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권구현 시의 문학사적 의의는 당시 주류를 형성했던 계급문학의 내용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문학 자체의 의의를 옹호하며 아나키즘 사상을 기반으로 한 데 있다. 권구현의 자유시는 이원적 대립 구조를 통해 지배계급에 대한 저항 의식을 드러내면서도 문학을 정치 선전의 도구나 계몽의 수단으로 삼았던 계급문학가들과는 다른 문학적 성과를 보여 주었다. 문학 자체의 자율성을 중시했던 그는 극난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읊을 뿐 적극적인 대항을 노래하지 않는다.
시조 창작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당시 좌파 문인들은 시조를 양반 문학으로 규정하고 돌아볼 가치가 없으며 배격되어야 하는 구시대 유물로 치부했다. 카프 맹원으로서 좌파 문인에 분류되던 권구현이 시조 창작에 열의를 보인 것은 특이한 일이다. ≪흑방의 선물≫에 실린 시조 50수를 ‘단곡’이라 부르는 데서 그의 시조 창작이 유랑 극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단가를 불렀던 시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권구현은 협의의 시조 전통을 계승해 재래의 화조풍월만 읊던 양식에서 벗어나 민중의 비참하고 고달픈 삶을 날것 그대로 시조 형식에 담아낸다.
권구현의 시는 오늘날 우리에게 권력이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를 묻는다.
200자평
권구현의 시는 아나키즘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북’은 북소리를 내야 하고, ‘물’은 물소리를 내야 한다는 그의 문학론은 다 같은 무산계급이라도 자신이 처한 처지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아나키즘의 자유의 원리와 상통한다. 이 책에는 그의 아나키즘 사상이 두드러지는 시편을 중심으로 수록했다.
지은이
권구현(1898~1944)
흑성(黑星) 권구현은 1898년 8월 17일 충북 영동군 양강면 산막리 479번지에서 출생했다. 영동공립보통학교를 1915년에 졸업했고, 그 후의 학력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그의 시집 ≪흑방의 선물≫에 동경 체험을 수록한 것을 보면 1923년에서 1926년 사이에 일본에서 유학했음을 알 수 있다. 유가족들은 그가 동경제국대학에서 수학했다고 하지만, 기록이 남아 있지 않고, 동경미술학교를 다녔다고 하지만 이것 역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다만 미술 평론과 개인 미술전을 개최한 이력을 통해 볼 때 그가 본격적인 미술 수업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소리[唱]에도 일가견이 있어 유랑 극단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다재다능한 재주와는 달리 그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홍효민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술과 방랑으로 세월을 보냈”고, “아내를 술집으로 내돌리는”, “문인으로서는 가장 고독하게 또는 가장 비참”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1932년 영동으로 귀향했다가 만 4년 동안 서울에 올라오지 못한 이유가 여비가 없었기 때문이고, 귀향한 이유도 가난 때문이었다고 적고 있다. 귀향 후 흑성은 문학보다 미술에 전념해 1933년, 1934년에 걸쳐 동양화부에 입선했다. 그 후에도 그의 방랑은 계속되어 1938년 순천에서 박봉이와 동거 중에 자살해 만 40세로 삶을 마친다.
그는 1925년 8월 염군사와 파스큘라(PASKYULA)의 통합으로 발족된 카프의 맹원으로 문단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 후 1927년 카프 내부의 아나키스트와 카프 강경파의 논쟁으로 권구현은 그 조직에서 이탈해 1928년 1월 3일 이향(李鄕), 이홍근(李弘根) 등과 함께 ‘조선자유예술연맹’을 서울 낙원동의 수문사에서 조직한다. 권구현은 김화산, 강허봉, 이향, 이홍근 등과 동지의 입장에서 이론을 펼쳤지만, 실제 작품 활동에서는 춘원의 영향이 발견된다. 그는 시조와 자유시를 창작하게 되는데, 이는 춘원과 김화산의 영향을 받은 것을 증명한다.
엮은이
김학균
김학균은 충북 보은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세종대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는 서울시립대 글쓰기센터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염상섭 소설의 추리소설적 성격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1920년대 문학 연구에 매진하면서 논문을 쓰고 있다.
차례
黑房의 선물
其一·······················3
其二·······················4
其三·······················5
其四·······················6
其五·······················7
其六·······················8
其七·······················9
其八······················10
其九······················11
其十······················12
其十一·····················13
其十二·····················14
其十三·····················15
其十四·····················16
其十五·····················17
其十六·····················18
其十八·····················19
其十九·····················20
其二十·····················21
其二十一····················22
其二十二····················23
其二十三····················24
其二十四····················25
其二十五····················26
其二十六····················27
其二十七····················28
其二十八····················29
其二十九····················30
其三十·····················31
其三十一····················32
其三十二····················33
其三十三····················34
其三十四····················35
其三十五····················36
其三十六····················37
其三十七····················38
其三十八····················39
其三十九····················40
其四十·····················41
其四十一····················42
其四十二····················43
其四十三····················44
其四十四····················45
其四十五····················46
其四十六····················47
其四十七····················48
其四十八····················49
其四十九····················50
其五十·····················51
無主魂의 獨語
永遠의 悲哀···················55
奏樂······················56
도라를 가자···················57
黎明······················58
악이의 자랑···················59
無主魂의 獨語··················60
現象······················61
歡樂과 孤獨···················62
屠獸場·····················63
벗이여·····················65
나아가자····················66
暴風雨의 밤···················68
樂園······················69
煽動······················70
바다······················71
여름 길·····················73
田園으로····················74
나그내의 길···················75
斷章 (其一)···················76
虛無······················77
經驗······················78
偶吟······················79
밤낫 괴로워···················80
斷章 (其二)···················82
봄꿈을 그리며
봄 동산에서···················85
가지이다····················86
별불······················87
이저지오라···················88
片戀······················89
뜻 안인 이 땅에··················90
아아 그대야···················91
님이여·····················92
가을 거리에서··················93
사랑의 꼿····················94
病床에서····················95
그대는 별이오니·················96
眞珠······················97
입[口]······················98
마음······················99
生命花·····················100
少女의 畵像··················101
꾀꼬리 집····················102
永生花?····················103
孤獨者여····················104
님·······················105
가신 님의 墓 위에서···············106
해설······················107
지은이에 대해··················120
엮은이에 대해··················126
책속으로
1.
개아미의 죽음에도
눈물을 흘이는 者 잇다 하오니
뭇노라 人間이
그다지도 慈悲한가?
피 뭇은 쇠갈비를
가로물고 뜻는 者 잇다 하오니
뭇노라 人間이
그다지도 殘惡한가?
-<偶吟>
2.
屠獸場에 끄을여 드러가는 소를 보고
나는 울엇다 나는 울엇다
反抗할 줄 모르는 어린애처럼
부드러운 눈만 끔벅이며
터벅터벅 드러가는
그 둔한 발작옥 밋헤서
가엽슨 人生의
마지막 노래를 들엇노니
나는 참으로 울엇다
나는 참으로 울엇다
–<屠獸塲>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