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91년 이윤택이 연출을 맡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정극(正劇)으로 초연했다. 그림 공부를 하기 위해 1936년 동경으로 간 이중섭은 작품전에서 입선하는 성과를 거두는 한편 마사코와 사랑에 빠져 우여곡절 끝에 가정을 이룬다. 그러는 동안 조선은 해방을 맞지만, 해방 후 이념 갈등과 한국전쟁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의 예술 정신은 끊임없이 좌절한다. 전쟁 중 가난 때문에 가족을 일본으로 보내고 근근이 생활하던 그는 전쟁이 끝난 후 전시회를 열고 그림을 팔아 생활해 보려고 하지만 여러 난관에 부딪친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정신분열과 거식증으로 고통 받던 그는 결국 1956년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가족과 함께 이상향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이 재현된다. 그림은 끊임없이 좌절해야 했던 그의 삶과 대비되며 애상적인 정서를 자아낸다. 1991년 제15회 서울연극제에서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미국 라마마극장과 LA포스터극장에서 공연되었다.
200자평
한평생 끈질기게 소를 그리며 민족 미술을 지향했던 화가 이중섭의 삶을 극화한 작품이다. 예술가로서 순도적(殉道的)인 자세를 견지했던 이중섭의 모습을 그렸다. 제목인 ‘길 떠나는 가족’은 그가 1954년에 그린 그림 제목이기도 하다.
지은이
김의경은 1936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1960년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브랜다이스대학원 연극학과를 수료했다. 1964년 ≪문학춘추≫에 <갈대의 노래>, <신병 후보생>이 추천 완료되어 극작가로 등단했다. 극단 ‘실험극장’ 창립 동인으로 1960년부터 1976년까지 대표를 지냈으며, 1976년에는 극단 ‘현대극장’을 창설했다. 현재 ‘현대극장’ 고문이다. 한국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 초대 이사장(1982∼1986), (사)한국연극협회 이사장(1986∼1989), 국제극예술협회(ITI) 한국본부 회장(1995∼1999), 서울시립극단 초대 단장과 예술감독(1997∼2000), 공연문화산업연구소 이사장(2001∼2014년 현재)을 지냈으며 베세토(BESETO)연극제를 창설, 한국 대표로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무익조(無翼鳥)>(1966), <남한산성>(1974), <북벌>(1979), <식민지에서 온 아나키스트>(1984),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1986), <길 떠나는 가족>(1991), <조선통신사>(1995), <대한국인 안중근>(1998), <팔만대장경>(1999), <나비찬가>(2004), <사모(思慕)>(2009) 외 다수가 있다. 희곡집으로는 ≪남한산성≫(1966), ≪길 떠나는 가족≫(1998), 번역서로는 ≪스즈키 연극론≫(1993), ≪경극과 매란방≫(1993), ≪연극 경영≫(2002), ≪20세기의 일본 연극≫(2005), ≪살아 숨 쉬는 극장≫(공역, 2008), 저서로는 연극론집인 ≪도전과 응전의 긴 여정≫(2008) 등이 있다. 1975년 <남한산성>, 1986년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로 백상예술상 희곡상을 두 차례 수상했으며, 1989년 문화훈장 ‘보관장’을 받았다. 1991년 <길 떠나는 가족>으로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했고, 2001년 문화관광부에서 수여하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무대
제1장 서울 적십자병원
제2장 이중섭과 소
제3장 동경에서
제4장 남덕, 다시 태어나다
제5장 이별의 부산 부두
제6장 전람회의 그림들
제7장 자유인의 길
<길 떠나는 가족>은
김의경은
책속으로
구상: 환자 이중섭은 이 병원에 들어올 때 실은 과도한 영양실조였습니다. 황달에다가 간장염에 만신창이가 된 뼈만 남은 귀신 이중섭. 그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환자였습니다. 식사 거부, 링거 거부, 수혈 거부, 기를 써서 고통을 반려자로 삼았습니다.
중섭: 그리고 사랑 거부! 그림 거부! (울음이 터진다.) 남덕아, 난 결국 지고 마는 거야? 내 그림 내 사랑은 어디 갔지? 내 소 내 땅은 어디 갔지? 메피스토를 불러 줘. 내 영혼을 담보해서 마지막 한 장의 그림을 그리게 해 줘. 그게 안 되면 나는 최후의 재산권을 행사할 거야. 나의 자유를 행사하겠어. 더 살지 않을 자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