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흔히 ‘명탐정’ 하면 셜록 홈스를 떠올릴 정도로 홈스의 인기는 전 세계적이다. 우리나라 출판계에서도 몇 년 전 홈스, 뤼팽 시리즈 등을 다시 크게 내는 등 한바탕 붐이 일었던 바 있다. 그렇다면 명탐정의 대명사, 홈스의 고국인 영국의 사정은 어떨까?
런던에 가면 셜록 홈스를 기념하는 장소가 여러 군데 있다. 소설 속 홈스의 하숙집인 베이커 거리 221번지 B에는 홈스 박물관이 있고, 술집 거리에는 홈스 퍼브(목로주점)가 있다. 이곳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셜로키언(홈스 마니아)들이 밤늦도록 홈스에 관한 토론에 열을 올린다. 술이 거나해지면 모두 일어나 합창을 하며 축배를 들기도 한다. 지구촌 한 모퉁이에서 일어나는 희한한 장면이다. 필자인 이상우는 199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이곳을 방문, 취재를 한 일이 있다.
파리 경찰청에도 조르주 심농의 명탐정 매그레 경감을 위한 방이 있다. 추리소설 170여 년의 역사를 기념하는 명소는 이외에도 세계 각국에 많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산 해운대에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추리 문학관이 자리 잡고 있다.
고전파(정통파 또는 클래식)로부터 시작된 추리소설은 이제 비정파(하드보일드)를 거쳐 사회파, 판타지에까지 이르렀다. 한걸음 더 앞선 나라에서는 100% 오락을 위한 코믹 추리까지 등장했다.
추리소설이 광범위하게 읽히자 추리소설을 연구하는 학자나 평론가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론서도 수없이 나왔으며 학교 교과서에 등장하기도 했다.
흔히 말하듯 추리소설은 순전히 재미만을 위한 소설이 아니다. 소설의 양식에서 파생된 것이므로 담겨 있는 내용이 ‘문학적’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아무리 빨리 달릴 수 있는 고속열차라 하더라도 거기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추리소설은 인류가 개발한 이야기 방법(플롯) 중 가장 재미있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인간’의 고뇌와 즐거움이 담겨 있지 않다면 예술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
추리소설은 그냥 읽는 것도 재미가 있지만 그 이론을 알고 읽으면 독서의 묘미를 더욱 짙게 맛볼 수 있다.
필자 이상우는 50여 년 동안 추리소설을 쓰면서 우리나라에도 우리 글로 된 추리 문학 이론서가 나오기를 고대해 왔었다. 이상우는 추리소설이라는 광활한 숲으로 인도하는 조그만 오솔길을 만들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서 1991년에 추리소설 개론서를 집필, 초판을 발간한 바 있다. 그러나 몇 년 못 가 절판되었다. 많은 추리소설 독자와 연구가들이 복간을 재촉하기에 22년 만에 그 책을 대폭 수정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이상우와 함께 미스터리 완전 돌파≫다.
책 내용 중에는 외국 작가나 평론가들이 쓴 이론이나 주장이 많이 담겨 있지만, 일일이 인용 구절을 밝히지 않은 것도 있다.
국내에도 우수한 작품이 많고 저명한 작가가 많지만, 인용한 것은 주로 이상우의 작품이다. 이상우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잘못 인용해서 누를 끼칠까 염려해서” 본인 작품을 많이 언급했다고 한다.
200자평
음모와 서스펜스가 얽히는 문학 장르가 바로 추리소설이다. 일각에서는 ‘살인이나 나오는 그렇고 그런 책’이라고 비하하는 풍조도 있다. 과연 추리소설이 그렇게 만만한 장르일까? 결코 쉽지 않은 추리소설의 구조. 50년 경력의 추리소설 작가가 쉽게 그 해답을 제시한다.
지은이
이상우는 문단에서 ‘추리 전도사’, ‘추리소설의 대부’로 불린다. 1962년 역사소설 <신설 임꺽정전>으로 등단한 이래 200여 편의 장·단편 소설을 발표한 그는 고전파 추리소설(정통파 또는 본격추리)에 심취해 절묘한 트릭과 통쾌한 반전으로 독자들의 무릎을 치게 한다. 문장은 간결하고 문체는 극사실적이며, 스토리의 흐름은 스피디하다. 작품의 주인공인 추 경감과 강 형사는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와 왓슨을 연상하게 해 흥미를 더욱 돋운다. 그는 작가와 기자의 길을 함께 걸으면서 추리소설과 역사소설을 동시에 썼다. 신문사 견습기자로 출발해 여러 신문의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을 지냈으며, 한국추리작가협회를 창설해 많은 후배 작가를 양성하고 활동을 뒷받침했다.
주요 작품으로 <악녀 두 번 살다>, <안개도시>, <모두가 죽이고 싶었던 여자>, <화조, 밤에 죽다>, <북악에서 부는 바람>, <신의 불꽃> 등이 있다.
차례
1. 추리소설이란 무엇인가
오락이냐, 예술이냐
문학으로서의 추리소설
2. 추리소설의 특징
일반 소설과 다른 양식
폭넓은 독자층
독자의 유쾌한 패배
지적인 흥미
현실감 위의 픽션
추리소설이 독자의 심신에 미치는 영향
3. 추리소설의 역사
인간의 추리력과 추리소설
고전파의 아버지 포
추리소설의 육성기
불후의 명탐정 셜록 홈스의 탄생
추리소설의 전성기
추리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세계의 여류 추리 작가
새로운 시대를 연 반 다인
하드보일드의 등장
유럽 추리소설의 요람기
정치 발전과 평행선으로
4. 한국 추리소설의 내력
한국 추리소설의 시원은 어디인가
―<정수경전(鄭壽景傳)>
―공안 소설의 영향
―신소설의 추리적 요소
한국 현대 추리소설의 등장
―뎡탐(偵探) 소설 시대
―김내성과 방인근
영문학자들의 추리 문학 운동
한국추리작가협회의 탄생
한국 추리소설의 전성시대
일반 작가들의 추리소설 창작 시도
5. 추리소설의 종류
수수께끼 풀기형
하드보일드형
도서(倒敍)형
스파이 소설
범인 검거형
사회파 추리
순수 문학형
호러 소설(서스펜스, 공포)
6. 추리소설의 트릭
작가의 고민
트릭의 종류
―인간을 이용한 트릭
―장소를 이용한 트릭
―발자국을 이용한 트릭
―지문, 유전자를 이용한 트릭
―시간을 이용한 트릭
―흉기를 이용한 트릭
―독극물을 이용한 트릭
―사라지게 하는 트릭
―기타 기발한 발상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
―기타 기묘한 방법
트릭에 대한 란포의 노력
7. 추리소설의 구조
문제의 설정
독자에게 공정한 자료 제시
사건의 해결
해결의 증명
8. 추리소설의 기법
분위기의 통일
퍼즐의 재미
사건의 처리
인물 설정과 묘사
동기의 설정
단서의 처리
피해자(피살자, 희생자)
용의자
살인
탐정
간결 정확한 문장
장편이냐, 단편이냐
모든 작품에 동일한 탐정이
작품 제목 달기
작가의 각오
9. 추리소설의 규칙
반 다인의 20원칙
로널드 녹스의 10계
헐의 추리소설 10훈
런던 탐정 클럽 서약
딕슨 카의 4대 공리
엘러리 퀸의 추리소설 채점 기준
10. 추리소설의 강국 일본
다작
수입은 얼마나
수입구조
신인 공모전
등단 과정
대학 미스터리 클럽
11. 세계 명탐정 21인
셜록 홈스-팬클럽 셜로키언
오귀스트 뒤팽-창백한 지식인 탐정
아르센 뤼팽-강도에서 의적(義賊)으로
브라운 신부-초라한 천재
엘러리 퀸-작가 이름이 탐정 이름
에르퀼 푸아로-회색 뇌세포의 활약
미스 마플-수다 떠는 노처녀 탐정
매그레 경감-범인 심리를 읽는 천재
손다이크 박사-과학 수사의 달인
파일로 밴스-만물박사 탐정
찰리 찬-동양계 탐정
헨리 데이비드-부인 덕택에 산다
반 두젠 박사-생각하는 기계
새뮤얼(샘) 스페이드-하드보일드의 원조
필립 말로-의리 깊은 반항아
루 아처-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앨버트 샘슨-폭력보다는 정의감으로
스펜서-한국전 참전 용사
페리 메이슨-법정의 최강자
하영구 경감-심보 고약한 경찰관
추병태 경감-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
맺는 글
참고문헌
찾아보기
지은이에 대해
책속으로
현대 추리소설사에서 큰 획을 그은 사람은 김내성과 방인근(方仁根)이다.
김내성은 1935년에 일본의 ≪프로필≫이라는 잡지에 일본어로 쓴 단편 <타원형 거울>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한국인이 쓴 최초의 탐정소설(추리소설)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일본에서 일본어로 쓴 작품이라는 점에서 석연찮은 점이 있다.
이에 비해 채만식이 ‘서동산’이라는 필명으로 1934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염마>가 최초의 작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채만식은 후속 추리 작품이 없어 ‘아버지’로 불리는 데는 자격 문제가 있다.
현대적 의미의 탐정소설을 발표한 사람은 이해조 이후 최독견, 채만식, 박병호, 방정환 등이 있다.
그러나 김내성 다음으로는 채만식보다는 ≪조선문단≫을 창간한 방인근이 오히려 추리의 아버지로 불릴 자격이 있을지 모른다.
방인근은 1899년에 출생해 1923년 <하늘과 바다>라는 시로 등단했다가 ≪조선문단≫을 창간하는 등 문예 활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1920년대 말부터 탐정소설을 쓰기 시작해 10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은 때로는 에로소설, 통속소설이라고 비하됐으나 개의치 않았다. 1975년 병마와 싸우다가 행려병사자로 발견되는 불우한 최후를 맞았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 <마도의 향불>(≪동아일보≫ 연재)을 비롯해 수많은 작품에 등장한 명탐정 장비호는 김내성의 유불란 탐정과 함께 아직도 살아 있다.
방인근의 대표작 <마도의 향불>은 계모의 계략으로 시집가서 아버지 재산을 다 뺏기게 된 딸의 억울한 사정을 밝혀내 계모를 징계하는 내용이 주요 줄거리다. 이는 우연히도 <구의산>의 플롯과 비슷하다.
방인근이 통속 작가(대중 작가)로 비하된 주요 이유는 살인과 에로틱한 내용을 많이 다루었기 때문이다. 독자와는 괴리된 우리 문단의 그러한 병폐는 뒤에도 계속된다.
김내성은 1957년 <실락원의 별>을 연재하다가 타계할 때까지 꾸준히 추리소설과 대중소설을 발표해 온 정력적인 작가였다. 그는 추리소설 이론도 많이 개발했으며 추리소설을 ‘문학’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