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좌익 활동을 하다가 월북한 강수는 56년 만에 딸 영순을 데리고 고향에 돌아온다. 형 강득과 누이 수원이 강수를 반기지만 아들을 기다리던 노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오랜 기다림과 그리움에 지쳐 아내 애숙은 정신을 놓아 버렸다.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 때문에 ‘빨갱이 자식’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아야 했던 영범은 강수와 이복 누이 영순을 반기지 않는다. 강수와 죽마고우였지만 그에게 아버지를 잃고 복수할 날만 기다려 온 택성은 낫을 들고 강수를 찾는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면서 각 인물에게 한과 응어리가 맺히게 된 이유를 제시하는 동시에 청년 시절과 노인이 된 현재 모습을 대비해 56년이라는 시각적 거리를 보여 준다. 또한 강수가 어머니 무릎을 베고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잠드는 장면, 강수와 택성이 씨름을 하며 느린 동작으로 무대를 가로지르는 장면과 함께 정지 동작과 움직이는 인물의 대비를 통해 과거 기억과 그에 대한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2007년 차범석희곡상 1회 수상작으로, 2008년 6월 11∼29일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심재찬 연출로 공연했다.
200자평
전쟁 중 월북했다가 56년 만에 귀향한 주인공 강수를 통해 좌우 이념 갈등과 분단으로 인한 상처, 화해를 그려 낸 작품이다. 프롤로그를 포함해 11장으로 구성했다.
지은이
김명화는 1966년 김천에서 태어났다. 1984년 이화여대 교육심리학과에 입학, 교내 연극반에서 활동한 것을 계기로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공부했다. 1994년 월간 ≪객석≫ 예음상 비평 부문에 입선, 연극평론가로 먼저 등단했고 1997년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로 삼성문예상 희곡상을 수상, 극작가로 등단했다. 2000년 김상열연극상, 2002년 동아연극상작품상, 대산문학상희곡상, 2003년 아사히신문 공연예술대상, 2004년 문화관광부 오늘의젊은예술가상, 2007년 제10회 여석기연극평론가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 <침향>으로 제1회 차범석희곡상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꿈>, <냄비>, <카페 신파>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1장 프롤로그
2장 기다리는 사람들
3장 바람
4장 해후
5장 복수의 날
6장 성묘 가는 길
7장 형제
8장 성묘
9장 귀신들
10장 생강굴
11장 보내는 사람들
<침향>은
김명화는
책속으로
강수: 택성아. 내, 궁금한 게 하나 있었데이.
택성: ….
강수: 평생 궁금했재. 너, 내가 도망치던 날 기억하나. 그기 이상했데이. 어째서 메구를 칬을꼬. 그냥 와서 잡아가만 됐을 낀데, 온 동네가 알도록 왜 그리 떠들썩했더노.
택성: ….
강수: 내 도망 가라고 니 일부로 그캤제. …. 일이 그래 번질 줄 그때사 우째 알았겠노. 그때는 그기 옳은 일인 줄 알았데이. 그것밖에는 길이 없는 줄 알았재. …. 미안하다, 택성아. …이 말 한마디 하는데 한평생이 걸릴 줄 몰랐다.
택성: …강수야 …이북에도 씨름 있더나. 거도 여맨치로 씨름하는가 가끔 가다 궁금해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