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초판본 한국 근현대소설 100선’ 가운데 하나. 본 시리즈는 점점 사라져 가는 명작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이 엮은이로 나섰다.
≪순애보≫는 박계주가 박진(朴進)이라는 필명으로 ≪매일신보≫의 ‘일천원 현상공모’에 응모해 당선된 소설로, 식민지시기에 발표되었던 소설 중 가장 많이 팔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고, 1930년대의 대표적인 통속소설로 평가받는다.
≪순애보≫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매일신보≫의 구독률이 2배 이상 높아졌다고도 한다. 그리하여 연재를 끝내자마자 1939년 10월에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이 단행본 역시 인기가 대단하여 1945년 8월 5일까지 47판이 발행되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순애보≫를 원작으로 한 연극이 1943년 2월 5일부터 11일까지 ‘동양극장’에서 공연되었고, 1958년에 영화화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읽히고 있다. 지금 시중에서 읽을 수 있는 여타 출판사의 ≪순애보≫는 해방 후 달라진 독서 환경을 고려하여 개작된 것이다. 이 책은 박계주가 처음으로 구상하고 연재한 신문 원고를 그대로 엮은 최초의 책이다. 당시 신문 지면의 1940년대 식 맞춤법 그대로 편집했다.
통속소설이라고 지칭되는 소설의 인물들은 대개 예외적인 이력을 지닌다. ≪순애보≫ 역시 그러하다. 중심인물인 최문선과 윤명희는 모두 범상치 않은 가문에서 태어났다. 문선의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 간도에서 사망한 것으로 암시되며, 명희는 목회뿐 아니라 사회활동을 하는 목사의 딸이다. 문선은 아버지의 사망 후 경제적으로는 어려워져 진학을 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며 문학·음악·미술 등 예술적인 취미와 재능을 생활 속에서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다. 명희의 집안은 목회자의 집안이지만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으며, 명희 역시 이화여전을 나온 지식인 여성으로 예술적 취미나 지성을 두루 갖추었다.
“그림과 성악에 천재적 재질을 가젓슬 뿐만 아니라 글을 잘 짓기에 비범한 천분을 가지고 있”는 문선과 “얼굴 잘생기고 얌전하고 공부 잘 하고 글 잘 짓는” 명희의 사랑은 그 자체로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이 두 인물은 올곧은 심성과 의식을 지니고 서로를 믿는다. 특히 인순을 강간 살해한 누명을 쓴 문선을 명희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들의 사랑에 장애가 되는 것은 둘 사이의 오해나 다른 사람의 훼방이 아니라, 운명적인 사건뿐이다. 그러나 결국 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둘은 사랑을 쟁취한다. 이러한 서사구조는 우리 전통 서사의 기본인 ‘혼사장애담’이며, ‘영웅의 일대기’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그 자체로 친숙하며 동시에 낯설다. 독서의 전통상 익숙하고, 인물들의 생활이나 취향이 일반적인 대중들의 그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낯선 것이다.
200자평
1939년 첫 발표 이후 수십 년간 고정 팬을 확보한 소설 ≪순애보≫. 지금 보면 유치한 스토리 같지만, 작금 문제가 되는 막장-유치 드라마보다는 양호한 내용이다. 일부 인물들의 비합리적 행동, 우연에 의한 전개 등이 거슬릴 수 있으나 그 틈새로 나름 알콩달콩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지은이
박계주는 1913년 7월 26일 간도 용정에서 태어났다. 만주의 구산소학교를 졸업하고, 영신소학교에 편입한 후, 1927년 6년제 영신중학교에 입학하여 1932년에 졸업했다. 중학교 재학중이던 1927년 단편 <적빈>으로 ≪간도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했다.
1933년 가을 평양의 예수교회 중앙선도원으로 가, 총무국에서 ≪예수≫지 편집을 하며, 기독교에 관한 글 30여 편을 발표하였다. 1938년 ≪매일신보≫ 장편 현상 모집에 ≪순애보≫를 기고하여 당선되었다. 해방 후에는 김영수·조풍연 등과 함께 출판사 ‘고려문화사’를 차렸고, ≪민성≫ 주간, ≪한성일보≫ 취체역 겸 편집고문, 자유문학가협회 초대 사무국장·중앙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6·25 때 납북 도중 작가 박영준·김용호 등과 탈출한 후 백마고지, 지리산 전투에 종군했다. 1962년 ≪동아일보≫에 소설 ≪여수≫를 연재하던 중, ‘우리나라가 신탁통치를 받았더라면 중립국이 되었을 것이다’라는 언급이 문제 되어 집필을 중단하는 필화사건을 겪었다. 1963년 5월 21일 연탄가스 중독 후유증으로 병을 얻어 고생하다가 1966년 4월 7일 밤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곽승미는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1930년대 후반기 한국문학과 근대성≫과 ≪근대의 첫 경험≫(공저), ≪일제 시기 근대적 일상과 식민지 문화≫(공저)가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소설의 통속성에 대한 연구인 <≪순애보≫에 나타난 관계의 미학으로서의 통속성>, <새로움에 대한 선망과 공포의 불균형-1930년대 통속소설의 한 양상, 방인근의 ≪방랑의 가인≫>, <근대 계몽기 서사의 이국 취향을 통해 본 문화의 재배치 과정> 등과 기행서사에 대한 연구인 <식민지 시대 여행 문화의 향유 실태와 서사적 수용 양상>, <세계의 위계화와 식민지 주민의 자기응시> 등이 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차례
바다에서 생긴 일
죄 업는 거즛말
동심(童心)
찌저진 그림
과거(過去)
두 여자
새로 온 사람
위괴양(胃潰瘍)
純情의 給血
애원(愛怨)
포옹(抱擁)
마음의 정조(貞操)
제삼포옹(第三抱擁)
새 출발(出發)
암초(暗礁)
아름다운 죄
반레(返禮)
인간페물(人間廢物)
사형수(死刑囚)의 노래
환멸(幻滅)
오해(誤解)
이혼(離婚)
일식(日蝕)
십자가(十字架)
바다 건너의 출세
기화(奇禍)
사랑의 복수(復讐)
유혹(誘惑)
애욕분류(愛慾奔流)
조락(凋落)
익선자(匿善者)
참회(懺悔)
제이탄생(第二誕生)
현란지옥(絢爛地獄)
겸허(謙虛)
분화구(噴火口)
불망초(不忘草)
조수 밀린 뒤
종용(慫慂)
애소(愛訴)
동심천국(童心天國)
수마(水魔)
구호반(救護班)
가엽슨 사람
사랑의 밀사(密使)
지려(砥礪)
적은 비극(悲劇)
희생(犧牲)
향연(饗宴)
눈물의 독창회
슬픈 대면(對面)
수도원(修道院)으로
‘쇼팡’의 이별곡
혈연조(血戀調)
生의 伴奏者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속으로
≪순애보≫는 박계주가 박진(朴進)이라는 필명으로 ≪매일신보≫의 ‘일천원 현상공모’에 응모해 당선된 소설로, 식민지시기에 발표되었던 소설 중 가장 많이 팔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고, 1930년대의 대표적인 통속소설로 평가받는다.
≪순애보≫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매일신보≫의 구독률이 2배 이상 높아졌다고도 한다. 그리하여 연재를 끝내자마자 1939년 10월에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이 단행본 역시 인기가 대단하여 1945년 8월 5일까지 47판이 발행되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순애보≫를 원작으로 한 연극이 1943년 2월 5일부터 11일까지 ‘동양극장’에서 공연되었고, 1958년에 영화화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읽히고 있다. 지금 시중에서 읽을 수 있는 여타 출판사의 ≪순애보≫는 해방 후 달라진 독서 환경을 고려하여 개작된 것이다. 이 책은 박계주가 처음으로 구상하고 연재한 신문 원고를 그대로 엮은 최초의 책이다. 당시 신문 지면의 1940년대 식 맞춤법 그대로 편집했다.
통속소설이라고 지칭되는 소설의 인물들은 대개 예외적인 이력을 지닌다. ≪순애보≫ 역시 그러하다. 중심인물인 최문선과 윤명희는 모두 범상치 않은 가문에서 태어났다. 문선의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 간도에서 사망한 것으로 암시되며, 명희는 목회뿐 아니라 사회활동을 하는 목사의 딸이다. 문선은 아버지의 사망 후 경제적으로는 어려워져 진학을 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며 문학·음악·미술 등 예술적인 취미와 재능을 생활 속에서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다. 명희의 집안은 목회자의 집안이지만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으며, 명희 역시 이화여전을 나온 지식인 여성으로 예술적 취미나 지성을 두루 갖추었다.
“그림과 성악에 천재적 재질을 가젓슬 뿐만 아니라 글을 잘 짓기에 비범한 천분을 가지고 있”는 문선과 “얼굴 잘생기고 얌전하고 공부 잘 하고 글 잘 짓는” 명희의 사랑은 그 자체로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이 두 인물은 올곧은 심성과 의식을 지니고 서로를 믿는다. 특히 인순을 강간 살해한 누명을 쓴 문선을 명희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들의 사랑에 장애가 되는 것은 둘 사이의 오해나 다른 사람의 훼방이 아니라, 운명적인 사건뿐이다. 그러나 결국 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둘은 사랑을 쟁취한다. 이러한 서사구조는 우리 전통 서사의 기본인 ‘혼사장애담’이며, ‘영웅의 일대기’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그 자체로 친숙하며 동시에 낯설다. 독서의 전통상 익숙하고, 인물들의 생활이나 취향이 일반적인 대중들의 그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낯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