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 육필시집 호랑나비돛배
허물
여름내 피울음을 쏟아 낼 하얀 모시 적삼 같은
매미 껍질 하나,
늙은 대추나무 밑둥에 매달려 하늘거린다.
기어이 허물을 벗었구나!
실바람만 불어와도 훅 날아가 버릴 것 같은
흔적의 가벼움, 저것이
내가 벗어야 할 허물을 들추는구나!
그렇다면,
파란 가을 하늘에 하늘하늘 떠다니는
투명한 고추잠자리 겹눈들은
그 겹눈으로 무얼 보기는 보는 걸까?
≪고진하 육필시집 호랑나비돛배≫, 70~71쪽
입추다.
여름의 허물이 벗겨지며
가을의 속살이 드러나는 시간.
내가 벗어야 할 허물은 무엇일까?
2712호 | 2015년 8월 8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