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언
어떤 사람이 “수명을 늘릴 수가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덕으로 늘릴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가 “안회(顔回)와 염백우(冉伯牛)는 덕을 행했는데, 어찌하여 수명을 늘리지 못했습니까?”라고 물으니, “그들의 덕행으로 인해 이처럼 이름을 남기는 것입니다. 만약 안회와 염백우가 덕을 해쳤더라면 어찌 오래도록 이렇게 후인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덕을 해치는 자들도 어떤 이는 장수합니다”라고 하자, “그들은 망령되게 살아가는 것일 뿐입니다. 군자는 망령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법언≫, 양웅 지음, 이연승 옮김, 167쪽
지금 답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양웅이다. 사람들의 질문에 법으로써 답했다. 그 문답을 모아 법에 맞는 말이라는 뜻으로 이 책 ≪법언≫을 지었다.
법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선왕이 전하는 법도 또는 규범이다. ≪효경≫ <경대부> 장에 있는 “비선왕지법언, 불감도(非先王之法言, 弗敢道)”라는 구절에서 따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옛 선왕의 법언이 아니면 말하지 말라는 뜻이다.
덕을 행하는 것이 장수하는 방법인가?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하지만 군자가 덕행으로써 이룬 이름은 오래도록 남는다.
군자란 어떤 사람인가?
엄격한 모범에 부합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성인이 정한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법으로 여기지 않는다. 어긋난 말을 하지 않고, 올바르지 않은 것을 듣지 않는다.
양웅은 누구인가?
전한 말기부터 왕망(王莽)이 건국한 신(新) 왕조 때까지 살았던 학자다. 후한 때부터 북송 때까지 선현으로 존숭받았다.
북송 이후에 존경을 잃었다는 말인가?
정이와 주희가 그의 인품과 학식을 폄하했다. 정통인 한 왕조가 아닌 왕망의 왕조를 찬미하고 그 시기에 높은 벼슬에 올랐다는 점, 그리고 순정한 유가가 아니었다는 점 때문이다.
순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그가 온갖 분야의 지식을 두루 섭렵했던 것과 관계된다. 유가의 특정 학파나 학통에 귀속되기보다는 박학을 추구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적 저작인 ≪태현경≫을 봐도 노자의 사상과 도가의 자연관이 다분히 녹아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어떤 사상이 담겼는가?
유교 정통주의다. 당시 사회에서 유행하는 각종 언설들이 성인의 도리를 위배하며 백성을 현혹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책을 지었다고 밝혔다. 유가의 서적 가운데 ≪논어≫보다 위대한 것이 없다고 여겨 이를 모방해 지었다는 말도 있다.
유교 정통주의가 무엇인가?
유교의 경전은 가장 가치 있는 서적이고, 유교의 성왕만이 인간 사회의 역사와 문명을 선도한 진정한 성인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노장을 포함한 제자 사상에 대해서는 경계하며 비판한다.
≪논어≫를 어떻게 모방했나?
문답이나 해설로 양웅이 교학했던 상황을 수록했다. ≪논어≫의 구절을 연상시키는 문장 형식이나 인용도 눈에 띈다. 체제와 문체뿐만 아니라 편마다 첫 두 글자를 제목으로 붙인 방식 역시 같다.
공자를 모범으로 삼았나?
옛 성왕의 가르침을 비롯해 천지자연의 도리, 만사만물을 총망라하는 유교의 오경이 바로 공자의 손에서 정리되었다고 여긴다. 비범한 성인이자 스승으로 높인다.
당신은 이 책을 어떻게 발췌했는가?
양웅 사상의 특성을 보여 줄 수 있는 주요 조항들을 뽑아 옮겼다. 개별 역사나 인물평이 주를 이루는 <중려>와 <연건> 편에서는 내용을 많이 덜어 냈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연승이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부교수다.
2774호 | 2015년 10월 20일 발행
죽는 것이 두려우세요?
이연승이 뽑아 옮긴 양웅(揚雄)의 ≪법언(法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