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뷔히너는 이 극에서 프랑스 대혁명의 마지막 국면, 즉 당통과 로베스피에르가 서로 첨예하게 대치하다가 로베스피에르 일파에 의해 당통을 비롯한 그의 동료들이 처형당하기까지의 약 10일 남짓한 기간을 그리고 있다. 뷔히너는 역사적 관점에서 소재를 취하되 종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형상화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프랑스 혁명사를 빛낸 영웅이 아니라 혁명과 거리를 두고 그것을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이른바 ‘반영웅(Antiheld)’을 그리고 있다. 다시 말해 작품의 주인공 당통은 혁명의 중심역할을 하던 시기의 영웅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이 아니라 ‘9월 학살’을 주도한 자신의 책임을 곱씹어보며 고뇌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뷔히너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오늘날 그 작품성 내지 문학성을 두고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비록 작가가 작품 텍스트의 6분의 1을 역사기록에서 발췌했다고는 하나 이것이 작품의 문학성을 전혀 훼손하지 않는 이유는 이 6분의 1이라는 (죽은) 역사기록이 나머지 6분의 5라는 뷔히너의 창작 텍스트, 즉 콘텍스트에 의해 피와 살을 지닌 생생한 언어로 부활하기 때문이다. <당통의 죽음>이 <보이체크>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매년 독일 유수(有數) 극장의 레퍼토리에서 빠지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되고 있음은 이 작품의 문학성을 웅변해준다.
200자평
24세의 나이에 요절한 독일의 천재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데뷔작이다. 4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뷔히너는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당통이 내세우는 향락주의와 사회복지를 우선시하는 로베스피에르가 내세우는 공화주의가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욕망을 추구하기 위한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은유적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은이
게오르크 뷔히너(Georg Büchner)는 하센 주 다름슈르트 부근의 고델라우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인문학교에서 중등 교육을 받았지만 의사인 아버지의 강요로 슈트라스부르그에서 의학을 수학하였다. 유복한 시민계급으로 미래가 보장된 신분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기센에서 <인권협회>를 조직하고 팜플릿 ≪헤센급전(Der Hessische Landbote)≫을 만들어 반체제운동과 농민투쟁에 앞장서게 된다. 1835년 희곡 ≪당통의 죽음(Dantons Tod)≫을 발표하고 이어 단편 ≪렌츠(Lenz)≫와 희극 ≪레옹스와 레나(Leonce und Lena)≫를 썼다. 유작으로 ≪보이체크(Woyzeck)≫가 있다. 한편으로 해부학 연구를 계속하여 1836년 취리히 대학의 초빙을 받았지만 장티푸스에 걸려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가 취리히의 크라우트가르텐 공동묘지에 묻히던 날 장례식에는 많은 이들이 참석하여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독일 자연주의 문학을 창도한 하우프트만은 1887년에 베를린의 어느 문학협회가 개최한 강연회에서 뷔히너의 “힘 있는 언어”와 “생생한 묘사” 그리고 “자연주의적 인물 서술”을 극찬하였다. 뷔히너는 불과 4편밖에 안 되는 작품으로 독일문학을 개방문학으로 인도함으로써 현대를 선취한 작가다.
옮긴이
임호일은 고려대학교 독문학과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독일 뮌헨과 마인츠 대학에서 수학,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독어독문학회 부회장, 한국 뷔히너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역서로 《변증법적 문예학》(플로리안 파센 저), 《진리와 방법》(한스-게오르크 가다머 저, 공역),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카이 하머마이스터 저) 외 다수가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3
제1막····················5
제2막····················67
제3막···················109
제4막···················159
해설····················191
지은이에 대해················198
옮긴이에 대해················205
책속으로
당통: 나는 왜 너의 그 아름다움을 한껏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송두리째 말이야?
마리옹: 당통, 당신의 입술엔 눈이 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