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신충행의 동심에는 언제나 현실 상황을 극복하는 동심 표출 의지가 배태되어 있다. 적확한 문장, 유려한 문체 그러면서도 속도감 있는 문체로 긴장감을 더한다. 신충행의 동화에서는 동심적 자아와 현실 관계 정립이 지속되어 나타난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아 탐색의 과정을 보인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짓지 않고 일체화를 이룬다. 또한 자신의 진솔한 체험을 바탕으로 대상 안에 무늬 져 있는 의식과 밖의 풍경들 또는 사물들을 조명한다. 현실과 동심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작가 특유의 문체와 이야기 솜씨로 여과시킨다.
작가의 창작 기법은 이 책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불행한 인물의 영혼을 구제하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작품 <고개 위의 나리꽃>과 <가슴앓이 구두>를 중심으로 읽어 낼 수 있다.
<가슴앓이 구두>는 전쟁 상황 고발의 주요한 기법적 요소인 구두의 상징성이 과제로 남겨졌다. 한 해에 한 켤레씩은 꼭 군인들이 신는 진짜 군화를 만들어서 진열장에 넣어 놓는 일을 50년 동안 해 온 주인공의 삶이 눈물겹다. 작품을 지배하고 있는 전쟁 체험은 비굴한 자신에 대한 참회를 확인하는 계기로 지속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인물의 대립 양상을 행동에 두어 작품 속의 장면과 현실 속의 추체험 장면이 괴리감을 갖지 않게 한다. 독자가 문학적 장치에서 간접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놓는다.
신충행은 제재의 특이성에 착안하기보다는 메시지를 들려주려 한다. 전쟁이 사람들 마음속과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어 서로를 고통스럽게 하는 부정적 요인을 선명히 드러낸다. 특히 <고개 위의 나리꽃>과 <가슴앓이 구두>는 현실과의 관계에 충실하면서 고발성이 짙다. 소외되지 않아야 할 인간적 삶과 상실된 인간성을 우회적으로 담아낸다. 인물과 사건의 제시로 사회 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제재에 대한 해석과 의미 발견을 유도한다.
신충행은 실감나는 묘사와 속도감 있는 문체를 수사해 재미보다는 생각하는 동화를 주창한다. 현실과 동심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작가 특유의 문체와 이야기 솜씨로 여과시킨다. 신충행 동화 공간의 동심적 지향성은 작품의 영역에서 현실의 영역을 넘나드는 특성을 보여 준다. 동심의 내면으로부터 사물과 현상의 외부 세계로 깨어나는 데 새로운 통로를 찾는다. 사물과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동화적 표현 기법이 원숙미를 더해 간다.
200자평
신충행의 동심에는 언제나 현실 상황을 극복하는 동심 표출 의지가 배태되어 있다. 적확한 문장, 유려한 문체 그러면서도 속도감 있는 문체로 긴장감을 더한다. 현실과 동심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작가 특유의 문체와 이야기 솜씨로 여과시킨다. 이 책에는 불행한 인물의 영혼을 구제하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작품 <가슴앓이 구두> 외 11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신충행은 1944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198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부처님 웃으시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3년 ≪바람을 먹는 아이들≫ 이후, ≪꿈꾸는 바람개비≫ 등 60여 권의 동화집과 ≪백범일지≫, ≪허균≫ 등 위인전 20여 권을 선보였다. 정확하고 아름다운 문장, 스토리 줄거리의 탄탄함을 인정받아 계몽아동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경남아동문학상, 남명특별문학상을 받았다.
해설자
최용은 1963년 대구에서 출생했다.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구한의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김성도 동화연구>로 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에 평론 <동심의 시적 변용>이 계간 ≪아동문학평론≫에 당선되었다. 평론으로는 <리얼리즘 문학론>, <분단시대 아동문학 연구>, <전통의 감응과 수용>, <동화정신의 탄력성>이 있고, 동시로는 <놀이터>, <5월>이 있으며, 평론집으로는 ≪생명 존중의 패러다임≫이 있다. 제20회 방정환문학상을 받았다.
차례
작가의 말
해간녀
금 단추와 민들레
엄마의 졸업식
찐쌀
구원의 손길
고개 위의 나리꽃
미우와 봄비
가슴앓이 구두
교실 없는 학교
기도하는 여인
알을 낳은 유화
부둥켜안은 형제
해설
신충행은
최용은
책속으로
1.
“그때였습니다.
‘맞아. 나도 새싹의 우유, 봄비를 온몸으로 받아 마시는 거야. 그럼 나무처럼 빨리 크겠지.’
미우의 머릿속에 보석처럼 반짝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미우와 봄비> 중에서
2.
‘이등병은 일등병의 구두를 억지로 벗겨 신고는 그 산을 떠났습니다. 이름 모를 산과 들을 지났습니다. 낯선 마을을 거쳐 몇 날 며칠 만에 부대를 찾아갔습니다. 이등병은 전쟁이 거의 끝나 갈 무렵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도둑이야. 나라를 위해 싸우러 가족을 남겨 놓고 고향을 떠났던 병사야. 그런데 적의 총을 맞아 다리를 다친 부상병의 신을 뺏어 신고 나만 살아 오다니 이래도 되는 걸까?’
고향으로 돌아와 신기료장수가 된 병사의 머릿속에선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구두를 고칠 때면 산속에 내버려 두고 온 일등병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려서 견딜 수 없이 괴로웠습니다.
‘아냐. 도둑질한 게 아냐. 나는 그저 죽어 가는 사람에겐 필요하지도 않은 구두 한 켤레를 벗겨 신고 왔을 뿐이야. 그게 무슨 죄란 말인가. 세월이 가면 잊어지겠지.’
이등병은 이렇게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가슴앓이 구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