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원작을 각색한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태백산맥>과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라는 두 편의 대작영화는 각기 그 맛과 멋이 다르다. 전자가 기술적인 영화의 건조함과 장인의 맛이라는 다소 모순된 감동이 있다면, 후자는 원작의 기준으로부터 벗어나 현실감이 있는 영화를 그리고자 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생은 아름답다”라고 단정 짓기에 앞서 그 미의식의 개안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조작되는지 그 여부에 질문을 던지는 좀 괴로운 영화다. 이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일찍이 그리고 여전히 영화에 질문하기보다는 미국적, 유럽식의 멋지고 잘 만들어진 영화 만들기에 급급해 왔지 영화란 진정 무엇이며 우리에게 미치는 정신사적인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왜( ? )’라는 질문의 영화는 없었다. 이 영화는 짧게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우리 영화의 정체성에 대해 묻고 있지만, 넓은 시각에서 보면 밝은 전망에 대한 의지와 우리 현대 철학의 본질적 개성을 촉구하는 거시적인 작품이다. 정지영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서 그의 철학적 변모 과정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 영화의 입지로는 뚜렷하다. 그러나 그의 연륜에 걸맞는 세기(細技)의 진전이 반드시 따라야 하겠다.
영화에 관한 한 지식과 정보와 상식이 도통하여 천재라 불리던 영화광(狂)의 굴절된 삶을 그린 정지영 감독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각색 유지형, 심승보, 안병기, 정지영)는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의 동명소설을 영상화한 것이다.
_ “작품 해설” 중에서
200자평
영화에 관한 한 지식과 정보와 상식이 탁월하여 천재라 불리던 한 영화광의 굴절된 삶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의 동명소설을 영상화한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로 상징되는 미국 문화로 인한 우리 철학의 불모지화를 예리하게 비판하는 한편, 영화 탄생 100주년. 한국영화 75년사에 대한 반성과 자의식의 회복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현실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우리 영화의 정체성에 대해 묻고 있지만, 넓은 시각에서 보면 밝은 전망에 대한 확신과 우리의 본질적 개성을 촉구하고 있다.
지은이
안정효
1941년 12월 서울 마포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 초 영어 공부를 위해 영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소설과 인연을 맺었다.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코리아 헤럴드≫ 기자,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부장 등을 역임했다. 1967년 월남전에 지원하여 백마부대에서 복무했으며, 나중에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 『하얀 전쟁』을 출간했다. 저자가 직접 영어로 번역하여 미국에서도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도 월남전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후 계속해서 『은마는 오지 않는다』, 『착각』 등의 작품을 발표했고, 이 작품들은 영어, 독일어, 일어, 덴마크어 등으로 번역되며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2년 출간된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는 영화에 대한 안정효의 특별한 안목과 지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하얀 전쟁』과 더불어 영화로 제작되어 작품의 가치와 작가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인정받기도 했다. 1992년에는 중편 <악부전>으로 제3회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다. 번역은 안정효를 설명하는 또 다른 중요한 키워드다. 1975년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시작으로 전문 번역가의 길로 걷기 시작했고, 수많은 번역 경험을 바탕으로 터득한 영어 관련 지식을 담은 <안정효의 영어 길들이기> 시리즈는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활발한 번역 활동과 함께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문학 작품의 번역을 강의하기도 했다. 우리말로 옮긴 작품으로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최후의 유혹』, 『오디세이아』, 『영혼의 자서전』, 『전쟁과 신부』,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버트런드 러셀의 『권력』,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 펄 벅의 『대지』, 밀란 쿤데라의 『생은 다른 곳에』, 조지프 헬러의 『캐치-22』 등이 있으며, 현재까지 38년 동안 150여 권의 책을 번역해 오고 있다. 1982년 제1회 한국번역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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