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여름 밤의 꿈>에서 조화의 세계에 대한 염원은 몽환적인 판타지의 세계를 통해 구축된다. 이 작품에서 이러한 세계가 더욱 돋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셰익스피어의 여타 작품들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 등장인물들이 여러 층위의 다양한 인물군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밑에서부터 살펴보자면 가장 아래에는 아테네의 직공들이라는 노동자 계층이 있다. 그 위에는 아테네의 귀족 인물들, 그 위로는 최상위 지배 계층, 그리고 가장 위층에는 요정들이라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인물군은 판타지의 세계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드는 데 절대적인 기여를 한다. 그리고 결혼이라는 사건을 통해 모든 불화의 요소들이 화해와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한여름 밤의 꿈> 집필 당시 영국은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기였다. 봉건 체제에서 근대국가 체제로의 전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통치와 유럽 열강으로의 편입, 상업주의의 부상, 다양한 문화 산업의 번성 등이 눈에 띄는 것이라면, 그 저변에 젠더에 대한 인식의 변화, 인종 문제의 부상, 사회의 유동화에 따른 계층의 와해 조짐 등 이념적 변동 양상이 흐르고 있었다. 셰익스피어는 이러한 사회변동 양상을 선구자적으로 재현하고 있으며, 특히 <한여름 밤의 꿈>에서 당대 부상하던 젠더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희극이라는 장르 속에서 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우리 시대의 사회적 이슈들 중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젠더의 혼돈 문제를 이미 400여 년 전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의 소재로 삼기 시작했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여름 밤의 꿈>은 우리 시대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현대적 의의를 갖는다.
200자평
셰익스피어 낭만 희극의 대표작이다. 낭만 희극의 범주를 넘어서, 평생 모든 존재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그리고자 한 셰익스피어의 세계관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 준다.
지은이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는 19세기 영국의 위대한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작가다. 런던 북동쪽의 한 소읍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Stratford upon Avon)에서 태어났다. 20대 초반에 홀로 런던에 상경한 셰익스피어는 극단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 아마 처음에는 극장의 매표소에서 일하거나 관객들이 타고 온 말을 돌보는 일을 하다가 극단의 배우로 일하면서 극본을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1592년경 그가 20대 후반에 이르자 셰익스피어란 이름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고, 점차 런던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극작가로 알려진다. 극작 경력의 초기에는 젊음의 활기가 넘치는 <한여름 밤의 꿈>, <뜻대로 하세요> 등 낭만적인 희극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다가 점차 나이가 들고 인생의 깊이를 느끼게 되면서 <햄릿>, <리어왕> 등의 비극을 주로 쓰게 된다. 총 37편의 극작품과 2편의 장시, 154편의 소네트 등을 남긴 셰익스피어는 16∼17세기 영국이라는 경계를 넘어 오늘날 전 세계에서 대문호로서 추앙받고 있다.
옮긴이
김용태는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94년 미국 네브래스카 주립대학에서 셰익스피어와 벤 존슨의 로마극과 제임스 1세의 통치 양상을 연결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명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화유물론적 관점과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셰익스피어를 포함한 르네상스기 극작가들이 자신들의 극작품에서 당대 사회 문화 현상들을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가를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셰익스피어 영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04년 한국셰익스피어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했고, 저서로 우리말 주석본 ≪한여름 밤의 꿈≫, 공동 집필서인 ≪셰익스피어 작품 해설 Ⅱ≫,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등이 있다.
차례
해설·······················9
지은이에 대해··················19
나오는 사람들··················25
제1막······················27
제2막······················55
제3막······················85
제4막·····················133
제5막·····················155
옮긴이에 대해··················187
책속으로
거짓말처럼 신기할 정도요. 이런 동화 같은 신기한
이야기, 이런 하찮은 요정 이야기들은 믿기 쉽지 않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나 미친 사람들은 언제나 머릿속이
요동치는 탓인지 똑같이 허무맹랑한 환상을 만들어내서는
차가운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해 낸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