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
어떤 사람이 국에 간을 맞추느라 국자로 떠서 맛을 보았는데, 소금이 부족하면 곧 더 넣었다. 그런 뒤 아까 떴던 국자의 국물을 다시 맛보고는 여전히 말했다.
“소금이 부족하군.”
이렇게 여러 번 하여 한 되 정도의 소금을 더 넣었으나 여전히 짜지지 않자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소림≫, 한단순 지음, 김장환 옮김, 78쪽
이런 이야기를 뭐라고 하는가?
소화(笑話)다. 중국 고대문학의 장르다.
이것도 문학인가?
그렇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우스갯감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고사화했다. 인간 군상의 온갖 부정적 언행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소림≫은 어떤 책인가?
소화서의 전형이다. 중국 위진남북조 최초의 지인소설집이자 중국 최초의 소화전집이다.
얼마나 오래되었나?
언급되는 사건과 한단순의 생몰년을 고려하면 225년과 248년 사이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인생이 등장하는가?
인색한 구두쇠의 언행, 무식하고 어리석은 인간 군상의 다양한 행태, 흔한 의례 절차를 몰라 저지른 실수, 비정상적인 외모 때문에 생겨난 일, 처음 먹는 음식에 얽힌 고생담 등이다.
문학성이 있는가?
있다. 현실성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친근감을 준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최초의 지인소설로 간주한다.
어째서 지인소설인가?
지인소설은 문인 명사의 풍모·언행·일화를 기록한 글이기 때문이다.
문인 명사가 아니지 않는가?
적절한 지적이다. 31조 고사 가운데 성명을 거론한 것은 겨우 6조뿐이다. 이 때문에 지인소설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루쉰은 우언과 지인소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들어 이 작품을 “위나라에서 싹튼 지인소설”로 평가했다.
루쉰이 뭐라고 했는가?
우언이 도를 깨우치고 정치를 논한다면 지인소설은 순수한 감상을 전한다고 했다. 인간의 일을 기록한다는 점이 같다. ≪소림≫은 인간의 일을 기록한 것이면서 감상과 교훈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지인소설이라 할 수 있다.
≪소림≫의 특징이 뭔가?
첫째 해학과 풍자의 조화, 둘째 정형적 인물과 특정한 언행의 포착, 셋째 과장과 대화로 생동감 확보, 넷째 단순명료한 주제와 분명한 애증 태도 표현이다.
문학사에서 영향력은?
루쉰은 “비위를 들춰내고 오류를 드러낸 것으로 사실상 ≪세설신어(世說新語)≫와 한가지이며 또한 후대 해학문의 시조”라고 평했다. ≪소림≫의 뒤를 이어 청나라 때까지 수많은 소화문학이 나왔다.
한단순이 누군가?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문학가다. 확실한 생애는 알 수 없으나 젊어서부터 재능이 특출했다고 전한다. 151년 상우현령(上虞縣令) 도상(度尙)이 효녀 조아(曹娥)의 비(碑)를 세우려 했다. 도상의 제자였던 한단순은 연회에서 붓을 들어 내리썼는데, 더하고 뺄 것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 뒤 명성이 널리 퍼졌다.
이 책은 무엇을 어떻게 옮겼나?
1999년 출간한 ≪루쉰집록고적총편(魯迅輯錄古籍叢編)≫에 수록된 ≪소림≫을 원전으로 삼아 여러 문헌에 집록된 고사를 참고했다. 원전에는 29조가 실려 있는데, 그 가운데 한 조를 둘로 나누고 마지막에 한 조를 추가해 총 31조를 실었다. 고사의 제목은 원전에는 없지만 임의로 달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한단순전(邯鄲淳傳)>과 <역대저록(歷代著錄)>을 부록으로 실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장환이다.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다.
2697호 | 2015년 7월 23일 발행
김장환이 옮긴 한단순(邯鄲淳)의 ≪소림(笑林)≫
더하고 뺄 것 없는 인간의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