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패해 멸망한 직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정읍을 배경으로 전쟁을 겪는 민중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북 장수는 황산벌 전투에 고적대로 출정하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혀 탈영한다. 그는 곧 산적에게 붙잡혀 겁쟁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이들을 위해 북을 치게 되고, 탈출을 시도했다가 죽음을 맞는다. 한편 집에 남은 아내와 아이,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는 북 장수를 기다린다.
<정읍사>는 전쟁 때문에 행복했던 한 가정이 깨지고 불안과 기약 없는 기다림만 남은 상황을 형상화함으로써 역사적 질곡에서 민중이 겪는 고통과 희생을 강조했다. 전쟁에 참여했다 탈영한 북 장수와 주변 인물을 통해 민중이 겪는 망국의 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비겁함에 대한 인간적 고뇌 등을 드러내고 있으며, 약초꾼과 아이가 다정하게 노는 그림자를 바라보거나 물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단장하는 아내의 행동, 아내가 남편의 환영을 보는 장면 등을 통해 기다림의 정서를 서정적으로 형상화했다. 산마루에서 남편을 기다리거나 시장에서 남편을 찾아 헤매는 아내, 산적에게 잡혔다가 탈출을 시도하는 남편의 상황을 교차로 보여 주는 한편, 아내를 연모하는 약초꾼과 남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주막집 여인을 등장시켜 부부가 만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1982년 6월에 극단 민예극장 제작, 정현 연출로 문예회관(아르코)대극장에서 초연했으며, 제19회 한국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200자평
집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그의 안전을 기원하는 여인의 심정을 노래한 백제가요 <정읍사>에 연극적 상상력을 더해 12장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지은이
노경식은 1938년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났다. 1962년 경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65년 개설된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1965년에 희곡 <철새>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극작 활동을 시작했다. 역사적 질곡 속에서 민중의 애환을 다룬 작품과 역사적 인물과 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을 다수 창작했으며, 작품에서 호남 방언을 탁월하게 구사해 토속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대표작으로는 <달집>(1971), <징비록>(1975), <흑하>(1978), <소작지>(1979), <정읍사>(1982), <하늘만큼 먼 나라>(1985), <징게맹게 너른들>(뮤지컬, 1994), <서울 가는 길>(1995), <천년(千年)의 바람>(1999), <찬란한 슬픔>(2002), <반민특위(反民特委)>(2005), <두 영웅>(2007) 등이 있다.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세 차례 수상했으며, 한국연극예술상(1983), 서울연극제 대상(1985), 동아연극상 대상(1989), 대산문학상(1999), 동랑유치진연극상(2003), 한국희곡문학상 대상(2005), 서울특별시문화상(2006), 한국예총예술문화상 대상(2009), 대한민국예술원상(2012)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연극협회,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이자 차범석연극재단과 사명당기념사업회 이사,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고문이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정읍사>는
노경식은
책속으로
노래:
가을 가고 겨울 가고
새봄 돌아와 꽃도 피는데
어찌 그리 무심한가
님 소식 돈절하오
저기 저 뻑꾹새야
뉘를 위해 우는고
어제런가 오늘인가
아침인가 저녁인가
삼단같이 긴 머리
곱게곱게 감아 빗고
오늘도 초산으로
님 마중 가오
꽃샘바람 몸으로 돌고
밤 이슬도 차갑소
초산에 달 오르니
님의 소식 알리는 듯
달 그림자 님이신가
내 님이여 어서 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