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의학의 이 저린 역사
치과 기구는 스페인 이단 심문에서 쓰인, 순종하지 않던 런던탑의 죄수들에게 사용된 기구의 축소판이다. 몽키 렌치, 강판, 파일, 정, 큰 칼, 곡괭이, 압착기, 드릴, 단도, 작은 지레, 펀치, 끌, 펜치, 물건을 잡을 수 있고 팔딱거리는 끝을 가진 긴 탐침기는 욱신거리는 치아의 뿌리로 들어가 내면 의식으로부터 비명을 끌어낸다. 노고를 아끼지 않는 치과의사가 차가운 금속으로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는 작은 알코올 등을 비추고 작은 삽을 붉게 달궈, 기대에 가득 찬 웃음을 지으며 당신의 눈앞에서 얼쩡댄다.
그러고는 솜씨 좋게 입 안에 기구를 넣고, 당신이 고함을 지르면 묻는다. “아파요?”
≪치의학의 이 저린 역사≫, 제임스 윈브랜트 지음, 김준혁 옮김, 280쪽
어느 때의 모습인가?
19세기 후반 ≪시카고 헤럴드≫에 실린 치과 진료 모습이다.
치과에서 정말 이런 도구를 사용했나?
당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구들이었다. 치과를 위해 정밀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도 없었다. 현대에 쓰는 세밀하고 정교한 기구들은 1950년대 이후에야 개발되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더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무엇이 무서운가?
각목 조각이나 돌멩이 같은 단단한 것을 통증이 있는 치아에 대고, 바위나 작은 망치 같은 기구로 내리쳤다. 고대에 이를 뽑던 방법이다.
치과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하나?
선사시대의 사람들은 충치의 고통을 모르고 지냈다. 문명이 발달하고 당류를 섭취하기 시작하면서 치아 우식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바빌론은 최소 기원전 5000년부터 치통과 싸웠다.
고대에는 치통의 원인을 뭐라고 보았나?
겉으로는 신체의 손상이 보이지 않았다. 충치는 이상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히 치아 귀신, 치아 벌레 또는 체액이 치통을 일으킨다고 여겼다.
치료 방법은 무엇이었나?
신에게 기도해 벌레를 벌하거나, 가죽 주머니에 넣은 마법석 목걸이를 거는 것이 흔한 치료법이었다.
중세의 치과는 어떤 모습이었나?
시장 한복판에서 발치사가 곡예사, 원숭이를 동원한 쇼를 펼친다. 그의 발치는 물론 아프지만, 요란한 악기 소리 때문에 환자의 비명은 들리지 않는다. 무능한 발치 때문에 패혈증이 생기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발생할 때쯤 그 발치사는 이미 멀리 떠나 있다.
그것이 최선의 치료였나?
발치사의 치료는 엄청난 통증과 위험이 따랐기 때문에, 사람들은 발치사의 치료를 받지 않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했다. 물약이나 연고를 사용했지만 역시 무용지물이었다. 질산을 양치액으로 사용해서 치아 법랑질이 다 녹아 버린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했다.
마취는 언제부터 행했나?
고대에는 아편이나 맨드레이크 같은 식물에서 천연 마취제를 얻었다. 현대식 마취제는 1773년 영국의 화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가 처음 발견했다.
그가 발견한 마취제는 어떤 것인가?
아산화질소다. 웃음가스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이후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가 순수한 아산화질소를 만드는 데 성공하고 “천국행 열쇠”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때까지 그 가스의 의학적 효과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오락용으로 흡입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
오락용 웃음가스가 의료용 마취제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순회 강사 가드너 퀸시 콜턴과 치과의사 호러스 웰스가 웃음가스 시연 행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가스에 중독된 어느 청년이 상처가 생겨도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본 것이다.
마취의 발견이 치의학에 가져온 변화는?
발치가 통증에서 해방되자, 많은 사람들이 썩고 통증이 있는 치아를 제거했다. 그러면서 의치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은 굿이어다.
타이어 회사 굿이어 말인가?
빚에 시달리던 발명가 찰스 굿이어다. 그가 단단한 고무를 만들어 벌카나이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것을 사용해 만든 의치는 상아를 깎아 만든 이전의 의치보다 훨씬 입에 잘 맞았기 때문에 치의학 최고의 발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가 죽은 후 그의 이름을 따서 설립된 회사가 오늘날 굿이어다.
치과의 풍경이 언제부터 달라졌나?
높낮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의자가 1958년에 만들어졌다. 1960년대부터는 더 매끈하고, 덜 적대적으로 보이는 기구를 만들어 환자 친화적 진료실 환경을 꾸몄다.
이제는 치과 가기를 겁낼 필요가 없나?
요즘에는 흔히 신경 치료라고도 하는 근관 치료가 치과의 고통을 대표한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마취술과 도구가 발전했고 여전히 공포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무지막지한 통증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치과가 두렵다면 이 책을 보라. 통증 없이 치료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이 책을 번역한 이유는 무엇인가?
치의학의 발자취를 다룬 책은 이미 여러 권 나왔다. 그러나 이 책만큼 쉽고 흥미롭게 설명한 책은 없었다. 치의학의 역사가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저변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치아가 폭넓은 인간 이해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이 알려지기를 기대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준혁이다. 치과의사이며 부산대학교 의예과 강사다. 같은 대학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료인문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786호 | 2015년 11월 3일 발행
치과가 두렵다면 이 책을 보라
김준혁이 옮긴 제임스 윈브랜트(James Wynbrandt)의 ≪치의학의 이 저린 역사(The Excruciating History of Dentis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