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막장으로 갈 때
현실이 막장으로 갈 때
1970년대 초 한 시인은 “풍자만이 시인의 살길”이라고 했다. 불의한 시대, 현실의 모순이 화농할 때 풍자는 시인이 마땅히 선택해야 할 저항과 비판의 무기였다. 동서와 고금이 다르지 않았다. 연일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는 웃픈 현실, 아래 책들이 선물하는 날카로운 웃음들이 작은 속풀이가 될 수 있을까.
소림/투기 중국 최초의 지인(志人)소설집이자 소화(笑話) 전집인 <소림>, 풍부한 상상력과 넘치는 해학으로 현실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해 웃음을 자아낸다. 루쉰은 이 글을 비위를 들춰내고 오류를 드러낸 해학문의 시조라 평했다. 칠거지악 중 하나인 부녀자들의 투기 사례 일곱 가지를 엮은 <투기>는 축첩제도가 인정되던 당시 부인들의 사랑 다툼이 어땠는지 실감나는 묘사로 소개한다. 한단순/우통지 지음, 김장환 옮김 |
17세기 러시아 풍자문학 러시아 17세기는 웃음에 대한 중세 문화적 금지를 철폐하고 웃음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시기다. 실로 풍자문학과 웃음 문학의 시기였다. 당시 러시아에서 풍자문학은 시대의 세속화와 맞물려, 민중의 새로운 가치관인 민주성과 혁명성을 보여 주는 가장 인기 있는 장르로 부상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러시아 민중의 새로운 가치관이 잘 나타난 대표적인 작품들을 소개한다. 지은이 미상, 조주관 옮김 |
여우 볼포네 후사가 없는 볼포네는 죽을병에 걸린 척한다. 베니스 전체에 소문이 퍼지자 각계각층 인물들이 볼포네 집을 찾는다. 그에게 잘 보여 유산을 상속받으려는 속셈이다. 온갖 금은보화로도 부족해서 부인의 정절까지 갖다 바친다. 돈에 눈이 멀어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린 이들에게 합당한 벌이 내려진다. 영국의 초대 계관 시인 벤 존슨이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풍자했다. 벤 존슨 지음, 강석주 옮김 |
우신예찬 중세를 ‘암흑의 시대’라 규정한 것은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이었다. 종교의 쇄신과 새로운 정신을 절실히 갈구한 사람들 중에 열성적인 인문주의자 에라스뮈스가 있다. 한바탕 웃을 수 있는 풍자의 형식을 빌려 사람들의 풍속을 비판해 악습과 폐단을 교화하고 충고한 역작이다. 에라스뮈스의 우신은 농담하듯 가볍게 시대의 어리석음과 사람들의 결점을 비웃으며 사람들의 불만을 대변한다.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뮈스 지음, 문경자 옮김 |
토별산수록 천줄읽기 융통성 없는 자라와 꾀 많은 토끼, 충직한 자라와 요설스런 토끼. <구토지설>이라는 짧은 이야기에 근원을 둔 토끼전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해석도 가지가지다. 삼국시대 이래로 많은 이들에게 재미와 깨달음을 선사해 왔다. 풍자와 더불어 해학이 넘치는 토끼전 중에서도 풍부한 이야기를 자랑하는 새로운 이본이 <토별산수록>이다. 김동욱 소장 국문필사본을 현대역으로는 처음 출간했다. 지은이 미상, 김동건 옮김 |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 도시 부르주아의 허영과 과시욕을 풍자한 몰리에르의 희곡이다. 세련된 풍속과 예절을 지향하는 경향인 프레시오지테를 희화화한다. 학문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며 겉치레뿐인 현학자들에게 눈이 멀었던 파리 부르주아 여성들의 허영심을 비웃는다. 학문이 진리 탐구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수단으로 전락한 오늘날 배움의 진정한 목적을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몰리에르 지음, 이경의 옮김 |
여용국전/어득강전/조충의전 조선 후기의 고전 소설 세 편이다. <여용국전>은 여성의 화장 문화를 드러내고, <어득강전>은 중세적 신분 질서를 풍자하고, <조충의전>은 군신 간의 친교를 강조한다. 각기 다른 방면에서 당대의 사회·문화상을 잘 드러내고 있어, 여러 계층의 다양한 생활상을 알 수 있다. 또한 해학적인 인물 묘사, 풍자적인 주제 제시 등 한국 고소설의 특징들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지은이 미상, 이민희 옮김 |
2881호 | 2016년 11월 8일 발행
현실이 막장으로 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