩)적인 소설은 때때로 과장되었고 냉정하다. 1839년도 판의 서문에서 조르주 상드 자신도 이 작품의 내용이 장황하며 수사적 허식이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여러 장(章)에서 나타나고 있는 서정성은 그녀의 어느 작품보다도 뛰어나다.
200자평
72년의 생애 동안 2천 명이 넘는 사람들과 우정 혹은 사랑을 나눈 ‘정열의 화신’이자,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사랑의 여신’조르주 상드의 많은 작품 중에서 ≪렐리아≫는 가장 혹독하게 비난받은 소설이다. 상드의 제2의 필명이 될 정도로 상드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 주인공 렐리아의 삶을 통해서 독자들은 상드의 내면 속 고뇌와 서정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조르주 상드는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 여성 작가다. 아버지는 폴란드 왕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귀족 가문 출신이고, 어머니는 파리 세느 강변의 새장수의 딸로 가난한 서민 출신이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윈 상드는 프랑스 중부의 시골 마을 노앙에 있는 할머니의 정원에서 루소를 좋아하는 고독한 소녀 시절을 보냈다. 18세 때 뒤드방 남작과 결혼했으나 순탄치 못한 생활 끝에 이혼하고, 두 아이와 함께 파리에서 문필 생활을 시작하여 ≪피가로≫지에 짧은 글들을 기고하며 남장 차림의 여인으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했다. 이때 여러 문인, 예술가들과 친교를 맺었다.
남녀평등과 여성에 대한 사회 인습에 항의하여 여성의 자유로운 정열의 권리를 주장한 처녀작으로 ≪앵디아나≫(1832)를 발표하여 대성공을 거두었고 같은 계열의 작품으로 ≪발랑틴≫(1832), 90여 편의 소설 중에서 대표작인 자서전적 애정소설 ≪렐리아≫(1833)와 ≪자크≫(1834), ≪앙드레≫(1835), ≪한 여행자의 편지≫(1834∼36), ≪시몽≫(1836), ≪모프라≫(1837), ≪위스코크≫(1838)등 연이어 나온 소설들도 호평을 받았다. 장 레이노, 미셸 드 부르주, 라므네, 피에르 르루 등과 교제하여 그 영향으로 인도주의적이며 사회주의적인 소설을 썼는데, 이 계열의 작품으로 ≪프랑스 여행의 동료≫(1841), ≪오라스≫(1841∼1842), ≪앙지보의 방앗간 주인≫(1845), ≪앙투완 씨의 죄≫(1845), 대표작이며 대하소설인 ≪콩쉬엘로≫(1842∼1843), ≪뤼돌스타드 백작 부인≫(1843∼1844), ≪스피리디옹≫(1838∼1839), ≪칠현금≫(1839), ≪테베리노≫(1845) 등이 있다. 1844년 ≪잔느≫를 필두로 해서 일련의 전원 소설들을 발표했는데, 이 계열의 작품으로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전원소설 ≪마의 늪≫(1846), ≪소녀 파데트≫(1848∼1849), ≪사생아 프랑수아≫(1849), ≪피리부는 사람들≫(1853) 등이 있다. 노년에는 방대한 자서전인 ≪내 생애의 이야기≫(1847∼1855), 손녀들을 위한 동화 ≪할머니 이야기≫를 쓰면서 초기의 연애 모험소설로 돌아가 ≪부아도레의 미남자들≫(1857∼1858)과 ≪발메르 후작≫(1860), ≪검은 도시≫(1861), ≪타마리스≫(1862), ≪캥티니양≫(1863), ≪마지막 사랑≫(1866), ≪나농≫(1872) 등을 발표했다. 희곡과 시, 평론, 수필, 일기, 비망록, 기행문, 서문, 기사 등 180여 편에 달하는 많은 글을 남겼다. 특히, 그녀가 남긴 편지들은 파리의 클라식 가르니에 출판사에서 조르주 뤼뱅이 26권으로 편집 완성한 방대하고 기념비적인 서간집으로 세계 문학사에서 서간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고 있다. 교환 서간집으로는 ≪상드와 플로베르≫(1904), ≪상드와 뮈세≫(1904), ≪상드와 아그리콜 페르디기에≫, ≪상드와 피에르 르루≫, ≪상드와 생트 봐브≫, ≪상드와 마리 도르발≫, ≪상드와 폴린 비아르도≫등이 간행되었다.
옮긴이
이재희는 한국외대 불어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에서 조르주 상드 연구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프랑스와 유럽의 상드 문학 현장을 여러 차례 답사했고, 노앙에서 개최된 상드와 쇼팽 애호가 모임이나 상드 국제회의에 여러 번 참가했으며, 뉴욕 상드협회 ≪상드 연구≫지 국제 편집인이었고, 프랑스 에시롤, 노앙 상드협회 회원이었다. 현재 파리의 상드협회 회원이며 외대 불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자서전 연구서 ≪조르주 상드, 문학 상상력과 정원≫, 주제 연구서 ≪상드 연구 1, 2, 3≫이 있고, 상드 번역서로는 ≪상드 서간집 1, 2≫, 자전적 애정소설 ≪렐리아≫, 전원소설 ≪마의 늪≫, ≪소녀 파데트≫, ≪사생아 프랑수아≫, 동화 ≪픽토르뒤 성≫, ≪용기의 날개≫, ≪말하는 떡갈나무 /신성한 꽃≫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쇼팽과 상드≫, ≪상드 전기≫, ≪상드 문학 앨범≫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1부
2부
3부
4부
5부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여! 당신은 우리가 지상에서 같은 길을 추구하고 같은 목적을 지향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신이 우리에게 보냈던 고뇌가 비슷하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섬겼던 엄격한 주인은 우리에게 고통의 신비를 설명해 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