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9세기 초반 일본에는 시와 문장이 국가 정치의 기반이 된다는 문장 경국(文章經國) 사상이 널리 퍼졌다. 관료로 입신출세하기 위해 귀족들은 경쟁하듯 한시를 익혔다. 이에 천황의 명에 따라 칙찬 한시집이 연이어 편찬된다. 바로 ≪능운집(凌雲集)≫(814), ≪문화수려집(文華秀麗集)≫(818), ≪경국집(経國集)≫(827)과 같은 시집들이다. 이로써 한시가 크게 흥성하게 되었다. 이를 문학사에서는 ‘당풍구가(唐風謳歌)의 시대’라고 부른다.
고닌(弘仁) 5년(814)에 편찬된 ≪능운집≫은 일본 최초의 칙찬 한시집이다. 1권으로 되어 있으며 사가(嵯峨) 천황의 명에 따라 오노노 미네모리(小野岑守), 스가와라노 기요토모(菅原清公), 이사야마노 후미쓰구(勇山文繼), 가야노 도요토시(賀陽豊年) 등이 편집에 참여했다. 작가 24인의 시 91수(서문에 따르면, 23인의 시 90수)가 작가별, 작위 순으로 수록되어 있다. 위로는 헤이제이(平城) 천황의 시부터 아래로는 유일하게 관직이 없는 고세노 시키히토(巨勢志貴人)의 시까지 실려 있다. 그중 약 3분의 2가 율시(律詩)로, 당시(唐詩)의 영향이 드러난다.
≪능운집≫의 정식 명칭은 ≪능운신집(凌雲新集)≫이다. ‘신(新)’은 ‘구(舊)’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구름을 뚫을 만큼 뛰어난 시를 모은 새로운 시집’ 또는 ‘구름을 뚫을 만큼 뛰어난 새로운 시를 모은 시집’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되는데 ‘새롭다’는 편찬자들의 자찬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능운집≫은 최초의 칙찬 한시집인 만큼 공적인 성격이 강하다. 사가 천황과 조정 관료들의 군신 창화(君臣唱和)의 시가 주를 이루고 있어 관료주의적 성격이 뚜렷하다. 실제로 ≪능운집≫에 실린 91수의 시 중에 90퍼센트가 공경대부(公卿大夫)의 시다.
사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이들 문학 집단은 궁중이나 유람지에서 시회를 열었다. 시회의 시 가운데 사적인 내용을 읊은 시는 그다지 많지 않고 응제(應製), 봉화(奉和), 창화(唱和)와 같이 임금과 관인, 또는 관인과 관인끼리 조화를 이루는 집단적인 유형의 시가 주를 이룬다. 문학 집단의 주역인 사가의 시와 그 측근인 관료들의 시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수록된 시를 내용으로 분류하면 유람 18수, 연집(宴集) 17수, 전별 8수, 증답 5수, 영사(詠史) 2수, 술회 3수, 염정(艶情) 3수, 악부(樂府) 1수, 범문(梵文) 6수, 애상 5수, 잡영(雜詠) 23수 등이다. 이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유람과 연집, 잡영에 대해 살펴보면, 유람은 경승지에서 풍광을 즐기며 지은 시인데, 사적인 내용보다 공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유람시의 무대는 주로 교토 부근의 요도가와(淀川)와 금원(禁苑)인 신센엔(神泉苑), 그리고 황태제 준나(淳和)의 난치(南池)와 후지와라노 후유쓰구(藤原冬嗣)의 간쿄인(閑居院) 등이다. 연집은 당나라 초기 시에서 그 예가 많이 보이는데 유람시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조정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적인 공적 무대에서의 시로, 내용은 군주 찬미로 일관해 있다. 잡영에는 다양한 시제(詩題)가 있는데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은 도잠 고사를 원용한 시가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헤이안 시대 초기의 관인들이 도잠의 삶을 동경하고 그의 은일 사상을 지향하는 것이 엘리트 관인의 삶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0자평
같은 한자 문화권인 일본에서는 언제 어떻게 한시를 읊었을까? 이 책은 일본 헤이안 시대에 왕명으로 당대의 빼어난 한시를 뽑아 엮은 것이다. ‘능운집’이란 ‘구름을 꿇을 만큼 뛰어난 새로운 시를 모은 시집’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한시와는 또 다른 운치와 멋을 느낄 수 있다.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지은이
옮긴이
김임숙(金任淑)은 1967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에서 학부를 마치고 일본 간사이(關西)대학교에서 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역서로 ≪藤原仲文集全釋≫(공저, 1998), ≪伊勢物語古註釋書コレクショソ≫(공저, 1999), ≪王朝文學の本質と變容≫(공저, 2001) ≪사이카쿠가 남긴 선물≫(2011), ≪일한중의 교류≫(2012) 등이 있다. 전공 분야는 모노가타리(物語) 수용사이며, 현재의 관심 분야는 헤이안(平安) 시대 한문학이다. 최근 발표한 ≪능운집≫ 관련 논문으로 <시연(詩宴)의 장(場)으로서의 신천원(神泉苑)−≪능운집≫을 중심으로>(2014), <≪능운집≫의 도연명 수용 양상>(2015)이 있다. 부산대학교 일본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대한일어일문학회 편집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김승룡(金承龍)은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로 ≪한국 한문학 연구의 새 지평≫(공저, 2005), ≪새 민족 문학사 강좌1≫(공저, 2009), ≪옛글에서 다시 찾은 사람의 향기≫(2012), ≪고려 후기 한문학과 지식인≫(2013), ≪청춘 문답≫(공저, 2014) ≪한국학의 학술사적 전망≫(공저, 2014) 등이 있고, 역서로 ≪18세기 조선 인물지≫(공역, 1997) ≪송도 인물지≫(2000), ≪악기집석≫(2003), ≪우붕잡억≫(공역, 2004), ≪유미유동≫(공역, 2005), ≪매천야록≫(공역, 2005), ≪삼명시화≫(공역, 2006), ≪점필재집≫(공역, 2010), ≪고전 번역 담론의 체계≫(공역, 2013), ≪역주 이재난고≫(공역, 2015), ≪잃어버린 낙원, 원명원≫(공역, 2015) 등이 있다. 이토 토가이(伊藤東涯)의 한문학에 관심이 있으며 <이토 토가이의 한문학에 대하여>(日本京都産業大紀要, 2014)를 발표한 바 있다. ≪악기집석≫으로 제5회 가담학술상(2003)을 수상했고, 베이징대학교 초빙교수를 두 차례 지냈다.(1997, 2008) 현재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있다.
차례
능운집 서문
1. 복사꽃을 노래하다. 1수
2. 벚꽃을 노래하다
3. 신센엔 꽃 잔치에서 <낙화편>을 짓다
4. 중양절 신센엔에서 신하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공(空)’ ‘통(通)’ ‘풍(風)’ ‘동(同)’을 운자로 짓다
5. 9월 9일, 신센엔에서 여러 신하들과 잔치를 하면서, 각자 사물 하나를 읊었는데, ‘가을 국화’를 짓다
6. 중양절 신센엔에서 다 같이 ‘가을에 크게 풍년이 들다(三秋大有年)’란 제목으로 시를 지었다. 시제에서 운자를 취했는데, ‘우(尤)’ 운으로 시를 이루다
7. 여름날, 황태제의 난치(南池)
8. 가을날, 황태제의 난치인(南池院) 정자에서 ‘천(天)’ 자로 짓다
9. 가을날, 깊은 산으로 들어가다
10. 여름날, 좌대장군 후지와라노 후유쓰구의 간쿄인에서 짓다
11. 하양 역참에서 묵으며 교토를 그리워하다
12. 강정의 새벽 흥취
13. 봄날 사냥하며 놀다가 해 질 무렵 강가 정자에 묵다
14. 좌대장군 후지와라노 후유쓰구(藤原冬嗣)의 <하양에서 짓다>에 화운하다
15. 좌금오장군 후지와라노 오쓰구(藤原緖嗣)의 <가타노 이궁을 지나다가 옛일에 느껴 짓다>에 화운하다
16. 좌위독 아사노노 가토리의 <가을밤 주려에 숙직하다 이른 기러기 울음소리를 듣고 짓다>에 화운하다
17. 스가와라노 기요토모의 <가을밤, 길을 가다가 생 소리를 듣다>에 화운하다
18. 스가와라노 기요토모의 <이른 눈을 읊다>에 화운하다
19. 진사 사다누시가 <초봄에 좨주 스가와라노 기요토모의 옛집을 지나다가 서러움에 마음 아파하며 후루·고세·후지와라 등 세 수재에게 부치며 짓다>에 화운하다. 절구 한 수
20. ≪법화경≫ 송독을 듣고 저마다 1품을 두고 노래했다. 나는 <방편품>을 얻었는데, 제목에서 운자를 취했다
21. 이부시랑 야비(野美)가 변방으로 보내진다는 소식을 듣고, 모자와 갖옷을 내리다
22. 우친위 소장군 아사노 요시미쓰(朝野嘉通)가 어명을 받들고 간토(關東)를 진무하러 가는 것을 전별하다. 운자로 ‘신(臣)’ 자를 얻다
23. 겐빈(玄賓) 화상에게 주다
24. 무명을 주어 구카이(空海) 법사에게 부치다
25. 9월 9일, 신센엔에서 연회를 모셨다. 저마다 사물 하나씩 읊조리는데 ‘가을 이슬(秋露)’을 얻었다. 어명으로 짓다
26. 깊어 가는 가을, 내전의 연회를 모시다
27. <봄날 사냥하며 놀다가 해 질 무렵 강가 정자에 묵다>에 화운하다. 어명으로 짓다
28. <강정의 저녁 흥취>에 화운해 좌신책위 도(藤) 장군에게 주다
29. 난치로 거둥하시다. 뒷날 대장군에게 편지로 부치다
30. 신센엔에서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다. 어명으로 짓다. 1수[‘어(魚)’ 자를 얻었다]
31. 간(菅) 좨주의 <가을밤 길을 가다가 생황곡을 듣다>에 화운하다
32. 천황의 <옛 궁에 묵다>에 받들어 화운하다. 어명으로 짓다. 1수
33. 늦여름 신센엔에서 함께 ‘심(深)’ ‘임(臨)’ ‘음(陰)’ ‘심(心)’을 운자로 해서 짓다. 어명으로 짓다. 1수
34. 이르게 배를 띄우다
35. 구카이 상인을 뵙다[‘우(遇)’ ‘수(樹)’ ‘주(住)’ ‘주(澍)’ ‘구(句)’ ‘유(孺)’ ‘무(務)’ ‘무(霧)’ ‘우(芋)’ ‘취(聚)’ ‘부(賦)’ ‘취(趣)’를 운자로 짓다]
36. 3월 3일, 연회를 모시면서 어명을 따르다
37. 3월 3일, 연회를 모시면서 어명을 따르다. 3수. 제1수
38. 3월 3일, 연회를 모시면서 어명을 따르다. 3수. 제2수
39. 3월 3일, 연회를 모시면서 어명을 따르다. 3수. 제3수
40. 늦여름 신센엔 조대에서 함께 ‘심(深)’ ‘임(臨)’ ‘음(陰)’ ‘심(心)’ 자를 운으로 어명에 따라 짓다.
41. 친구와 헤어져 떠나다
42. 겐추의 <초봄, 기노치우시의 지정(池亭)에서 연회를 열고 시를 짓다>에 창화하다
43. 당나라로 가는 벗들과 헤어지다
44. ≪사기≫를 읽고 나서 연회를 여는데, <태사공자서전>으로 시를 짓다
45. 금을 대신해 짓다
46. 은자의 노래
47. 고사의 노래
48. 야 장군을 상심하다
49. 9월 9일, 신센엔에서 연회를 모시면서 각자 사물 하나씩 시를 지었는데, ‘가을 연꽃(秋蓮)’을 지었다. 어명에 따라 짓다
50. 초가을 달밤
51. 눈을 노래하다
52. 봄날 기녀를 대신해 짓다 (고시체)
53. 야마자키에서 강을 타고 사누키에 이르러 나니와 에구치에서 속마음을 써 야지로에게 주다
54. 오랫동안 외국에 있다가 늘그막에 학관으로 돌아오니, 옛 친구들은 영락해 이미 그 시절 사람들은 없다. 애오라지 내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편지로 스가와라 고로에게 가르침을 부탁한다. 복숭아와 오얏을 보내 주신 데 대한 보답으로 어이 경(瓊) 요(瑤)의 옥을 드리지 않으리
55. 봄날 전원으로 돌아와 곧바로 상소하다
56. 잡언. 신센엔에서 연회를 모시면서 <낙화편>을 짓다. 어명에 따라 짓다
57. 여름날 신센엔의 조대. 어명에 따라 짓다
58. 9월 9일, 신센엔에서 연회를 모시면서, 각자 사물 하나씩 읊는데 ‘가을 버들’을 얻었다. 어명에 따라 짓다
59. 가을날 황태제의 난치 정자에서 어명에 따라 짓다. ‘원(園)’ 자를 운으로 쓰다
60. 어제 <가인의 답가를 보다>에 삼가 화운하다. 어명에 따라 짓다
61. 잡언. 어제 <춘녀원>에 삼가 화운하다
62. 어제 <강정의 새벽 흥취> 시를 삼가 화운하다. 어명에 따라 짓다
63. 어제 <봄날 사냥하다가 날이 저물자 강머리 정자에서 자다>를 삼가 화운하다. 어명에 따라 짓다
64. 어제 <우근위대장군 사카노우에노 스쿠네를 마음 아파하다>에 삼가 화운하다. 어명에 따라 짓다
65. ≪능운신집≫을 하사하심을 축하하며, 아울러 사례드리다
66. 모래에 그려진 부처. 어명에 따라 짓다
67. 멀리 변방으로 어명 받아 가다
68. 친구가 부임하는 것을 작별하며 금을 주다
69. 9월 9일, 신센엔에서 연회를 모시면서, 각자 물상 하나씩 읊는데 ‘가을 산’을 지었다
70. 가을밤 길을 가다가 생황 소리를 듣다
71. 겨울날 변주 상원역에서 눈을 만나다
72. 월주에서 장안으로 돌아가는 칙사 왕국보와 헤어지다
73. 농가
74. 절에서 놀다
75. 이른 봄의 전원
76. 뜻을 말하다
77. 견책받아 분고의 후지와라 태수와 헤어지다
78. 가을밤 병으로 누워서
79. 3월 3일, 신센엔 연회에서 (천황을) 모시다. 어명에 부응하다.
80. 잡언. 신센엔에서 연회를 모시면서 <낙화편>을 짓다. 어명에 따라 짓다
81. 시나노노사카를 건너다
82. 역사를 읊다
83. 발해 사신이 오다
84. 여름날, 천황이 좌대장 후지와라 후유쓰구의 간쿄인에 거둥하심을 배종하다. 어명에 따라 짓다
85. 왕소군
86. 어제 <봄날 아침 비가 개다>에 받들어 화운하다, 어명에 따라 짓다
87. 스가와라 좨주의 <스자쿠로의 시든 버들>에 화운해 짓다
88. 침상에 누워서 읊다
89. 봄날, 벗의 산장을 찾았는데, ‘비(飛)’ 자를 운자로 얻다
90. 가을날, 벗의 산장에서 흥에 겨워 술을 마시다가, ‘첨(簷)’ 자를 운자로 얻다
91. 진사 사다누시의 <초봄에 스가와라 좨주의 옛집을 지나가다 서글피 상심해서 짓다>에 화운하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9월 9일, 신센엔에서 여러 신하들과 잔치를 하면서, 각자 사물 하나를 읊었는데, ‘가을 국화’를 짓다
사가 천황
계절은 가을이요, 중양절이러니
국화가 꽃을 피워 모든 관리에게 잔치하네.
꽃술은 아침 바람을 견디며 오늘 벙글었고
꽃잎은 저녁 이슬에 젖어서 이 순간 서늘해라.
옥수로 움켜쥐니 향기는 흘러 멀리 가고
금잔에 띄우니 빛깔을 분간하기 어렵네.
듣자니, 선인이 좋이 복용한다지
꽃을 마주하니 수명이 늘어날사, 마음 두고 보노라.
九月九日, 於神泉苑宴群臣, 各賦一物, 得秋菊
旻商季序重陽節
菊爲開花宴千官
蘂耐朝風今日笑
榮霑夕露此時寒
把盈玉手流香遠
摘入金杯辨色難
聞道仙人好所服
對之延壽動心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