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프랑스 현역 작·연출가로 왕성히 활동 중인 조엘 폼므라의 최신작이다.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20개 에피소드를 엮은 옴니버스 극이다. 제목만 보면 한국의 분단 현실과 통일을 소재로 했을 것 같지만 아니다. 조엘 폼므라가 처음 ‘사랑’을 주제로 내세운 극이다. 에피소드 하나하나에는 사랑에 빠진 인물이 등장한다. 대개는 연인과 갈등 중이다. 연인들은 다투다가 화해하고 화해하는 듯하다가 끝내 이별하기도 한다. 새로운 사랑이 등장하는 결말도 있다. 여러 에피소드에 걸쳐 만남과 이별, 새로운 만남 혹은 재결합이 그려진다. 작가는 이런 분리와 합일이 바로 사랑의 속성이라고 말한다.
제목은 어째서 ‘두 한국의 통일’일까?
작가의 뇌리에 박힌 뉴스 속 한 장면 때문이다. 그가 본 것은 헤어졌던 부부가 몇십 년 만에 다시 만나 눈물을 쏟는, 한국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 현장이었다. 통일을 염원하는 분단 한국과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합일을 이루고자 하는 사랑의 속성은 닮았다.
조엘 폼므라는 <이 아이>에 이어 <두 한국의 통일>이 한국에서 출간, 공연되는 것을 기뻐하며 부친 서문에서 “통일성 없어 보이는 순간들을 모은 모자이크, 공통 주제를 둘러싼 허구적인 조각의 연속”이라고 작품을 소개한다. 그에게 ‘2013년 보마르셰 피가로 최고극작가상’을 안겨 준 작품이기도 하다.
200자평
두 한국의 통일? 남북 통일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수수께끼 같은 이 제목은 사랑과 관련 있다. 조엘 폼므라는 20개의 독립된 에피소드를 통해 이별과 결합을 반복하는 사랑의 속성을 드러낸다. 2013년 평론가협회에서 수여하는 프랑스어 희곡 대상과 대중 연극 공연 대상을 수상했다.
지은이
조엘 폼므라(Joël Pommerat)는 1963년 프랑스 로안에서 출생했다. 열여섯 살에 연극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열여덟 살에 연극배우가 되기 위해 파리로 간 그는 이듬해 극단 테아트르 드 라 마스카라에 입단한다. 배우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껴 스물세 살부터는 글쓰기에 전념한다. 4년간 독학으로 극작에 집중한다. 스물일곱 되던 해인 1990년에 첫 창작극 <다카르 길>(모놀로그)을 직접 연출해 파리 클라벨극장에서 공연한다. 이 공연을 계기로 같은 해 ‘극단 루이 브루이야르(Louis Brouillard)’를 창단한다. 극단명은 프랑스어로 안개라는 뜻인데, 아버지 이름(Louis)과 영화 발명가 뤼미에르 형제(Auguste et Louis Lumière), 그리고 태양극단(Théâtre du Soleil)에서 영감을 받아 작명했다고 한다. 이후 지금까지 주로 자기 극단 배우들과 연습하면서 대본을 완성하고, 자기 극단 배우들하고만 공연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2006년에 <이 아이>로 평론가협회의 프랑스어 희곡 대상을 받았다. 2007년에는 <상인들>로 극문학 대상을 받았다. 극단 루이 브루이야르는 2010년에는 <서클/픽션들>로, 2011년에는 <나의 차가운 방>으로 몰리에르극단상을 받았다. 2011년에 <나의 차가운 방>으로 프랑스어권 작가 부문에서 몰리에르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두 한국의 통일>로 보마르셰 피가로 최고 작가상, 연극 퍼레이드상 부분에서 대중연극공연대상, 평론가협회 프랑스어 희곡 대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임혜경은 숙명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프랑스 몽펠리에 제3대학, 폴 발레리 문과대학에서 로트레아몽 작품 연구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숙명여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과대 학장을 지냈다. 전 한국불어불문학회 회장, 전 프랑스문화예술학회 회장을 지냈다. ‘극단 프랑코포니’(2009년 창단) 대표이며, ‘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공이모)과 연극평론가협회 회원으로서 연극평론가 활동도 하고 있다. 전 공이모 대표, 전 ≪공연과 이론≫ 편집주간, 전 희곡낭독공연회 대표를 지냈다. 1990년대 초반 카티 라팽(한국외대 불어과 교수, 연출가, 시인)과 공역으로 한국문학을 프랑스어권에 소개하는 번역 작업을 시작해 대한민국문학상 번역신인상(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91), 한국문학번역상(한국문학번역원, 2003)을 카티 라팽과 공동 수상한 바 있다. 2014년 서울연극협회에서 수여하는 서울연극인대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2015년 프랑스 정부 교육 공로 훈장(PA)을 수훈했다.
[한국문학 불역(카티 라팽과 공역)]
윤흥길의 장편소설 ≪에미≫(Philippe Picquier, 1994)와 중단편 선집 ≪장마≫(Autres Temps, 2004), 김광규 시선집 ≪시간의 부드러운 손≫(L’Amandier, 2013), 최인훈의 ≪봄이 오면 산에 들에≫(Milieu du jour,1992), 윤대성의 ≪신화 1900≫(Milieu du jour,1993), 이현화의 ≪불가불가≫(Milieu du jour, 1994), ≪한국 현대 희곡선집≫(L’Harmattan, 1998), 이윤택의 ≪문제적 인간, 연산≫(Les Solitaires Intempestifs, 1998)과 ≪이윤택 희곡집≫(Cric, 2002)≪한국 현대 희곡선≫(Imago, 2006), ≪한국연극의 어제와 오늘≫(L’Amandier, 2006), 이현화의 희곡집 ≪누구세요?≫(Imago, 2010) 등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출판했고, 국립극장의 튀니지 공연 대본으로 김명곤의 <우루 왕>을 프랑스어로 번역했다. 그 밖에 유민영의 연극 논문 <해방 50년 한국 희곡>을 불역해 서울, 유네스코 잡지 ≪르뷔 드 코레(Revue de Corée)≫에 게재했다.
[프랑스어권 희곡 한역]
조엘 폼므라의 ≪이 아이≫(2015), 장뤼크 라가르스의 ≪단지 세상의 끝≫(2013),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2007), 미셸 마르크 부샤르의 ≪고아 뮤즈들≫(2009)과 ≪유리알 눈≫(2011), 장 미셸 리브의 ≪동물없는 연극≫(2011) 등을 우리말로 번역해 출간했다. 그 외에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라의 <아버지>, 스웨덴 작가인 라르스 노렌의 <악마들>과 아프리카 콩고 작가 소니 라부 탄지의 <파리 떼 거리> 등의 공연 대본을 번역했다.
그 외 카티 라팽의 시집 ≪그건 바람이 아니지≫(봅데강, 1992)와 ≪맨살의 시≫(공역, 아틀리에 데 카이에, 2014)을 번역한 바 있으며, 다수의 논문 및 공연 리뷰를 썼다.
차례
한국 독자에게
나오는 사람들
이혼
나의 부분
청소
이별
결혼
죽음
사랑의 묘약
돈
열쇠
사랑
기다림
전쟁
아이들
기억
사랑으로는 충분치 않아
우정
가치 1
가치 2
임신
가치 3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남자: 아니,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완벽했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서로의 반쪽 같았어. 멋졌지. 마치 북한과 남한이 국경을 열고 통일하는 것 같았고, 서로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다시 만나는 것 같았어. 축제였어,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 아주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었지.
−<기억> 중에서
여자 목소리: 앞으로 좀 쓸쓸하시지 않겠어요?
여자: 그렇겠죠. 하지만 사랑이 없는 것보다 고독한 게 더 낫겠어요.
여자 목소리: 사랑이 없다는 게 어떤 식으로 나타나죠?
여자: 나타나는 건 전혀 없어요.
여자 목소리: 남편한테 이혼하고 싶다고 말하셨나요?
여자: 네, 물론이죠. 벌써 15년 전에, 우리 사이에 사랑이 없어서 더 이상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죠. 그 사람은 잘 이해했어요. 애들이 클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죠. 애들 셋은 다 컸고 지금은 같이 안 살아요. 그래서 드디어 이혼할 수 있게 된 거죠.
여자 목소리: 지금은 남편이 뭐라고 해요?
여자: 더 생각해 보라고죠. 우리 사이에 문제가 있냐고 내게 수백 번 물었죠. 그래서 대답했죠, 사랑 없이 계속 사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랬더니, 그 사랑은 어떤 거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모른다고 했죠, 모르는 건 설명할 수 없는 거니까.
−<이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