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매몽 설화는 흔히 알려져 있기로, 가야 후손인 김유신이 삼국 통일의 대업을 꿈꾸는 김춘추에게 여동생 문희를 접근시켜 장차 신라 왕이 될 문무왕을 낳게 했다는 내용이다. 김유신이 대표하는 남성 인물들의 정치적 욕망이 전면에 등장하는 반면 여성 인물들은 이들에게 이용당하는 수동적인 존재에 그친다. 하지만 <꿈속의 꿈>은 여성인 보희와 문희가 주요 인물이다. 문희의 언니이자 유신의 동생인 보희는 남성 인물에게 순종적인 인물이 아니라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지며, 춘추와의 사랑 앞에서도 당당한 여성이다. 그녀는 정치적 욕망에 찬 유신의 제안을 거절하고 자신의 꿈은 자신이 꾸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
이렇듯 작가는 남성주의적 거대 담론을 걷어 내고 그 안에 가려져 있던, 여성의 비극적 운명과 고통을 극화함으로써 새로운 여성적 서사 세계를 성취했다.
2008년 극단 작은신화가 신동인 연출로 초연해 그해 서울연극제 대상, 희곡상, 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200자평
여성주의 관점에서 역사 속 인물들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작가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보희, 문희 자매의 매몽(賣夢) 설화를 남성 중심의 관습적 서사에서 벗어나 새롭게 재창조했다.
지은이
장성희는 1989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1996년 동 대학 연극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3년 월간 ≪객석≫에서 수여하는 예음상 연극평론 부문에 당선, 평론가로 먼저 등단했다. 1997년 단막극 <판도라의 상자>가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하면서 극작가로 데뷔한 이래 꾸준한 창작 활동으로 자신만의 극작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소외된 소시민의 삶을 따뜻한 시각에서 그려 냈는데, 2007년 발표한 <물속의 집>, <안티 안티고네>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여성주의적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꿈속의 꿈> 외 <이 풍진 세상의 노래>, <길 위의 가족>, <달빛 속으로 가다> 등 다수가 있으며, ≪장성희 희곡집≫(평민사, 1999), ≪꿈속의 꿈≫(애플리즘, 2009) 등을 출간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꿈속의 꿈
<꿈속의 꿈>은
장성희는
책속으로
사관: 문무왕이 왕위에 오르니, 이름은 법민이고 태종 왕의 맏아들이다. 어머니는 김씨 문명왕후로 소판 서현의 막내딸이요, 유신의 누이이다.
언니가 꿈속에서 서형산 마루에 앉아 오줌을 누었는데 오줌이 흘러 나라 안에 가득 찼다. 꿈을 깨어 동생에게 꿈 이야기를 했더니 동생이 장난삼아 말하기를 내가 언니의 이 꿈을 삽시다 하고는 이로 인해 비단 치마를 꿈 값으로 주는 것이었다. 며칠 뒤에 유신이 춘추공과 함께 공을 차다가 그만 춘추의 옷고름을 밟아 떼 내고 말았다. 유신이 말하기를 우리 집이 다행히 가까이 있으니 가서 옷고름을 답시다라고 하였다. 이윽고 함께 집으로 가서 술자리를 벌여 놓고 조용히 보희를 불러 바늘과 실을 가지고 와서 꿰매라고 했는데 보희는 사정이 있어 나오지 않고, 그 동생이 앞에 나와 옷고름을 달았다. 담백한 화장과 가벼운 옷단장에 빛나는 아름다움은 보는 이를 눈부시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