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순수하고, 정직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죽음의 벼랑에 이를 때까지 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려 하는 이은봉 시인의 육필시집입니다.
표제시 <달과 돌>을 비롯한 64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습니다.
글씨 한 자 글획 한 획에 시인의 숨결과 영혼이 담겼습니다.
지은이
이은봉은
1953년 충남 공주(현 세종시)에서 출생했다. 1992년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삶의문학≫ 제5호에 <시와 상실의식 혹은 근대화>(1983)를 발표하며 평론가로, 창작과비평 신작 시집 ≪마침내 시인이여≫(1984)에 <좋은 세상> 외 6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시집으로 ≪좋은 세상≫, ≪봄 여름 가을 겨울≫,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 ≪무엇이 너를 키우니≫, ≪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 ≪책바위≫, ≪첫눈 아침≫, ≪걸레옷을 입은 구름≫ 등이 있고, 평론집으로 ≪실사구시의 시학≫, ≪진실의 시학≫, ≪시와 생태적 상상력≫, ≪화두 또는 호기심≫ 등이 있다. (사)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한성기 문학상, 유심 작품상, 가톨릭 문학상, 질마재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
차례
자서
1부
이발소 방씨
휘파람아
사루비아
서대전역
빛
무일(無日)
공원
봄 바다
나싱개꽃-아내에게
눈
제일(祭日)
악(惡)에 대하여
대추나무
돌
해님
찌르레기
2부
공중변소가 있는 풍경
붕어빵
하루 온종일
철근 콘크리트
도라지꽃
계룡산 폭설
바윗덩어리들아
개나리꽃
달밤-막은골
이월
화기 엄금
청매화 봄빛
사이, 소리
발자국
능소화, 덩굴 꽃
달과 돌
3부
무화과
돌멩이 하나
선(善)에 대하여
대둔산
섬
칠산 바다
구멍
생쥐
무인도
바닥을 쳐야
불타는 나무
분노
매화원에서
접는 의자
개미들의 집
권태
4부
떠돌이의 밤
길-집과 마을
무궁화는 국화다
삼베빛 저녁볕
살쾡이 한 마리
순리(順理)에 대하여
저 산수유꽃
강아지풀
뻐꾸기 울음
담쟁이넝쿨
결석
죽음들
구름 묘지
삼척 바다-파도
흔들의자
허공
이은봉은
책속으로
달과 돌
하늘에 떠 있어라 구족구족 땅에 척, 박혀 있어라 달과 돌 사이, 나 사이 어지러워라
…둥글기는 하여라 오래오래
그것들 부처님 얼굴처럼, 공(空)히… 두어라 불립문자(不立文字)로, 그냥 그대로 저만치 하늘과 땅 사이, 나 사이.
자서(自序)
백지 위에 펜글씨로 직접 쓴 시들을 모아 시 선집을 간행한다. 오랫동안 별렀던 일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주로 짧고 서정적인 시를 모았다. 다른 뜻은 없다. 긴 시를 백지 위에 직접 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이번 기회에 많은 반성을 했다. 앞으로는 시를 길게 쓰지 말아야지.
일을 마치고 시집을 간행하게 되어 기쁘다. 이 시집에 실리는 시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빈다.
2016. 2. 15
이은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