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양훈, 대철, 태우, 만식, 상수는 모두 후산리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동창으로, 친구 경주가 간암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가기 위해 모인다. 서울역 – 기차 안 – 장례식장 – 화장터 – 관광버스 안 – 터미널로 이어지는 공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들의 치열한 삶과 함께 죽음이 문득문득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경주의 화장 장면을 목격한 뒤 죽음은 그들에게 좀 더 가깝고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태우, 만식, 양훈, 상수는 서울로 올라가는 관광버스 안에서 일상의 수면 위로 떠오른 삶의 공허에 괴로워하며 광란의 놀이판을 벌이기도 한다. 이렇게 그들은 비일상적인 사건 체험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의 허무를 느낀다. 2005년 이성열 연출로 공연되어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연극베스트3’에 이름을 올렸고, 이듬해 제27회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으로 재공연되어 우수상, 희곡상, 연기상, 무대예술상을 수상했다.
200자평
초등학교 동창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중년 남성들의 1박 2일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사실주의 작품은 통일된 주제 의식을 나타내기 위해 플롯을 질서 있게 짜지만, 이 작품은 장마다 느슨하게 이어지는 두서없는 대화를 통해 일상을 산만하고 즉흥적으로 묘사한다.
지은이
윤영선은 1954년 전남 해남군 황한면 옥동리에서 태어났다. 1975년 단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입학, 그해 7월 월간 ≪진학≫에 시 <관음사에서>가 게재된 데 이어 12월 ≪시문학≫ 대학생 현상 모집에 <부모님 전상서>로 입선했다. 졸업 후 1982년부터 서라벌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재직하다 1987년 도미, 스토니브룩대학교 연극학과에 입학했다. 1990년 ‘없는 극단’을 창단해 교포, 유학생들과 연극 활동을 벌이며 <방자 같은 방자>, <녀석은 돌아올 것이다>, <맨하탄 일 번지> 등을 발표했다. 귀국한 이듬해인 1994년 <사팔뜨기 선문답>을 발표, 공연하면서 작가, 연출가로 데뷔했다. 1997년 이성열, 남긍호, 박상현, 김동현 등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작은 파티’를 결성하고, <키스>를 발표한다. 이 공연으로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연극베스트3’을 수상했다. 동해대학교 연극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작품 창작, 연출을 계속해 2005년에는 <여행>으로 ‘올해의연극베스트3’, 이듬해 제27회 서울연극제에서 우수상, 희곡상, 연기상, 무대예술상을 수상했으며, <임차인>으로 제8회 김상열연극상을 수상했다. 2007년 8월 간암으로 별세했다. 대표작으로는 <사팔뜨기 선문답>(1994), <키스>(1997), <G코드의 탈출>(1998), <파티>(1998), <나무는 신발 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2000), <여행>(2005), <임차인>(2006)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1. 서울역에서
2. 기차 안에서
3. 장례식장에서
4. 화장터에서
5. 버스 안에서
6. 터미널에서
<여행>은
윤영선은
책속으로
양훈: 무슨 마무리? 우리 아직 마무리하지 않았어. 우리 다음 달에 만나서 뭘 하자고 그랬었잖아. 그리고 나 이렇게 못 가. (태우에게) 야, 정말 우리 힘들어. 그냥 먹고사는데 바뻐. 그러다 보면 그냥 세월이 막 가는 거야. 이번에도 그러잖아. 어쩌다 보니 경주가 죽었잖아. 우리라고 안 그러겠어? 매일매일 먹고산다고 바쁘다 보면 그냥 시간이 가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를 좀 어떻게 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