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르피크 씨네 막내아들은 그저 ‘홍당무’라고만 불린다. 붉은색 머리카락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사랑이라고는 받지 못한 소년이다. 집안에서 그나마 홍당무를 귀여워해 주는 것은 아버지다. 하지만 사업에 바빠 집을 자주 비운다. 위로 형과 누나가 있지만 어둔 밤에 나가 닭장 문을 잠그는 것도, 아버지가 잡아온 자고새의 목을 비틀어 숨통을 끊어 놓는 것도 모두 홍당무 일이다.
어머니가 괜한 트집을 잡아 구박하고 쥐어박기 일쑤지만 홍당무는 그런대로 요령 있게 처신하고 있다. 하지만 아들로서 어머니의 사랑을 요구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자 참았던 설움이 폭발한다. “버터 한 근만 사다 주렴.” 어머니의 명령에 홍당무는 난생처음 “싫어”를 외친다. 홍당무의 항거에 어머니는 결국 두 팔을 들고 물러선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그런 평범한 날이었다.
쥘 르나르의 자전적 소설이다. 평범한 가정의 일상을 간결하고 유머러스하게 묘사하며 ‘아동 학대’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소설의 흥행에 힘입어 희곡으로 각색, 공연되기도 했다.
200자평
쥘 르나르는 프랑스 문학사에서도 특이한 작가로 평가된다. <홍당무>는 그에게 명성을 안긴 작품이다. 머리카락이 붉고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르피크 씨네 막내아들은 언제부턴가 이름을 잃고 홍당무라고만 불린다. 작가가 유년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지은이
쥘 르나르는 1864년 2월 22일 중부 프랑스 지방 라바울에서 토건청부업자 프랑수아 르나르를 아버지로, 로자 안을 어머니로 하여 차남으로 태어났다. 1887년에 첫 작품 ≪쥐며느리(Les Cloportes)≫를 발표하고 그해 6월 ≪장미꽃≫, ≪혈조(血潮)≫를 자비로 출판했다. 1894년 30세에 문인협회에 가입하고 대표작 ≪홍당무≫를 출판했다. 1904년 고향인 시트리에 정착해 촌장에 피선되었다. 농사와 창작을 병행하던 중 1910년 46세에 파리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사후에 출간된 ≪일기≫(1928)가 뛰어난 일기문학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옮긴이
김붕구(金鵬九, 1022∼1991)는 1922년에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났다. 호는 석담(石潭)이다. 1944년에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과를 수학하고, 1950년에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53년부터 1987년까지 서울대 교수를 역임했다. 스탕달의 ≪적과 흑≫, 보들레르의 ≪악의 꽃≫, 르나르의 ≪홍당무≫, 말로의 ≪왕도로 가는 길≫,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 카뮈의 ≪반항인≫,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등을 번역했고, ≪불문학 산고≫, ≪작가와 사회≫, ≪프랑스 문학사≫ 등의 저서를 남겼다.
차례
닭
자고새
개가 꿈을 꾼 게지
가위눌림
좀 뭐한 이야기지만
요강
토끼
곡괭이
엽총
땅두더지
목장 풀
술잔
빵 조각
트럼펫
머리털
목욕
오노린
냄비
아전보살
아가트
프로그램
장님
정월이라 초하루
가는 길 오는 길
철필대
붉은 뺨
이(虱) 사냥
브루투스처럼
편지 모음
헛간
고양이
양(羊)
대부(代父)
샘터
살구
마틸드
금고(金庫)
올챙이
돌변(突變)
사냥에서
파리
처음 잡은 도요새
낚시
은전(銀錢)
자기 의견
나뭇잎의 폭풍
항거(抗拒)
마지막 말
홍당무 사진첩
해설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홍당무: 빠빠, 난 정말 오래오래 망설이고 있었어. 그렇지만 이젠 끝장을 내야겠어. 털어놓고 말하면… 난 이젠 엄말 사랑하지 않아.
르피크 씨 응, 그건 또 무엇 때문에, 언제부터?
홍당무: 무엇이고 어쩌고 간에 하나에서 백까지 모두 엄마를 안 때부터.
르피크 씨 나 원 참! 그건 참 불행한 일이구나. 엄마가 널 어쨌단 말이냐? 어디 이야기라도 해 보렴.
홍당무: 이야기를 시작하면 길어져. 그런데 빠빠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어요?
2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