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내면의 연극’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으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제명은 ‘유령소나타-실내극 op.3’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 탄생 배경에는 음악적 모티브가 내재해 있다. 요컨대 스트린드베리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폭풍> d단조 op.31-2를 듣고 모종의 영감을 얻어 쓰게 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유령소나타>의 정확한 탈고 시기는 1907년 3월 8일로 기록되어 있으며, 1908년 1월 21일 스트린드베리와 아우구스트 팔크가 인티마 극장에서 초연한 것으로 되어 있다. 스트린드베리의 거의 모든 희곡, 특히 후반기 작품들이 대개 그렇듯이 <유령소나타>에는 작가의 삶과 그에 대한 성찰과 고뇌가 짙게 배어 있다. 일설에 의하면 이 작품의 인물이나 무대 설정은 스톡홀름의 어느 부르주아 가정의 실제 삶을 모델로 했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스트린드베리의 ‘실내극’은 한동안 작가의 창작 지형도에서뿐만 아니라 현대연극의 변방에서, 그것도 아주 기이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이유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령소나타>의 서사 체계나 그것이 함유하고 있는 상징들을 분석해 본 결과 그 기이함과 난해함의 기저에 인간과 삶에 대한 작가의 통찰과 비전이 짙게 깔려 있으며, 그것에 대한 긴밀한 해석이 전제될 때, 비로소 작품의 전체적인 대계와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은 상세한 해설과 함께 잉마르 베리만과 앙토냉 아르토의 연출 일지를 부록으로 수록해 스트린드베리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200자평
발표 당시 무관심과 몰이해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스트린드베리 희곡 가운데 가장 자주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지은이
스트린드베리는 1849년 1월 22일 스톡홀름에서 선박 중개업을 하던 카를 오스카 스트린드베리(Carl Oscar Strindberg)와 하녀 엘레오노라 울리카 노를링(Eleonora Ulrika Norling)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출생 자체가 부모의 부정한 관계에서 비롯된 데다 유년 시절 잦은 이사 때문에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한 시기를 보내야 했다. 스트린드베리와 연극의 인연은 1875년 핀란드계 스웨덴인으로서, 스물네 살 된 젊은 여배우이자 브란겔 남작의 아내인 시리 폰 에센(Siri von Essen)과의 만남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훗날 프랑스어로 집필된 스트린드베리의 소설 ≪어느 바보의 고백(Le Pladoyer d’un fou)≫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그녀는 2년 뒤 전남편인 남작을 버리고 스트린드베리의 아내가 됨으로써 정신적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던 한 젊은 작가에게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심신의 안정을 제공했다. 그러나 결혼의 기쁨도 잠시,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첫 아이가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게다가 경제적 위기에 처한 스트린드베리가 파산을 선언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런 가운데 1879년 11월에 발표한 자연주의 계열의 소설 ≪붉은 방(Röda rummet)≫이 평단의 주목을 끌면서 작가로서 그의 인생이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1889년 끊임없이 불화를 겪어 오던 결혼 생활이 파경에 이르고 아내 시리가 세 아이와 함께 핀란드로 떠나 버린 뒤, 그 역시 쓸쓸히 스웨덴으로 돌아오고 만다. 당시 그에겐 ‘스웨덴을 대표하는 현대적인 작가’라는 명성이 뒤따랐으나 정작 알코올중독에 빠진 그는 안정적인 일자리조차 구할 수 없었다. 1892년 다시 스웨덴을 떠나 베를린에 정착해 유럽 각지에서 모여든 다양한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지내던 그는 이듬해 자신보다 스물세 살이나 어린 오스트리아 출신 젊은 언론인 프리다 울(Frida Uhl)과 재혼했으나 두 사람은 딸 케르슈틴(Kerstin)을 남긴 채 3년 뒤 파리에서 헤어진다. 1906년 9월, 배우인 아우구스트 팔크에 의해 <미스 줄리>의 스웨덴 초연이 극적으로 성사된다. 1911년 크리스마스 시즌 내내 폐렴을 앓았으며, 결국 병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간신히 해를 넘기긴 했지만 그는 결국 1912년 5월 14일, 만 6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조태준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同) 대학원을 졸업하고 앙토냉 아르토의 연극 이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배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2년 미국 루이지애나대학교(ULL) 커뮤니케이션학과 방문교수를 지냈다. 연극 이론과 극작술, 공연 미학과 관련한 논문과 칼럼을 여러 편 썼다. ≪골고다의 딸들≫(1993, 한웅출판), ≪바람의 전쟁≫(1996, 열린세상) 등의 번역 소설을 펴냈다. 또한 연극 현장에서 극작가와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연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 등 다양한 공연 장르를 넘나들며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고 현재 극단 인공낙원 대표, 극단 하땅세 상임 연출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희곡 <창밖의 앵두꽃은 몇 번이나 피었는고>, <3cm>, <푸른 개미가 꿈꾸는 곳>이 있으며, 연극 <유령소나타>, <루나사에서 춤을>, <목소리>,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 <애랑연가>, 오페라 <류퉁의 꿈> 등을 연출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부록1: 잉마르 베리만의 작업 일지
부록2: 앙토냉 아르토의 <유령소나타> 연출 계획서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학생: 이제야 해방이 되는군요! 편히 가시오, 내 연약하고 창백한 사람아. 편히 잠들어요, 아름답고 불운한 사람…. 무고하게 고통을 짊어졌던 사람아. 부디 꿈꾸지도 말고 고이 잠들어요. 다시 잠에서 깨어나거든 불붙지 않는 태양, 티끌 없는 집, 그리고 때 묻지 않은 친구들과 순수한 사랑의 인사를 받으시오…. 지혜롭고 자비로우신 부처님, 서방정토를 주관하시는 부처님이시여, 시련을 견뎌 낼 수 있도록 우리에게 인내를 주시옵소서. 우리의 희망이 꺼지지 않도록 지순한 의지를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