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구동독 출신 극작가로 서구 연극계에서 더욱 주목받은 뮐러의 대표 희곡 5편을 모았다. 난폭한 장면, 수수께끼 같은 암호와 상징, 은유로 뒤덮인 압축된 언어 등 기존의 틀을 기초부터 흔들어 놓는 뮐러의 극은 관객을 경악시킨다. 모든 것에 무감각해져 있는 현대인의 의식과 고정관념 틀을 깨기 위해 관객을 경악시키는 것이다. “브레히트 이후 가장 의미 있는 독일어권 극작가” 뮐러의 연극관을 책에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고대 로마의 비극적인 전설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구성한 <호라치 사람>, 정신이 억압당하는 시대 상황에서 고뇌하는 지식인, 예술가의 모습을 햄릿으로 형상화한 <햄릿기계>,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를 발몽 대 메르테유의 성 대결로 극화한 <사중주>, 뮐러의 극작품 중 가장 난해하다고 할 수 있는 <그림쓰기>가 있다. 그 밖에도 <황폐한 물가>, <메데이아자료 아르고호 사람들이 있는 풍경>, <아르고호 사람들이 있는 풍경>이라는 세 편의 독립된 장면으로 이루어진 <황폐한 물가 메데이아자료 아르고호 사람들이 있는 풍경>을 수록했다. 정복자인 이아손을 비롯한 아르고호 원정대와 그에게 정복당했던 메데이아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억압 구조, 그 반복으로 인한 인류의 종말을 경고하려는 작품이다. 뮐러가 쓴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작품들로 출간을 위해 기존 번역을 다듬었다.
200자평
구동독 출신 극작가로 서구 연극계에서 더욱 주목받은 뮐러의 대표 희곡 5편을 모았다. 난폭한 장면, 수수께끼 같은 암호와 상징, 은유로 뒤덮인 압축된 언어 등 기존의 틀을 기초부터 흔들어 놓는 뮐러의 극은 관객을 경악시킨다. 모든 것에 무감각해져 있는 현대인의 의식과 고정관념 틀을 깨기 위해 관객을 경악시키는 것이다. ‘브레히트 이후 가장 의미 있는 독일어권 극작가’ 뮐러의 연극관을 책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지은이
하이너 뮐러는 구 동독 출신으로 동독에서보다는 서구 연극계에서 더욱 주목받은 특이한 극작가에 속한다. 그의 생애를 살펴볼 때,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한 1950년대 이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그의 도정은 비난과 오해 그리고 찬사가 한꺼번에 뒤섞인 모순의 과정이었다. 동독 문화 정책과 마찰을 빚은 데 따른 출판과 공연 금지의 역경에서부터 독일 통일 이후 이미 저명인사가 된 그에게 가해진 동독국가보위부(슈타지) 가담 전력에 대한 비난에 이르기까지 그는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양 독일에서는 그의 문학을 중요하게 평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왔고, 1990년에는 프랑크푸르트 연극제 ‘엑스페리멘타 6’(1990. 5. 19∼1990. 6. 4)이 그에게 헌정되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 같은 현상은 이 작가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긴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독일 문단에서 그의 특수한 위치를 암시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옮긴이
정민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독문학박사)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현대독일문학을 수학했다. 2013년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교수다. 2002년부터 여러 연극인들과 희곡낭독공연회를 결성해 번역과 낭독 공연을 통해 여러 나라의 동시대 희곡을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 ≪카바레. 자유와 웃음의 공연예술≫, ≪하이너 뮐러 극작론≫, ≪하이너 뮐러의 연극세계≫(공저), ≪하이너 뮐러 연구≫(공저)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뮐러 산문선≫, ≪하이너 뮐러 평전≫, 카를 발렌틴 선집 ≪변두리 극장≫, 탕크레트 도르스트의 ≪검은 윤곽≫,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욕망≫, 욘 포세 희곡집 ≪가을날의 꿈≫, 욘 포세의 ≪이름/기타맨≫, 우르스 비드머의 ≪정상의 개들≫, 볼프강 바우어의 ≪찬란한 오후≫, 독일어 번역인 정진규 시선집 ≪Tanz der Worte(말씀의 춤)≫ 등이 있다. 그 밖에 <독일어권 카바레 연구 1, 2>, <전략적 표현 기법으로서의 추>, <예술로서의 대중오락−카를 발렌틴의 희극성>, <하이너 뮐러의 산문>, <한국 무대의 하이너 뮐러>, <Zur Rezeption der DDR-Literatur in Südkorea> 등 많은 논문을 썼다. 주요 드라마투르기 작품으로 손정우가 연출한 <그림쓰기>, 백은아가 연출한 <찬란한 오후>, <보이첵-마리를 죽인 남자>, 송선호가 연출한 <가을날의 꿈>, 홀거 테슈케가 연출한 <서푼짜리 오페라> 등이 있다.
차례
호라치 사람
햄릿기계
사중주
황폐한 물가 메데이아 자료 아르고호 사람들이 있는 풍경
그림쓰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호라치 사람> 12~19쪽
여기에 승리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호라티우스.
여기에 살인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호라티우스.
많은 사람이 한 사람 안에 존재한다.
한 사람은 칼싸움에서 로마를 위해 승리했다.
다른 한 사람은 필연성도 없이
여동생을 죽였다. 이들 각자에게 자기 것을.
승리자에게 월계관을. 살인자에게 도끼를.
그리고 호라치 사람에게 월계관을 씌웠다.
월계관을 들었던 자는 팔을 쭉 뻗어
자기 칼을 높이 들고 승리자에게 경의를 표했다.
집정관의 수행원들도
부월과 손도끼를 내려놓고, 먼지 속에 놓여 있던,
서로 다른 피로 두 번 얼룩진 칼을 높이 들어
승리자에게 건네주었다.
(…)
집정관의 수행원들은 자신의 칼을
다시 허리에 꽂고 살인자의 손에서
승리자의 칼을 빼앗아, 먼지 속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도끼를 든 자는 승리자에게 왕관으로 씌웠던
월계관을 살인자의 머리에서 떼어 내
월계관을 들었던 자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호라치 사람의 머리 위로
그가 필연성도 없이
한 인간을 죽였다는 이유로 들어가도록 선고받은 암흑,
그 암흑의 색깔인 수건을 씌웠다.
(…)
그리고 호라치 사람의 아버지가 말했다.
이 아이는 내 마지막 남은 자식이다. 이 아이 대신 나를 죽여라.
그러자 민중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일 수는 없다.
그리고 도끼로 판결을 받은 호라치 사람
피가 땅에 쏟아졌다.
(…)
그리고 로마인 중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후세는 호라치 사람을 어떻게 부를까?
민중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를 알바에 대한 승리자로 불러야 한다.
그를 자기 여동생을 죽인 살인자로 불러야 한다.
그의 공로와 그의 죄를 하나의 목소리로.
그리고 그의 죄를 말하고 그의 공로는 말하지 않는 자
그는 개로서 개와 함께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공로를 말하고 그의 죄는 말하지 않는 자
그 또한 개와 함께 살아야 할 것이다.
(…)
그리고 그들은 각자 자기 일로 돌아갔다.
쟁기 이외에 해머, 펀치, 철필 그리고 칼을 잡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