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남자의 휴대폰
진: 아…. 그럼요, 당연하죠.
그분이…그분한테 제가 그렇게 전할게요.
염려 마시고…부디 좋은 하루 되세요.
안녕히 계세요.
(전화를 끊는다.
그녀가 고든을 향해 나직이 말한다.)
당신 어머니 전화였어요.
(그의 얼굴을 가만히 살핀다.
뭔가 지극히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던 듯
거룩해 보이는 얼굴이다.
그녀가 그의 이마에 손을 댄다.)
사람들이 도착할 때까지 내가 계속 말을 걸어 주길 바라요?
고든, 나는 진이에요.
당신은 저를 모르죠.
하지만 다 잘될 거예요.
그러니까…제 말은….
걱정할 것 없어요.
≪죽은 남자의 휴대폰≫, 세라 룰 지음, 최성희 옮김, 15∼16쪽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가?
진이 고든 대신 전화를 받았다. 그는 전화를 받을 수 없다. 죽었기 때문이다.
왜 죽었나?
심장마비였다. 단골 레스토랑에서 바닷가재 수프를 주문했다. 재료가 떨어지고 없다. 마지막으로 바닷가재 수프를 주문한 사람은 진이었다. 그녀가 수프 그릇을 비우는 걸 보고 자신은 운이 나쁘다고 생각하며 렌틸 수프를 시켜 먹는다. 그러다 심장에 통증을 느낀다.
그런데 진이 왜 고든의 휴대폰을 받는가?
휴대폰이 울리는데 고든은 꼼짝 않는다. 진이 그를 살핀다. 죽은 것을 알아차린다. 엉겁결에 전화를 집어 든다. 이때부터 고든을 위해 작화를 시작한다.
작화라니?
진이 꾸며 낸 이야기다. 작가 세라 룰은 이것을 거짓말이 아니라 작화라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뭘 꾸며 내나?
그녀는 자신을 고든의 직장 동료라고 소개한다. 생전에 고든이 가족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설명한다. 그가 가족들에게 남긴 거라며 선물을 전한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고든은 가족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가족은 뭐라고 하나?
감동한다. 드와이트는 진에게 호감을 표시한다. 처음엔 고든과 진이 내연 관계일 거라고 의심했던 아내 허미아도 경계를 푼다. 그리고 허미아에 의해 고든의 실체가 드러난다.
고든의 실체는?
파렴치한 장기 밀매업자였다. 가난한 사람들의 장기를 사고 팔아 돈을 벌었다. 가족 관계뿐만 아니라 직업과 윤리에서도 파탄 상태다.
이제 진은 어떻게 하는가?
고든의 실수를 대신 만회할 생각이다. 고든의 사업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혼자 요하네스버그 공항으로 간다. 장기 밀매를 그만둬야 한다고 상대방을 설득하다 총에 맞는다.
죽었나?
혼수상태에서 저세상의 고든을 만난다.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고든에게 어머니의 말을 전한다. 고든의 어머니는 “죽는 날까지 고든을 애도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의식을 되찾는다.
이 작품의 메시지가 뭔가?
기술정보 시대의 달라진 사랑, 죽음, 기억의 의미를 짚는다. 휴대폰에 관한 연극이다. 작가는 “신이 발명한 최신 커뮤니케이션 장비”인 휴대폰에 대한 형이상학적 성찰을 시도했다.
이 극에서 휴대폰은 뭔가?
신비로운 마술적 힘을 가진 영적 도구이자 통로다. 사람들을 이어 주고 연결하는 사랑의 전령이자 결정적인 순간에 사랑을 방해하는 짓궂은 장난꾸러기로 묘사했다.
세라 룰은 누구인가?
미국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연극 저널 ≪아메리칸 시어터≫가 지난 시즌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 준 극작가 20인을 발표했는데 2위를 차지했다.
작품 세계는?
스승인 폴라 보걸은 “이 세상의 일부지만 전체가 다 이 세상에 속한 것은 아닌 행성”이라고 말했다. 기존 페미니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여성성의 새로운 지형을 탐색하고 개척하는 “여성에 관한 연극”을 선보여 왔다.
무엇으로부터 벗어났는가?
이념의 연대가 아니라 정서와 감각의 공감에서 출발한다. 정치와 이론의 지름길을 포기하고 은유와 상징의 우회로를 선택했다. 당면 문제에 대한 더 넓고 깊은 통찰을 얻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최성희다.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다.
2691호 | 2015년 7월 20일 발행
휴대폰, 영혼이 있니?
최성희가 옮긴 세라 룰(Sarah Ruhl)의 ≪죽은 남자의 휴대폰(Dead Man’s Cell Ph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