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김은숙은 우리나라 판타지의 대부인 김요섭의 뒤를 이은 작가답게 꿈과 판타지가 가득한 작품들을 40여 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끊임없이 선보여 왔다. 김은숙이 평생 추구해 온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화두는 ‘꽃’과 ‘사랑’이다. 김은숙의 작품 세계에서 꽃은 라캉의 언어를 빌자면 김은숙이 추구하는 팔루스(Phallus), 즉 궁극적인 욕망, 대타자(Objet A, 大他者)로서 나타나는 주요 소재다. 김은숙은 동화가 곧 판타지라고 믿는 작가이며 자신의 모든 작품에서 이런 믿음을 실천한다.
<빨간 왕관의 나라 하얀 왕관의 나라>는 생김새도 성격도 서로 상이한 임금들이 각자 빨간 왕관, 하얀 왕관을 쓰고 백성들과 함께 빨간 꽃, 하얀 꽃을 키우는 두 나라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꽃불 켜는 집>은 우리 어린이들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이다. <숲 속의 시계방>을 읽으면서 우리는 지금쯤 어디에 와 있는가, 우리가 가진 시계는 어떤 방식으로 망가져 있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핑키가 팬지를 만난 얘기>에서 우리는 삼라만상이 돌고 도는 자연의 이치를 읽게 된다.
이 책에 실린 모든 이야기에 ‘이것이 판타지’라고 주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구성해 놓은 장치는 없다. 주인공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환상의 공간으로 척척 발을 들여놓는다. 김은숙의 주인공들에게는 동화 세계 자체가 바로 환상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억지나 두려움이 없으니 독자들 역시 동화 세계로 초대를 받아 마음껏 독서를 하다, 작별 인사하고 친구 집을 나오듯이 아무런 의문 없이 책을 덮게 된다.
200자평
김은숙은 판타지의 대부인 김요섭의 뒤를 이어 꿈과 판타지가 가득한 작품들을 끊임없이 선보여 왔다. 김은숙이 평생 추구해 온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화두는 ‘꽃’과 ‘사랑’이다. 이 책에는 <빨간 왕관의 나라 하얀 왕관의 나라> 외 6편이 수록되어 있다.
지은이
김은숙은 1947년에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1969년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1970년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다. 1984년에는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원 국문과 석사를 졸업했다. ≪아동문학사상≫에 <하얀 조개의 꿈>으로 등단했다. 1972년에는 대한민국 문학상 아동 부문에서 우수상을, 1998년에 <낙엽 한 장만 한 바람>으로 소천문학상을, 2003년에 <우주로 날아간 뒤주왕자>로 방정환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꽈리불≫, ≪뽕뽕돌과 성게≫, ≪엄마의 일기≫, ≪초대받은 꽃반디≫ 등 다수가 있다. 2004년부터 김요섭이 창간한 ≪아동문학사상≫을 복간해 연간 무크지로 발행하고 있다.
해설자
최정원은 이화여자대학교 문리대 불어불문학과,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불어불문학과 석사, 동대학원 비교문학과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대학에서 ‘현대비평론’, ‘글쓰기’, ‘동화창작론’ 등을 가르친다. 청소년 소설 ≪클론≫, ≪카르마≫, 동화 ≪꽃눈 잎새 낙엽 그리고 흰눈≫, ≪황금나라≫, ≪내 동생 아날로≫, ≪올챙이 어항 탈출기≫, ≪내 복에 산다 감은장아기≫, ≪바리공주≫, 그림동화 ≪라바≫, ≪달님과 꽃시계≫, ≪하늘새 방울이≫, ≪구렁덩덩 신선비≫,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 ≪눈의 여왕≫ 등의 책을 냈다. ≪세상을 살린 10명의 용기 있는 과학자들≫, ≪인생을 축제로 이끄는 마음의 로드맵≫ 등의 책을 번역했다. 1987년 1월 중앙일보사에서 ‘소년중앙문학상’을, 1994년 11월 MBC문화방송에서 ‘MBC창작동화대상’을 수상했다.
차례
작가의 말
꽃불 켜는 집
빨간 왕관의 나라 하얀 왕관의 나라
낙엽 한 장만 한 바람
애기 반디
숲 속의 시계방
핑키가 팬지를 만난 얘기
이야기를 파는 가게
해설
김은숙은
최정원은
책속으로
“엉망진창이 된 시계를 할아버지가 어떻게 고치나요?”
준이의 물음이 이어졌습니다. 할아버지가 준이의 얼굴을 살피듯 찬찬히 바라보았습니다.
“우선 시계 소리를 마음으로 듣는 거다. 그런 다음 시간에 대한 좋은 생각을 모으지. 이를테면, ‘시간은 바위를 뚫는 물방울처럼 부드럽다’라든가 ‘시간은 숲 속의 바람처럼 보이지 않으나 바람처럼 무언가를 바꾸어 놓는다’라든가 하는 생각들…. 그런 생각들을 고치는 시계마다 하나씩 넣어 주는 거야. 사실 시간이란 녀석, 퍽 재주가 많은 녀석이지. 고무줄처럼 제 몸을 늘일 줄도 알고 풍선처럼 부풀릴 줄도 알고, 또 무엇에 재미를 붙였다 하면 그 속에 포옥 빠져 버릴 때도 있지. 그럴 때면 오래 묵힌 술처럼 색다른 향기를 띄워 나를 취하게 해 주곤 한단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시간을 잊지 않았을 때 얘기지.”
“할아버지 말씀 아리송해요. 하지만 들으니까 시간도 사람처럼 숨을 쉬는 것 같아요.”
“어, 그렇지? 참 멋진 생각을 했구나. 숨을 쉬고말고. 숨 쉬지 않는 시간은 죽은 시간이야. 보거라, 저 시계들.”
할아버지가 벽에 걸린 시계들을 가리켰습니다.
“저마다 소리를 내지? 바로 시간이 숨 쉬는 소리란다.”
“그런데 할아버지! 똑같은 시간인데 시계마다 숨 쉬는 게 달라요? 어떤 건 빠르게 쉬고 어떤건 천천히 쉬고….”
“사람은 안 그러냐? 쫓기듯 숨을 급히 몰아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느긋하게 숨을 천천히 쉬는 사람도 있고….”
준이가 딴은 그렇구나 싶어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숲 속의 시계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