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는 루치우스 부르크하르트가 1995년 독일 연방 디자인 진흥상 수상을 기념해서 발간했는데, 그가 1965년에서 1985년 사이에 여러 잡지에 기고하거나 강연회에서 발표한 글과, 현재 건축과 디자인 등 각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부르크하르트에 대해 쓴 글을 담았다.
이 책의 가장 대표적인 글인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는 원래 1980년 오스트리아의 린츠에서 열린 디자인 전시회와 포럼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에서 펴낸 카탈로그에 실렸었다. 행사와 글의 취지는 모두 형태와 기술적인 문제로 다루어지던 디자인 담론을, 보이지 않는 부분인 사회적 연관 관계로 확대시키자는 데 있다.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본 디자인 이야기는 자칫 딱딱해 질 수 있는데, 부르크하르트는 특유의 위트와 냉소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는 디자인의 보이지 않는 부분인 사회적 관계뿐만 아니라 <미학과 생태학>처럼 환경과 생태 그리고 이와 관련한 디자인 또는 미학에 대한 글도 많이 남겼다. 또한 환경에 대한 사고를, 산책을 통해 학문적으로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부르크하르트가 그의 아내와 함께 고안해 낸 ‘산책학’이라는 생소한 개념의 학문이 있는데, 여기 번역된 <미학과 생태학>과 인터뷰 <보는 것과 인식하는 것>에서 그 내용을 조금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원전은 디자인, 형태, 로빈슨의 난파선, 산책학, 미해결 문제 등 크게 5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는데, 주제마다 부르크하르트의 글이 4∼9편 실려 있다. 각 주제 끝 부분에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건축, 예술, 도시계획, 미술사, 디자이너, 풍경 건축, 생물학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쓴 글이 1∼3편 실려 있다. 원전은 비교적 짧은 글들을 모아둔 형태이기 때문에, 이 책은 원전 중 몇 편의 글을 선별해서 완역하는 방식을 취했으며, 부르크하르트가 직접 쓴 글과 주요 주제인 디자인의 ‘보이지 않는 부분’과 ‘산책학’에 대한 글을 중심으로 선택했다.
200자평
작가는 디자인이란 사회적 총체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형태와 기술적인 문제로만 다루어지던 디자인 담론을, 보이지 않는 부분인 사회적 연관 관계로 확대시키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 자칫 딱딱해 질 수 있을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본 디자인 이야기를 부르크하르트는 특유의 위트와 냉소로써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지은이
부르크하르트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태어나 1955년 바젤대학교에서 국가 경제와 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뮌스터대학교와 도르트문트대학교에서 사회학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울름조형대학, 스위스 취리히공과대학, 카셀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했다. 디자인과 관련해서는, 울름조형대학과 취리히공과대학에서 강의했고, 독일공예연맹 기관지 ≪베르크≫의 편집장을 거쳐 독일공예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바이마르건축대학에서 디자인 학부를 설립하고 초대 학장을 맡았다. 1980년대에는 사회경제적 관점에서의 도시 연구를 바탕으로, 아내 아네마리 부르크하르트와 함께, 산책을 통해 환경에 대한 사고를 정리하고 확립하는 학문인 산책학(Promenadologie 또는 Sparziergangswissenschaft, 영어로는 Strollology)이라는 고유의 학문 분야를 개척했다. 사회와 환경, 그리고 미학적 관점에서 쓴 그의 글들은 여러 책과 전문 잡지, 강연 등을 통해 소개되었는데, 이런 글들을 모은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외에 ≪아이들이 혁명을 먹어 치운다≫(1985) ≪왜 풍경은 아름다운가? 산책학≫(2006)이 대표적이다. 루치우스 부르크하르트는 1994년 생태학과 미학 부문에서 헤센 문화상을, 1995년 독일 연방 디자인 진흥상을, 그리고 2001년 스위스 디자인상을 받았다.
옮긴이
한국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고 1989년 독일로 건너가 보훔대학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근·현대 미술관 건축에 대한 논문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유학 중인 1994년부터 ≪월간 디자인≫, ≪공간≫, ≪산업디자인≫, ≪디자인 네트≫, ≪디자인 디비≫ 등의 독일 통신원으로, 독일 내 디자인 관련 소식과 글을 전해왔다. 현재 홍익대학교 조형대학에 출강중이고, 2007년 삼청동 거리 전시회인 <인사이드 아웃사이드>를 기획하기도 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쓰레기는 어떻게 해서 박물관으로 들어왔을까?
밤은 사람들이 만들었다
깨끗한 해결책 더러운 환경
새로운 디자인을 위한 범주들
좋은 취향
디오게네스의 말
나쁜 형태
좋은 형태와 좋은 색
어느 친환경적 개혁
“주의: 스위스”
미학과 생태학
보는 것과 인식하는 것의 문제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나머지 없는 개별 구상들이 언제 어디서 계획된다고 할지라도, 다른 것과 이어진 부분에서 나머지가 생겨난다. 완벽하게 계획된 구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실을 위한 계획은 따라서 이런 나머지의 존재를 미리 포함하고, 인간적인 행동을 고려한 구상하기다. 운이 좋으면, 그런 구상하기는 우리들의 옛날 도시나 마을들처럼 서서히 성장해 온 문화 환경들이 고유하게 지녔던 그런 아름다움에 다시 이를 수 있다. 그렇다면 흠이 없는 온전한 세계로의 회귀란 말인가? 아니, 그 반대다. 온전한 세계를 나머지 없이 만들 수 있다는 사고로부터 벗어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