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균 사선
2675호 | 2015년 7월 9일 발행
온정균이 본 여자의 나른한 외로움
이지운이 옮긴 ≪온정균 사선≫
여자의 나른한 외로움
아침 햇살이 침상 곁 병풍에 빛난다.
천천히 화장하고 머리를 빗는다.
꽃을 꽂고 거울에 비춰 본다.
예쁘다.
옷을 입는데 수놓은 새 한 쌍이 눈에 띈다.
쌍쌍이 금빛 자고새.
小山重叠金明滅 병풍에 그려진 작은 산에는 금빛 반짝이고,
鬢雲欲度香腮雪 흐트러진 머리는 눈같이 희고 향기로운 뺨을 덮고 있네.
懶起畵蛾眉 느지막이 일어나 눈썹을 그리고
弄妝梳洗遲 화장을 하고 천천히 머리를 빗네.
照花前後鏡 꽃을 거울에 이리저리 비춰보니
花面交相映 꽃과 얼굴이 서로 잘도 어울리네.
新帖繡羅襦 새로 지은 비단 저고리에는
雙雙金鷓鴣 쌍쌍이 금빛 자고새.
<보살만(菩薩蠻)>, ≪온정균 사선≫, 온정균 지음, 이지운 엮음, 21쪽
인용구 끝에 붙은 ‘보살만(菩薩蠻)’이 이 작품의 제목인가?
아니다. 사조(詞調)의 하나다. 사(詞)의 악보인 셈이다. 내용과는 무관하다. 온정균은 열네 편의 <보살만>을 지었다.
열네 편 가운데 당신이 이 작품을 꼽은 이유는?
열네 편 모두 여리면서 농염하고 화려하다. 그 가운데 이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 여성의 외모와 그녀의 거처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묘사한다.
묘사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여인의 나른한 외로움이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몇 장면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장면인가?
이른 아침 창가의 햇빛은 침상 곁의 병풍을 비추어 빛난다. 잠에서 덜 깬 듯한 여인이 천천히 화장을 하고 머리를 빗는데 이는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머리에 꽃을 꽂고 거울로 이리저리 비추어 본다. 옷을 입다가 문득 보니 저고리에 자고새 한 쌍이 수놓아져 있다. 쌍으로 다니는 자고새는 외로운 처지에 있는 여인과 대조를 이룬다.
작자가 누구인가?
온정균(801?~866?)이다. 당나라 말엽의 시인이자 사인이다.
그의 사는 무엇을 노래하는가?
여성의 미모나 감정을 다룬 것이 많다. 주제는 여성의 자태, 사랑, 그리움, 이별과 원망이다. 온정균 개인의 성향과 사의 초기 성격이 그랬다.
그는 어떤 성향을 지녔나?
출중한 재주를 지녔으나 자신의 재주를 믿고 주색에 빠져 염려(艶麗)한 문사만을 지었다. 권력자를 비꼬거나 비판했다.
사의 초기 성격은 어떤 것이었나?
사는 사조에 가사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음악과 긴밀했으므로 유희성이 강했다. 내용도 술, 여색, 애정, 희롱에 대한 것이 많았다. 서정적이고 감상적이어서 깊고 섬세한 내면을 완곡하고 함축해 표현하는 경향이었다.
중국사의 역사에서 온정균은 위치는 어디인가?
사가 문학 양식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음악 재능을 살려 여러 사조를 만들었다. 평론가들은 그를 ‘화간파(花間派)의 비조’로 부른다.
어째서 화간파의 비조가 되는가?
사의 풍격과 성격을 규정하는 데 크게 기여한 ≪화간집(花間集)≫에 그의 사가 가장 많이 수록되었기 때문이다.
온정균 사의 특징은 무엇인가?
대상의 천착에 뛰어났고 색채미와 음률미가 있었다. 여인의 규정을 담은 섬세하고 정교한 작품이 많다. 완약(婉約)하고 염려하여 사의 정격으로 인정받는다. 도시 상류층의 향락을 담은 그의 사는 당시 문화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
그는 무엇을 남겼는가?
생시에 이미 ≪악란집(握蘭集)≫ 3권, ≪금전집(金荃集)≫ 10권, ≪시집(詩集)≫ 5권, ≪한남진고(漢南眞稿)≫ 10권이 있었다. 단성식(段成式)·여지고(余知古)와 함께 엮은 시문합집(詩文合集)으로 ≪한상제금집(漢上題襟集)≫ 10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하는 것은 없다. 지금 온정균의 시사는 ≪화간집≫, ≪전당시(全唐詩)≫, ≪전당문(全唐文)≫에 보존되어 있다.
이 책은 무엇을 저본으로 삼았나?
류쉐카이(劉學鍇)가 쓰고 중화서국이 2007년에 출간한 ≪온정균전집교주(溫庭筠全集校註)≫다. 이 책은 온정균 작품이 실린 여러 판본을 정리하고 교감한 후 주석을 달고 해설했으며 평론가의 평을 수록했다. 저본을 따라, 위작 논의가 있는 것과 시와 중복된 것을 제외하고 사 59수를 골라 옮겼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지운이다. 전통 시기 여성 작가를 연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