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53년 6월 17일의 노동자 봉기는 동독 역사상 가장 극적인 사건으로서 동독의 역사가들에겐 터부시되는 사건이었다. 1953년 5월 28일, 노동 기준량(규정 작업 시간)을 10% 상향 조정한다는 당의 결정이 노동자 소요의 계기가 되었다. 다음 달 6월 16일자 독일자유노조연맹의 기관지 ≪트리뷔네≫에 실린 <노동 기준량의 상향 조정은 전적으로 올바른 조치>라는 기사가 마침내 동베를린 시위를 촉발했다. 국영기업 건설연맹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의하고 시위에 들어갔으며, 뒤이어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파급되었다. 이에 소련군 2개 사단이 수많은 탱크와 함께 베를린에 집결했으며, 소련군 사령관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소련군의 진압으로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1400명이 체포 구금되었다.
슈테판 하임은 이 같은 역사적 사건에서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소설을 이끌어 낸다. 소설의 매 장(章)에서 1953년 6월 13일 토요일 14시부터 6월 17일 수요일 18시까지 정확한 시간을 제시하면서 여러 사건을 시간별로 이야기한다. 동시에 여러 가지 보도 자료를 통해 1953년 6월의 동독 상황에 대해서도 알려 준다. 사건의 신속한 전개, 긴장감, 흥미로운 소설적 요소가 신문기사, 연설, 라디오방송 등 정확한 역사적 사실과 함께 엮어져 다큐ᐨ스릴러의 인상을 준다.
역사적 사건의 진행은 비테를 중심으로 한 허구적 이야기로 둘러싸여 있다. 동베를린의 최대 국영기업 노조 지부장 비테는 노동 기준량 상향 조정이라는 당의 결정에 강력히 저항한다. 그럼에도 파업은 막을 수 없다. 파업은 그의 작업장인 국영기업 메르쿠어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비테의 상대역은 아우구스트 칼만이다. 그는 1950년대 초 전형적인 동독 노동자로서 노동 기준량 상향 조정에 관한 열띤 논쟁에서 불만 노동자들의 대변인이 된다. 칼만이 보기에 비테가 대표하는 공산주의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가 아니다. 서방 스파이 가데부슈는 칼만의 행동을 정확히 관찰한다. 칼만은 6월 15일 서베를린으로 가서 한 나이트클럽에서 자유로운 서쪽을 알게 된다. 이렇게 해서 칼만의 정치적 의도는 희석된다. 시시각각으로 전개되는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비테는 탁월한 능력으로 노동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확대되는 시위를 막을 수 없다.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의 투쟁가를 부르며 공장 문을 지나 행진하는 동안 맥없이 바라보고만 있는 장면은 이 소설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결국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는 소련군의 개입을 불러오고, 과거 주인공의 하녀였다가 현재 서방 첩보원의 동거녀인 스트립댄서가 길을 잃고 헤매다 소련군의 탱크가 경고사격으로 쏜 유탄에 맞아 사망한다.
소설의 초고 ≪X-데이≫는 동독에서 ‘검은 책’으로 불렸다. 검은 무명천으로 묶인 방대한 분량의 원고 뭉치는 여러 출판사를 전전했지만 출판되지 못했다. ≪X-데이≫의 개작 ≪6월의 5일간≫은 1974년 서독에서 먼저 출판되었고 동독에서는 1989년에야 출판되었다.
200자평
동독 역사상 가장 극적인 사건인 1953년 6월 17일의 노동자 봉기를 다룬 소설이다. 6월 13일부터 6월 17일까지의 사건이 신속하고 긴장감 넘치게 전개된다. 중간중간 신문기사, 연설, 라디오방송 등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엮어 넣어 당시의 동독 상황도 알려 준다. ‘검은 책’이라 불리던 소설의 초고 ≪X-데이≫는 동독의 여러 출판사를 전전하다 1974년 서독에서 먼저 출판되었고 동독에서는 1989년에야 출판되었다.
지은이
슈테판 하임(Stefan Heym)은 1913년 태어났으며, 본명은 헬무트 플리크(Helmut Flieg)였다. 일찍부터 반파시스트로 활동했는데, 1931년 지방신문에 발표한 반군국주의 시(詩)로 김나지움에서 퇴교당한 후 나치스의 체포 위협을 느끼고 1933년 프라하로 도피하여 슈테판 하임으로 개명한다. 2년 후 유대인대학생연맹의 장학금을 받아 미국으로 이주, 시카고대학교에서 학업을 계속했다. 1943년 미군 장교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역 후 다시 전업 작가로 돌아가, 1948년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하는 전쟁소설 ≪십자군 전사≫(1948)를 발표한다. 이후 매카시 선풍으로 미국을 떠나 1953년 동독으로 이주한다. 동독에서 하임은 처음에 반파시스트 이주자로 환영받으면서 작가와 언론인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1956년, 후에 ≪6월의 5일간≫으로 개명된 ≪X-데이≫가 동독 지도부의 거부로 출판되지 못함으로써 동독 정권과 갈등이 시작된다. 동독 문학계에서 고립되었다가 독일 통일 후 연방의회 개회식에서 임시의장으로 식사를 하는 등 정치 활동을 했다. 2001년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옮긴이
김충남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본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수학했으며, 뷔르츠부르크대학교 및 마르부르크대학교 방문교수, 체코 카렐대학교 교환교수를 지냈다. 1981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외국문학연구소장, 사범대학장,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세계의 시문학≫(공저), ≪민족문학과 민족국가 1≫(공저), ≪추와 문학≫(공저), ≪프란츠 카프카: 인간·도시·작품≫, ≪표현주의 문학≫이, 역서로는 게오르크 카이저의 ≪메두사의 뗏목≫, ≪아침부터 자정까지≫, ≪병사 다나카≫, ≪구원받은 알키비아데스≫, 페터 슈나이더의 ≪짝짓기≫,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헤르만 전쟁≫, 에른스트 톨러의 ≪변화≫, 프란츠 베르펠의 ≪거울인간≫, 프리드리히 헤벨의 ≪니벨룽겐≫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응용미학으로서의 드라마−실러의 <빌헬름 텔> 연구>, <신화의 구도 속에 나타난 현재의 정치적 상황−보토 슈트라우스의 드라마 <균형>과 <이타카>를 중심으로>, <최근 독일 문학의 한 동향: 페터 슈나이더의 경우>, <베스트셀러의 조건−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경우> 등이 있다. 그 밖에 독일 표현주의 문학과 카프카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명예 교수다.
차례
프롤로그
사건들
에필로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우린 당신을 따랐소, 칼만 동료.” 작은 클라우스가 말했다. “왜냐면 당신은 오랫동안 회사에 근무하면서 회사를 일으켜 세우고 많은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오….”
“당신들이 나를 따랐다고?” 오해를 받고 있는 지도자, 칼만이 일어섰다. “내가 당신들에게 간청했소? 누가 대체 파업을 하려 했으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고자 했단 말이오!”
치세크가 진정시키려고 했다. “흥분하지 마요. 모든 게 아주 잘되었소. 우린 그들에게 경고장을 보냈소. 민중이 봉기했단 말이오, 상황이 어땠는지 보여 주었소, 그들은 결코 다시는….”
칼만은 고개를 흔들었다. 마치 건초 시렁에 몰려든 염소들처럼 여기 그의 주변에 밀어닥친 사람들은 모든 걸 떠넘길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 필요했다−칼만, 그가 바로 그 역할을 해야 했다.
−497~4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