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평
역사적으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기존 내러티브의 형식과 내용을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새로운 내러티브를 탄생시켜 왔다. 소설로 대표되던 내러티브는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표현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등으로 확장되었고,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웹, 모바일,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에 기반해 다양한 형식으로 변형, 창출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새로 등장한 허구적, 비허구적 이야기 양식을 디지털 내러티브로 정의하고, 현재 산업적,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유형을 중심으로 디지털 내러티브의 현황과 의의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내러티브의 내용적, 형식적 변화를 추동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전경란
동의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전공 부교수다.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디지털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 상호작용성과 서사성의 충돌과 타협”으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방송위원회 연구원, 문화방송 전문연구위원, 게임물등급위원회 등급위원, 지역발전위원회 전문위원, 교육부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게임문화재단 이사로 활동 중이다. 디지털로 변화하는 인간의 소통 방식과 사회관계 그리고 문화 의식 등에 관심이 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디지털 콘텐츠, 다양한 디지털 문화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미디어 리터러시의 이해』(2015), 『디지털 게임이란 무엇인가』(2014), 『ICT 생태계』(2014), 『콘텐츠』(2013) 등이 있으며,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 다큐멘터리의 진화”(2016), “디지털 시대의 네트워크 지식과 지식생산의 의미에 대한 고찰”(2014), “디지털 만화에 대한 학술연구의 동향과 함의”(2013) 등의 연구논문을 저술했다.
차례
01 디지털 애니메이션
02 디지털 영화
03 모바일 영화
04 웹드라마
05 웹툰
06 웹다큐멘터리
07 참여형 내러티브
08 가상현실 내러티브
09 증강현실 내러티브
10 트랜스미디어 내러티브
책속으로
한편 디지털 기술의 특정한 매체적 속성이 반영됨으로써 이야기 형식은 물론 이야기 수용 양식의 변화까지 수반하고 있는 디지털 내러티브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가 지닌 상호작용성은 내러티브의 본질을 흔드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내러티브 양식이 창조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내러티브는 상호작용성에 의해 새로운 양식의 창조와 기존 내러티브의 변형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동시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용자를 이야기에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그 유형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참여형 내러티브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이야기 양식의 변화” 중에서
디지털 기술은 사실적인 영상부터 초현실적인 영상까지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 표현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기술이 구현하는 사실적인 영상 이미지는 리얼리즘의 문제를 제기한다. 디지털 영화가 초사실주의에 입각해 사실성을 재현하기 위한 도구로 컴퓨터그래픽스를 활용한다면,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사실주의적인 표현이 아니라 리얼리티의 변형 혹은 리얼리티의 재창조라는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다. 디지털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2004)의 감독 브래드 버드(Brad Bird)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외형적 형상은 개연성이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만화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아무리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해진다 하더라도 그 표현의 정수는 그림 혹은 만화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애니메이션” 중에서
그러나 그 체험이 단순히 현실과 가상이 융합되는 현상을 경험하는 데만 머무르고 흥미를 지속할 수 있는 이야기 요소가 배제되어 있다면 <포켓몬 고>와 같은 증강현실 게임은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포켓몬은 이미 콘솔 게임과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포켓몬의 이야기를 전달해 왔다. 2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이용자들은 주인공이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모아 육성하고 다른 포켓몬 트레이너들과 시합을 하며 다시 모험을 떠나는 포켓몬의 이야기를 게임 또는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통해 접해 왔던 것이다. 더욱이 수집, 육성, 모험의 여정이라는 기본 이야기 틀은 가상의 포켓몬을 찾아 현실 세계를 돌아다니는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 고>의 콘셉트에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상상의 세계 속에서만 가능했던 포켓몬의 이야기가 증강현실을 통해 실제로 구현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증강현실 게임은 새로운 이야기를 제공해 준다기보다는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게임 내용에 이미 개발된 콘텐츠 기술들을 바탕으로, 쉬운 게임의 요소들이 효과적으로 배합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증강현실 내러티브” 중에서